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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 정책위 의장 후보들에게 내는 시험 문제

 

이 글은 지난 최고위 선거 때 당원게시판에 올린 글이다.(2006-0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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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원님들 보시기에 선거가 짜증스럽죠? 저도 짜증이 납니다. 저는 당의 선거가 '구호'가 아닌 '비전'으로 승부를 냈으면 합니다. 물론, 평소에 얼마나 열심히 활동을 했느냐(조직이 바탕이 되겠지요)도 주요한 판단의 근거가 될 것입니다.

 

어쨌든, 정책위 의장 선거를 보면서 느끼는 점은, 정책위 의장의 되면 실질적으로 겪게 되는 문제를 당의 이념에 맞게 어떻게 풀어갈 것인가에 대한 '비전'이 후보들에게서 잘 드러나지 않아 아쉽다는 겁니다.

 

그래서, 제 방식대로 환기도 할 겸 [정책위 의장 후보들에게 내는 시험 문제]를 적어 보았습니다. 이 문제를 후보들이 풀 이유는 없습니다. 다만, 정책위 의장이 된다면, 그리고 제대로 해보겠다면 맞닥드리는 문제들임에는 분명합니다.

 

'의회주의 극복', '지역조직 지원' 등등은 선거의 구호입니다. 이를 설명하는 긴 글은 사실 '비전'으로 보기 어렵습니다. 그래도 선출직 의장이 이러한 구호를 재임 기간동안 업무의 주요 컨셉으로 삼는 건 좋은 일입니다. 그러나, 그 컨셉만으로는 구체적이지만 전략적으로 판단해야 할 사안에 대한 답을 얻지는 못합니다.

 

많은 당의 중견 활동가들, 지도자들은 자신이 모르거나 관심이 없는 영역, 분야, 사안은 중요하지 않은 문제이거나 지엽적인 문제로 바라봅니다. 민주노동당은 이때문에 창조성과 미래비전을 잃고 있습니다.

 

다음의 문제를 당원님들도 한번 고민해 보세요. 비정규직 문제나 사회양극화, 통일 문제가 더 우선이라는 말하는 건 '정치적 언명'일 뿐입니다. 정책위 의장은, 지적 자산을 활용하여 한국 사회가 지니고 있는 숱한 문제를 엮어 '정치 전략'을 구성하는 역할을 해야 합니다. 다음의 문제는 이것과 긴밀한 관계에 있습니다. 잘 알려져 있지는 않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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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1] 무상교육과 무상의료는 무엇이 다른지 서술하시오. 그 차이에 비추어 [무상교육.무상의료.부유세 신설] 사업의 전략과 전술은 앞으로 어떠해야 하는지 그 방향을 서술하시오.


 

[문제2] 소위 '안기부X-파일' 사건에 대한 당의 대응을 예로 들어, '정치적 판단'과 '정책적 판단' 사이에 어떤 긴장이 존재하는지 서술하시오.

 


[문제3] 민주노동당은 문화복지와 문화산업의 관계를 전략적으로 어떤 관계로 설정해야 하는지를, 영화와 도서출판의 예를 들어 서술하시오.

 


[문제4] 민주노동당의 '지방교육자치제도의 방향'을 비판하되, 이 방향에 근거하여 지역에서 학교교육, 평생교육(사회교육), 복지, 문화진흥이 어떻게 융화될 수 있는지를 서술하시오.

 


[문제5] 위성DMB, 지상파DMB, 와이브로, IP-TV 등 새로운 플랫폼의 미디어의 상용화가 가져올 정치적, 문화적 영향을 서술하시오. 이를 극복하기 위한 민주노동당의 미디어 전략은 어떠해야 하는지 서술하시오.


[문제6] 저출산 등 한국 사회 인구 구성의 변화가 가져올 영향에 대해 서술하시오. 정부 및 타정당의 저출산 대책을 비판하고, 이 문제에 대하여 여성의 재생산권과 노동권의 관점에서 민주노동당의 전략의 방향은 어떠해야 하는지 서술하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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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를 내고 보니 무척 어렵네요. 모든 당원이 이 문제를 풀 수 있어야 한다거나, 이에 대한 해답을 내지 못하다고 무시당하는 일은 없어야 합니다. 그러나, 당의 지도부, 특히 정책위 의장이라면 위의 문제가 왜 중요한 지를 알아야 하고 해답을 얻기 위해 정책위를 가동시켜야 합니다. 이재영의 글 [민주노동당, 사람의 문제]에서 인용하는 것으로 글을 마칩니다.

 

"사회단체 간부가 지식인일 필요는 없다. 당원이 지식인일 필요는 더더구나 없다. 하지만 당 간부는 지식인이어야 한다. 그 지식이라는 것이 고학력이나 직업을 일컫는 것이 아님은 물론이지만, 새로운 사회 질서를 창출하고자 하는 사람들은 구 사회에 대해 풍부하고 날카로운 식견을 가진 비판적 지식인일 수밖에 없고, 자신의 대안을 조리 있게 전파하고 설득하는 조직적 지식인이어야 한다."

 

* 하나 더 인용 하겠습니다.

 

"많은 후보들의 주장과 달리 정책위의장의 업무의 대부분은 무슨 당의 정치전략을 세우는 것이 아니라 국가의 주요한 현안에 대한 당의 정책적 판단을 해야 하는 것이다. 수돗물 불소화야 그나마 알려져 있는 쟁점이지 방송발전기금을 어떻게 사용하여야 하는가, 위성DMB 정책을 찬성할 것인가, 저작권을 강화하는 저작권개정안을 찬성할 것이냐, 정보통신부 공무원에게 사법경찰관 지위를 부여하는 것이 타당한지 등 생전 처음 들어보는 분야에 대해서도 판단을 하여야 한다는 점이다. 누가 의장이 되던 매일 닥치는 문제는 의원단과의 힘겨루기와 매시기 현안에 대한 판단이다. 후보들이 주장하는 정책위의 역할과는 사실 아무런 관련이 없고, 그러한 역할의 정책위라면 지금의 정책연구원들은 아마도 필요 없을지도 모른다." - 김정진의 [선거일기] 중 '유세 여섯째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