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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바사라] (4) 2004/09/20

[바사라]

from 만화 2004/09/20 04:24

[바사라]라니.

상당히 오랜만이다.

한때 열심으로 읽었었다. 눈물 꾸역꾸역 말아 단숨에 퍽퍽 퍼먹고는 후아 한숨쉬고, 같이 웃고 같이 주먹쥐고. 정말 열심으로 읽었드랬다.

 

'혁명'을 다룬 만화는 몇몇 보았지만, 이 만큼 재미있고,

거슬리는부분이 적었던 만화도 없었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그들의 혁명을 지켜보면서,

그 인간 군상들을 지켜보고, 감정이입하면서.

 

마지막 장을 덮으면서 이런생각을 했다 .

 

' 혁명을 겪은 저들은, 기억으로 경험으로 자신들의 그것을 완성시킨 그들은 괜찮아.

하지만, 그 다음 세대는? 기억이 없는 그들은 다시 시작이겠지? '

 

고스란히 이어지지 않을 거라는 생각만이 맴돌아, 슬프기도 하고 기쁘기도 했다.

절망이기도 하지만, 희망이기도 할테니까.



퍼오는것은 여러가기 이유로 좋아 하지 않지만, 보관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퍼옵니다. :)

가끔 또 펼쳐봐야죠. 꼭 자페의 불유쾌나라 에 가보세요. 재미있는 것들이 그득하다구요.

 

원문: 타무라 유미 - BASARA (by 자폐)

 

1. 불온서적

국내에 수입된 시기가 늦어도 95년 즈음인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 정세 하에서 이런 과격한 코믹스가 수입되었다는 게 신묘하다.
(* 참고 : 94년엔 조정래 씨가 이적표현물 제작 혐의로 기소되었고, 96년엔 유명한 '연세대 한총련 점거(?) 사건'이 있었고, 98년엔 대학생 하나가 강의 교재인 맑스 도서를 통신에 올렸다가 징역 8개월형을 선고 받기도 했었습죠.)

'아동용 스머프'나 '감성 발라드 Imagine'같은 사태가 발생했던 나라니만큼, '열혈순정 바사라'였다.
그렇지만 우화의 형태를 취한 <스머프>나 영어라 알아듣기 힘든[..] Imagine과는 달리, <바사라>는 첫 페이지부터 꽤나 과격한 문구가 등장한다.

바사라, 낡은 권위를 부정하고 인습과 구속을 배제하고 자기 생각대로 자유롭게 살아가는 정신을 말한다(1권, 5p)

윗대가리들이 하는 일을 어떻게 알겠어.(웃음)

내용을 살펴보자면,

일본은 정치적 불만이 많은 건지, 아님 민주주의 국가 맞는 건지(웃음) 혁명을 소재로 한 만화가 많다. '제석천'이라는 절대 군주로부터의 정권 이양을 다룬 <성전>, '은 주왕'이라는 폭군으로부터의 정권 이양을 다룬 <봉신연의>, '나키아 황비'로 대표되는 수구세력으로부터의 정권 이양을 다룬 <하늘은 붉은 강가>와 같은. 목표는 민생안정·방법은 기존 정치세력의 정복-혁명이라는 특징을 동시에 갖고 있지만, <바사라>와는 대비되는 특징도 또 갖고 있다.
개혁을 주도하는 '신' '선인·주 지배계층' '국왕'은 모두 지배계층이다. 심지어 실제론 민중의 혁명이었던 프랑스 혁명조차도 오스칼·페르잔이라는 엘리트의 혁명으로 바꿔놓은 작품도 있는데.
<바사라>의 타타라 세력은 민중, 피지배계층이다. <바사라>의 개혁은 아래로부터의 개혁이며 변혁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 내용은 "국가변란과 사회변혁을 선동하고" 있다.
02년까지도 대중투쟁을 부정하던 국보법 씨께서 대중투쟁의 기록을 말살하지 않은 것은 놀라운 일이다.

국보법 씨는 뭐하고 계시는 건가. 불온 서적 안 잡아가고.


2. 무지배주의

타무라 씨는 어쩌면 무지배주의자일지도. :)

각자 자치구의 대표자가 이렇게 모여 얘기함을써 국왕이 있었던 지금까지의 일본과도, 대통령이 있는 오키나와와도 다른 새로운 나라의 모습이야(20권, 172p)

역사 속의 일본은 강력한 중앙집권국가였던 것으로 알고 있는데, <바사라>에 나타난 일본의 모습은 지방분권이다 못해 연합국에 가깝다.
(* 참고 : <바사라>는 인류가 거의 절멸한 이후, 새로운 역사가 시작된 세계를 다루고 있다. 멸망 이후 다시 진행된 인류의 역사는, <바사라>의 시기에는 약 15C 무렵에 도달해 있는듯 하다.)

일본 전역을 통치하는 것은 '울금왕'이라는 일본 국왕.
그렇지만 남부지방은 적왕, 북부지방은 흑왕, 동부지방은 창왕이 통치하고 있다. 각 지방의 통치자들은 제멋대로 외국(유럽)과 수교를 하기도 하는 등, 이건 정말이지 연합국이다.

그런 일본이, 혁명 이후에는 아예 대놓고 연합체가 되어 버린다.
권위주의를 타파했더니 그나마 붙잡고 있던 중앙의 권력도 무너진 거랄까.

혁명의 지도자로 혁명 이후를 통치해야 할 타타라마저, 그 권한을 자치구들의 대표자들에게 넘겨주고 물러난다.

이 연합체마저도 어떠한 강제력을 갖지 않는다는 건 <바사라 외전>에서 더더욱 확연히 드러난다. 타타라가 물러난 자리를 웬 군국주의적 관료가 꿰차자, 각 자치구의 대표자들은 모두 연합정부에서 나가버린다.

'자치구의 대표자'라는 것도 '지배자'도 아니고, '관리인'도 아니다.
통치를 하거나 질서를 규율하지 않으며, 정말 단순한 '대표자'로서 "혁명하러 나갈 사람, 손!"이라던가 "우리도 타타라군에 붙을까?"하는 질문을 던지는 정도.

노자의 소국과민이나 무지배주의는 국가가 없는 유토피아를 상상하지 않는다. 최소한의 권력체가 최소한의 권력만을 행사하는 자치구를 꿈꾼다.
마치 <바사라> 속의, 혁명 이후의 일본처럼.


3. 반가부장주의

"공주님, 민중의 지도자와 사랑에 빠져 결국 민중의 편에 서다."

라는 이야기, 혁명에 대한 너무 흔한 사랑의 테마다. 낯간지러울 정도로.
근데 바사라는 정 반대다. 말하자면,

"왕자님, 민중의 지도자와 사랑에 빠져 결국 민중의 편에 서다."

라는 게 <바사라>의 요약 줄거리라는 것.
기존 남성·여성의 관계를 유쾌하게 비틀어버린 설정은 <바사라> 여기저기에 존재한다.

남성 상관에 여성 부관이라는 캐릭터 설정이 기본적이지만(주1), 간혹 여성 상관이 등장하더라도 능력있고 결정을 내리는 역할은 남성 부관이 맡기 마련이다(주2).
<바사라>에서는 이러한 기본 설정을 비틀어 놓았다.
잘 하는 거라곤 활 쏘는 거 밖에 없는 하야토, 부드럽고 온순한 쟈키, 상관에게 절대적 충성을 맹세한 히이라기. 이들은 모두 카리스마 넘치고 능력이 철철 넘치는 타타라, 챠챠, 백왕(긴코)라는 여성상관을 모시는 부관이다.
- 종래의 가부장적 가치관에서는 찾기 힘든 이러한 관계에 대해 규정짓는 게 어려웠던지, <뉴타입>은 '여주인·집사관계'로 규정지은 듯 하다.

타 작품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독특한 캐릭터도 다수 등장한다.

말 달리고 활 쏘는 여성 전사의 캐릭터는 간혹 등장하지만(주3), 지도자로서 타 세력과 협상을 벌이고 세력을 규합하고 전략을 세우며 병사를 능수능란하게 다루는 전략가 타입의 여성 캐릭터는 보기 힘들다. 말하자면 <은하영웅전설>의 '양 웬리'나 '라인하르트 폰 로엔그람'이라는 캐릭터리티가 여성인 것.

이와 같이, <바사라>에서는 여성리더가 다수 등장한다.
남성리더도 여럿 등장하지만, 여성리더에게 동화되거나(슈리·각 자치구 대표자들) 타도당한다.(국왕, 창왕, 흑왕) 여성리더에게 타도당하는 남성리더라니, 그 이전에는 볼 수 없던 설정이다.(사실은 그 이후에도 본 적 없어..)

그렇다해서 남성성을 지닌 여성만을 찬양한다거나, 여성성을 경멸한다거나 하지 않는다.

가장 피를 적게 흘리고 여자인 너이기 때문에 할 수 있는 방법으로(15권, 137p)

아게하를 비롯한 혁명의 지도자들은 타타라가 '여성'이기 때문에 그녀에게 기대를 걸고 있다.
철저하게 모성적이고 여성적인, 타타라의 어머니 치구사 - 여성적인 그녀만이 할 수 있는 방법으로 전쟁의 뒷처리를 한다. 전쟁터를 돌아다니며 적과 아군을 가리지 않고 부상당한 병사를 치료하며 통합을 주도하는 건 '여성성'이 아니고선 할 수 없는 일이다.
'여성성'만을 가지고 먼저 간 남편을 철저히 따르던 센쥬는 그 '여성성'의 부정적인 면을 벗어버린다. 남자의 그림자를 벗고, 모성으로서 다음 세대를 키우는 역할을 맡게 된다.

가부장주의에 대한 철저한 조롱은 백왕(긴코)를 통해 분명히 드러난다.
왕가-라는 가부장적 지배체제의 이해에 따라 남자에게 '팔려갔다가', 다시 이해에 따라 '팔려돌아온' 백왕. 가부장적 지배체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아동 성폭력을 당한 긴코는 동생이자 아들인 '아사기'를 낳고 염세적이고 파괴적인 성미로 변해버린다.

주1 : <은하영웅전설>의 '양 웬리'와 '프레데리커 그린힐, 동작품의 '라인하르트 폰 로엔그람'과 '힐데가르트 폰 마린돌프'
주2 : <하늘은 붉은 강가>의 '유리 이슈타르'와 '루사파'
주3 : <하늘은 붉은 강가>의 '유리 이슈타르


4. 그리고.

너무 길어졌군, 벼르고 벼르던 글이라.
게다가 길어지면 글이 딱딱해져버려. _l ̄l○

<바사라> 완전판이 나온다고 한다. 그치만 이건 말이 완전판이지 라이센스판이나 다름없다. (예전의 녀석은 라이센스의 탈을 뒤집어쓴 해적판) 이걸 사야 할 지 말아야 할 지 고민이다.

주머니는 얇은데 주머니를 위협하는 녀석은 너무 많아서 슬픈 가을의 오후입니다.

참, 평이라면 원래 네타인 건 알고 있죠? ^^ (뻔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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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9/20 04:24 2004/09/20 04: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