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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희들 뭐 먹냐?

 

지난 일요일에 파란꼬리와 함께 슈아네를 방문했다. 미루가 입고 쓰던 옷과 물건을 슈아가 준다고 해서 냉큼 챙기러 갔던 것이다.

 

미루가 딸기를 무척 좋아한다고 해서 딸기와 함께 찹쌀떡도 한 팩 사가지고 갔다. 미루는 딸기를 빠르게 먹어치웠다. 미루와 함께 작은 밥상에 둘러 앉아 있던 파란꼬리와 말걸기는 눈치껏 딸기를 먹어야 했다.

 

미루는 딸기만 먹고 자리에서 일어나 장남감이 있는 데로 갔다. 눈이 내린 곳(하얀 이불이 덮힌 거실)에서 놀다가, 찹쌀떡을 먹으며 수다를 떨고 있는 우리들 곁으로 다가와서는 슬쩍 한 마디 던지고 저리로 가버렸다.

 

"너희들 뭐 먹냐?"

 

이 한 마디가 얼마나 재미 있던지 슈아와 파란꼬리, 말걸기는 한참이나 웃었다.

 

 

두 가지가 궁금해졌는데 하나는 미루가 어떻게 저런 표현을 알게 되었을까였고, 또 하나는 저토록 '버르장머리 없는 말'에 하나도 기분이 나쁘지 않을 수가 있는지였다.

 

첫번째는 슈아가 설명해 주었는데 놀이방에 가서 저런 얘기를 들었을 거란다.

 

두번째에 대해서 우리가 나눈 얘기는 이랬다. 아마 미루보다 몇 살 많은 다른 아이에게 저렇게 얘기했다가는 그 아이에게 혼났을 거라고. 확실히 미루가 사는 세계와 어른이 사는 세계가 다르니 매번 서열을 따지지는 않게 된다고.

 

 

오후에 두 시간 정도 슈아네에 머무르고 있었는데, 슈아는 시종일관 미루의 요구를 아주 친절하게 들어주었다. 말걸기 같으면 귀찮아서라도 못하겠는 그 '시시콜콜한' 요구를 따뜻하게 받아주다니 놀라웠다. 슈아는 "후과에 비하면 이게 낫다"고는 하지만 말이다.

 

슈아는 미루의 요구를 수동적으로 들어주는 것은 아니었다. 미루의 말과 행동을 듣고 보면서 미루가 마음 상하지 않게 잘 보살피고 있었다. "너희들 뭐 먹냐?" 따위의 말은 손님 입장에서는 재미 있는 표현이었지만, 만약 홍아가 미루만큼 컸을 때 놀어온 슈아에게 이렇게 말했다면 말걸기는 슈아에게 미안한 마음이 생길 것 같다(사실은 홍아에게 예절을 제대로 가르치지 못한 건 말걸기 탓이라 여겨 부끄러운 마음일지도 모른다). 아마 그 때문에 홍아에게 "어른에게는 그렇게 얘기하는 게 아니야"라고 말할지 모르겠다.

 

슈아에게 배운 건 자신의 감정이나 걱정을 아이에게 떠넘기지는 말아야한다는 것이었다.

 

 

약 한 달 후면 태어날 홍아를 위해서 어찌어찌 해야겠다는 생각은 많지만 직접 홍아를 대할 때는 어찌할 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