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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가복(全家福)>을 먹다.

 

한편으로는 무척 억울하고 슬픈 일이기는 하나, 또 한편으로는 '축복'할 법한 일이 있다. 우수사랑이 사직을 결심한 일이다. 뭐, 7년 세월을 정리하는데 스트레스 안 받을 리는 없고...(스트레스에는 맛있는 음식이 좋다!)

 

우수사랑이 6일(월) 낮에 전화 한통을 내게 건네더니 맛있는 거 먹으러 가자 했다. 그 순간 확 땡기는 건 별로 없었는데 요즘 제일 먹고 싶은 훠거탕은 비싸니 만두나 먹으러 가자고 했다. 그러자 우수사랑이 최근 정보 하나 입수했는데 이촌에 요리 잘 하는 중국집이 있다더라. 이촌역 근처에 [야래향(夜來香/02-797-7179)]이라는 중국요리집이 소문이 났단다.

 

중국집? 중국요리? 코~올!

(게다가 사준다고까지 했으니 얼마나 감사, 또 감사할 일인가!)

 

오늘 이곳에서 점심을 먹기로 하고 이촌역에서 만났다. 좀 헤맸다. 그래서 이 요리집을 찾아갈 지 모르는 블로거들을 위해 찾아가는 팁을 하나 알려주려고 한다. 이촌역(1,4호선) 4번출구로 나와서 조금만 가다가 왼쪽으로 방향을 바꾸시라. 차로까지 직진하지 말고 골목길 한 블럭만 가서 왼쪽으로 터~언 하시고 주욱 가다보면 오른편에 상가 건물이 있는데 이 건물 2층에 [야래향(夜來香)]이 있다.

 

안에 들어가 보니 격조 높은 중국요리집이라기보다는 잘 정돈되고 깔끔한 분위기의 식당이었다. 밥먹기 좋다. 우수사랑이 메뉴판을 보더기 <전가복(全家福)>을 먹잔다. 다양한 해물과 송이, 청경채 등을 센 불에 삽시간에 익히는 요리인 모양이다. 근데 이 비싼걸? 대짜 65,000원, 소짜 55,000원. 헉! 이 요리가 이곳의 백미라고 들었단다. 사준대는데 감사히 먹어야지.

 

재료가 무척싱싱하다. 짜거나 맵거나 자극적이지 않았다. 간장과 고추기름에 살짝 찍어서 먹으면 좋다. 맛이 얕지가 않다. 지금은 밤이라 그런지 그 맛과 빛깔을 묘사하기 귀찮아지니 궁금하신 블로거는 무슨 수를 쓰든 돈 다발 들고 함 가보시라. 후회는 절대 하지 않을 것이다. 물론, 후회한다면 말걸기가... "그랬소?"하고 한 마디만 할테니 내게 보상은 기대하지 말고...

 

<전가복(全家福)>을 먹고나서 매운 짬뽕을 하나 나누어 먹었는데, 이것도 국물 맛이 깊고 재료가 싱싱해 <전가복(全家福)> 다음으로 먹는 식사로 손색이 없었다. 이 집의 짬뽕은 신촌의 완차이에 비해서도 손색이 없었다. 여기에는 맵지 않은 짬뽕도 있었는데 <전가복(全家福)>이 해물덩어리인지라 한국사람 입맛에는 매콤하게 마무리하는 게 좋을 듯하다. 하지만 그 맵지 않은 짬뽕 맛도 다음에는 꼭 음미하고 싶다.

 

대부분의 중국요리집과 달리 아쉬움을 달래는 마지막 코오~스, 후식도 두 가지나 나왔다. 이런 데는 첨 가봐서 나 혼자서 내심 무척 감동해마지 않았다. 개찹쌀떡과 리치. 다른 요리집은 둘 중 하나만 주던데... 아닌가?

 

이상 기억을 위하야 남겨 논 기록. 그래도 <전가복(全家福)>이 무슨 요리인지 검색하다 보니 유래를 찾았다. 슬픈 일 후에 기쁜 일. 그 잔치를 위한 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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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가복 全家福 (네이버 지식 검색에서)

 

진시황 35년, 진시황은 유학자들의 학문과 사상을 온갖 방법으로 탄압했다. 당시 주현(朱賢) 이란 유생이 있었는데, 그는 진시황의 모진 탄압을 피해 산 속 동굴에서 숨어 지냈다. 낮에 는 자고 밤에 일어나 생의 풀과 열매를 먹으며 은둔했다.

 

몇 년뒤 진시황이 죽고 그의 아들 호해(胡亥)가 제위에 오르자 주현도 집으로 돌아갔다. 그 러나 집에 당도한 그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다 허물어진 담벼락뿐이었다. 일 년 전 큰 홍수 가 나 주현의 아내와 자녀가 어디론가 피난을 간 것이었다. 주현은 상심한 나머지 죽을 마 음으로 강물에 뛰어들었다. 마침 지나가던 어부가 우연히 그 장면을 목격하고 그를 구해주 었고, 주현은 자신의 불행한 처지를 어부에게 털어놓았다. 그랬더니 어부가 말하기를, 작년 홍수 때 주(朱)씨성을 가진 한 소년을 구해 준 적이 있는데, 그 소년이 성실하고 재주가 많 은 것이 선비의 자식인 것 같다고 말하면서 소년이 살고 있는 곳을 가르쳐 주었다. 주현이 어부가 가르쳐준 곳을 찾아가 보니 과연 소년은 자신의 아들이었다.

 

그로부터 반년이 지난 어느 날, 길가에서 물고기를 팔고 있던 주현은 지나는 사람들 속에서 자기 아내를 발견했다. 뜻밖의 상봉에 두 사람은 기뻐서 어쩔 줄 몰랐다.

 

주현 가족은 마을 사람들을 불러 잔치를 열기로 했다. 특별 손님으로 초대받은 어부는 주현 일가를 위하여 솜씨 좋은 요리사를 초빙했고, 요리사는 천신만고 끝에 다시 만난 주현 일가 를 축복하며 산해진미 좋은 재료로 심혈을 기울여 음식을 만들었다. 온 가족이 다 모이니 행복하다는 뜻에서 이 요리도 '全家福' 이라는 이름을 얻게 되었으며, 중국 강남 일대의 전 통 요리로 사랑 받고 있다.

 

지금도 중국에서는 온 가족이 모여 찍은 가족 사진을 전가복 이 라고 하는데, 그것은 아마도 이 요리 이름에 담긴 좋은 뜻에서 비롯된 것이 아닌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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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미식가겠지?

네이버 피셔님의 One & Only Fisher에 실린 [야래향(夜來香)] 탐방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