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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6/08/30
    사랑니를 뽑아야만 하는 이들에게(8)
    말걸기
  2. 2006/08/30
    진경을 만나다(9)
    말걸기

사랑니를 뽑아야만 하는 이들에게

 

말걸기님의 [아듀! 사랑니 둘] 에 관련된 글.

 

 

'사랑하다'의 옛뜻은 '생각하다'였다. 그렇다면 '사랑니'는 아마도 '생각나게 하는 이'라는 뜻이겠지. 현대어라면 '사랑받고 싶은 이'라고 억지로 해석할 수 있을까? 입안 구석에서 자꾸만 관심을 갖아달라고 칭얼대는 이들. 위 아래, 오른쪽 왼쪽 모두 4개의 이들이 바로 사랑니.

 

의학적 지식은 없으니 왜 그런지는 모르겠고, 사랑니는 쉽게 썩는다. 혹은 사랑니 주변의 잇몸이 자주 아프다. 아무래도 다른 이들처럼 곧게 뻗어나지 않고 기울거나 아예 누워버리기 일쑤라서 그런가 보다. 말걸기의 사랑니 중 위에 난 2개는 아래로 곧게 뻗어서 별 문제가 없었다. 그런데 아래의 2개는 90도로 발라당 누운 채 있었다. 이것들도 나름대로 자라는지 양쪽에서 아랫니들을 가운데로 서서히 밀어붙여, 아랫니들은 약간 울퉁불퉁 솟아 있다. 이 모양이 미워지는 것도 맘에 들지 않았지만 무엇보다도 하루가 멀게 음식 찌꺼기가 끼고 냄새가 나고 피고름이 찔찔 나는 일이 반복되는 건 괴로운 일이었다.

 

이런 괴로움을 몇 년 씩 견녀내도록 한 건 딱 두 가지. 게으름과 두려움. 사랑니가 자꾸 사랑하도록 만드는 이들이 있다면 말걸기가 그러했던 것처럼 게으름과 두려움 때문에 여전히 치과에 가기를 미루고 있는 것 같다. 게으름이야 어쩔 수 없고 두려움은 말걸기가 줄여 줄 수 있을 것 같아 포스트를 올린다. 통증을 상당히 줄일 수 있다고 확신할 수 있다면 두려움도 그만큼 줄지 않겠는가.

 

 

사랑니가 자꾸 귀찮아지는 사람들은 우선 가까운 치과엘 가길 권한다. 진짜 그 치과에서 뽑겠다고 맘 먹으라는 건 아니다. 잘 하는 치과에 가서 뽑아야 하겠지만 일단 진단을 받는 게 좋다. X-ray 사진을 찍고 사랑니 주변 여기저기를 찔러 보면 사랑니가 어떤 상태인지 대충 알 수 있다. 위아래 모두 곧고 예쁘게 나 있다면 기뻐하라. 그냥 뽑으면 그만이다. 잇몸을 잘라낼 필요 없이 뽑을 수 있으니 빼고 나서도 통증이 심하지 않을 것이다. 편한 날 예약해서 걍 뽑으시라.

 

그런데, 말걸기처럼 아래 사랑니들이 철퍼덕 자빠져 있으면 고난의 이뽑기가 될 것이다. 자신의 사랑니들이 꾸벅 절을 하고 있음에도 두려움이 전혀 생기지 않는다면 용감한 사람이다. 고통을 즐길 줄 아는 부류라고 봐야지. 어쨌든 철퍼덕 누워서 시위하는 사랑니라면 사랑니 잘 뽑는 치과엘 가기 바란다. 어느 치과가 좋냐구? 말걸기는 신촌 세브란스 치과병원에서 뽑았는데 만족스럽다. 신촌 세브란스 치과병원은 거의 공장 수준이라 사랑니 뽑으러 왔다면 다 알아서 안내해 준다. 또 어디? 여기 말고는 아는 데 없으니 알아서 수소문 해보시길. 개인병원 중에서는 철퍼덕 누운 사랑니 안 뽑아주는 데도 있으니 참고하라. 왜냐고? 큰 수술이라고 안해준다나...

 

사랑니를 뽑는 순간. 즉, 아랫니 맨 안쪽의 잇몸을 절개하고 사랑니를 부수어 꺼내고 잇몸을 꼬매는 순간에는 하나도 아프지 않다. 국부 마취 주사 놓을 때가 약간 아픈데 그것도 괴로운 정도는 아니다. 하나도 겁낼 것 없다. 만약, 마취가 잘 되지 않는다면? 아파야지 뭐. 근데 그런 사람이 많을까? 마취 상태를 의사가 체크하니 마취가 덜 된 것 같으면 얘기해 보라. 말걸기는 두번째 뽑을 때는 마취 두 번 했다.

 

결국 사랑니를 뽑을 때는 문제가 아니다. 통증은 마취가 풀려서부터 시작해서 3주까지 지속된다. 즉, 사랑니를 뽑은 후부터 구강과 상처를 어떻게 관리하느냐에 따라 고통은 확연히 달라진다는 게 중요하다. 그러니 지금부터 통증을 확연히 줄일 수 있는 방법을 안내하도록 하겠다. 물론, 병원에서 안내하는 관리법은 기본이다.

 

 

① 하루 일을 쉴 수 있다면 꼭 쉬길 바란다. 아마도 많은 사람들이 이러기는 힘들겠지만 시도해 보라. 만약 하루 일을 쉬기 어렵다면 가장 오래 쉴 수 있는 시간대를 찾아라. 예를 들면 주말 하루 전 퇴근 직후라든가 등등. 하루 쉴 수 있다면 예약 시간은 최대한 오전 일찍으로 잡아서 길 게 쉴 수 있도록 한다.

 

② 사랑니 뽑는 수술을 하기 전에 준비해야 할 것이 있다. 첫째, 아이스팩. 둘째, 죽. 집에 아이스팩이 없다면 주위에서 미리 구해 8시간 이상 냉동실에 두도록 한다. 2개는 있어야 하고 여름이라면 3개도 좀 모자란 느낌이다. 구할 수 없다면 처방을 받을 수 있다. 죽은 3끼 분량은 준비해 두도록 한다. 가족 중 누군가 꼬박 죽을 쑤어줄 수 있다면 행운이지만 자기가 밥을 차려 먹어야 한다면 미리 준비해 두는 게 좋다.

 

③ 사랑니 뽑는 날 아이스팩을 가지고 가서 사랑니 뽑은 직후부터 찜질을 하면 좋다. 아이스팩을 수건으로 감싸서 사랑니를 뽑은 자리의 바깥쪽에 댄다. 마취가 풀리지 않아서 통증이 별로 없기는 할텐데 이때부터 열심히 찜질을 하는 게 좋다. 언제까지? 통증이 가실 때까지.

 

④ 사랑니를 뽑고 잇몸을 꼬맨 자리의 지혈을 위해 의사가 거즈를 물린다. 거즈를 물 때 천천히, 그리고 가장 편한 자세로 윗니와 아랫니들이 물리게 한다. 거즈를 계속 물고 있으면 턱이 긴장해서 힘들고 아프다. 그래서 가볍고 편하게 입을 다문 자세를 처음부터 찾는 게 좋다. 그리고 거즈는 2시간 정도는 물고 있어야 하고 입은 움직이지 않는 게 좋다. 말도 삼가고 물도 음식도 먹지 말고...

 

⑤ 병원의 안내대로 입안을 깨끗하게 유지하는 게 무척 중요하다. 이건 2-3일 동안 무척 아픈 날들의 통증을 줄이기 위한 것만이 아니다. 1주일이 지나서도 계속되는 통증의 정도는 사실 처음부터 얼마나 깨끗한 구강을 유지하느냐에 달렸다고 보아도 과언이 아니다. 식염수나 수돗물로 자주 입안을 씻으라고 한다. 주의할 것은 상처에 자극이 될 정도로 거칠게 가글을 한다거나 하면 안된다. 상처에 혀를 댄다거나 입을 크게 벌려 상처가 벌어지게 해서도 안 된다. 그냥 살짝 씻어낸다. 침을 퉤퉤 뱉어도 안된다. 그 순간 상처에 자극이 된다.

 

그리고 구강의 청결을 위하여 뭐든 먹고 나서, 그리고 자기 전에는 꼭 이를 닦아야 한다는 것이다. 치약이 상처에 자극을 줄 것 같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치약물이 상처에 닿는다고 따끔거리지도 않는다. 아마 오전 일찍 사랑니를 뽑고 2시간 이상 거즈를 물고 지혈을 했다면 점심 먹을 시간일 것이다. 거즈를 빼고 죽을 먹은 후 꼭 이를 닦아라. 칫솔이 상처에 닿지 않도록 주의하고 중요한 건 이만 닦지 말고 칫솔로 입안의 모든 곳(상처를 제외한)을 닦아야 한다. 아프고 퉁퉁 부은 입안 전체를 닦기에는 전동칫솔이 편한 점이 있다.

 

말걸기가 왼쪽 위아래를 뽑았을 때는 치약이 자극적일 것 같아서 하루 넘게 이는 닦지 않고 식염수로 입을 헹구기만 했는데 입냄새도 지독하고 통증도 오래갔으나, 오른쪽 위아래를 뽑은 후에는 하루에도 몇 번씩 입안을 열심히 닦으니 입냄새도 없고 1주일이 지나서는 통증이 상당히 약해졌다.

 

⑥ 담배는 구강 청결 때문에, 술은 상처가 낫는 데 방해가 되서 그런지 담배, 술은 1주일 간 절대 하지 말라고 한다. 사랑니 뽑은 날부터 술과 담배로 사는 이들도 있다. 의사들이 그런단다. 사랑니 뽑는 정도의 일로 사람이 죽거나 하지도 않을 뿐더러 시간이 지나면 다 낫기 마련이다. 그래도 담배와 술은 분명히 고통을 증대시킨다는 사실이다. 고통을 줄이고 싶다면 삼가는 게 좋다.

 

 

말걸기의 사랑니 뽑은 후 고통 줄이기 방법의 핵심은 두 가지. (1)냉찜질은 통증이 가실 때까지 자나 깨나 계속한다. (2)입안을 열나 열심히, 자주 닦아서 깨끗한 상태를 유지한다.

 

두번째 뽑은 오른쪽이 붓기도 오래갈 정도로 심했지만 통증은 첫번째 뽑은 왼쪽보다 덜하다. 열흘째인 오늘을 비교해 보자면 확연히 그렇다.

 

 

아픔을 참는 걸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큰 아픔과 고통을 참고 있는 걸 대단하게 생각한다. 그리고 누가 더 큰 아픔과 고통을 참았는지 경쟁한다. 자기에게 닥친 아픔이나 고통을 적절하게 관리하여 확연히 줄일 수 있고 그럼으로써 하고픈, 혹은 해야 할 일을 더 잘 누리거나 해낼 생각은 잘 하지 않는다. 그리고 아픔과 고통은 관리하지 않으면서 봐달라고 한다. 심지어는 아픔과 고통을 관리하고자 노력하는 이들을 겁쟁이라고 힐난까지 한다. "야, 안 죽어!" "남자가 무슨. 마셔!" 사람들은 대체로 그렇다. 아무래도 바보들이다.

 

 

곧은 사랑니가 아니라 잇몸을 절개해 사랑니를 뽑아야 한다면 고통은 피할 수 없다. 사랑니 주변이 건강하다면 뽑지 않다도 되지만 아프다면 뽑아야만 한다. 뽑은 후 고통은 그리 길지 않다. 하지만 뽑지 않고 내버려 둔다면 사랑니 옆 어금니까지 손봐야 하는 일이 벌어질 수도 있다.사랑니가 사랑해 달라고 보챈다면 바로 치과엘 가서 뽑으시길. 고통은 확연히 줄일 수 있으니 뽑고 나면 시원해서 생활이 달라질지도 모를 일이다.

 

 

 

진경을 만나다

 

엄마되기님의 [아기와 모임] 에 관련된 글.

 

화요일 칙칙한 하늘이 심상치 않았지만, 말걸기는 고장난 컴퓨터를 들고 용산에 갔었다. 어찌어찌하다 인연이 닿은 분이 용산에 매장을 열고 있는데 이제부터 본격적인 단골로 거래해 볼까 싶어서. 용산 전자상가까지 행차한 김에 전화 한 통을 걸었다. 진경네 집에 미루네가 왔단다. 미루맘과는 아는 사이는 아니지만 미루팜과는 한 때 한솥밥 먹었으니 또한 반가운 이였다.

 

 

진경이 사과를 좋아한다니 사과를 한봉다리 사 갔다. 말걸기는 누구네 방문을 할 때 빈손으로 가기가 머슥하다면 대체로 먹을 걸 사 간다. 그리고 말걸기가 먹고 싶은 걸 사간다. 그런데 오늘은 복숭아가 아닌 사과를 사 갔다. 진경한테 아부 좀 해보려고. 그러나...

 

진경이 뱃속에 있을 때 진경맘은 임신빈혈이었다. 얼마나 심각한 건지 알 수 없으나 외출도 자주 하지 못한 때도 있었다. 그때 행인과 바람을 부추겨서 쇠고기 먹인다고 꾀나 훌륭한 중국요리집에 모시고 가 맛난 음식 많이 사줬던 일이 있었다. 그 단백질과 철분과 기타등등 영양소를 받아 먹었을 진경이... 말걸기를 보자마자 경계 태세를 갖추었다. 나올 때까지 얼굴 디밀면 도망가듯했다. 말걸기의 빨간 배낭하고만 놀고... 치.(이 얘기를 파란꼬리한테 했더니 여자아이가 아니라서 그런단다... 음... 좀 위로가 된다...)

 

어린 아이가 있는 집이 익숙하지 않지만 그렇다고 영 낯설지도 않다. 오래전에 핏덩어리 조카가 말걸기와 몇 개월 함께 살았으니까. 그때야 일이 바쁘다고 가끔씩만 조카를 봤지만 사실 별로 했던 건 없고...

 

낯설지 않다는 건 어린 아이가 있을 땐 아이가 주목받기 마련이고 아이 중심으로 모든 게 움직인다는 사실을 안다는 것이다. 미루가 집을 나와 쉽게 잠들지 못해 엄마 아빠는 분주했다. 진경은 여기 저기 장난거리와 놀고 있었지만 엄마와는 일정 거리 이상 떨어지지 않으려 했다. 이런 상황에서 말걸기가 할 일은, 방문한 손님임에도 불구하고, '대화'가 아니다. 진경 땜에 사과를 깎다만 진경맘 대신 사과를 깎아야 하고 엄마들 아빠를 위한 케잌을 날라야 하고 설거지를 해야 한다. 그게 아기네집에 가서 해야 할 일이다.

 

 

용산전자상가에서 진경맘네까지는 멀지 않다. 그래도 진경맘에게 전화를 걸기 전에 망설였다. 진경이를 깨우는 건 아닌지, 말걸기가 방문한다면 또 다른 일을 생기는 건데 목디스크로 고생하는 진경맘을 더 고생시키는 건 아닌지. 그러다 미루네가 와 있다는 말에 망설임 없이 방문했다.

 

직장 없이 아이를 키우는 엄마들은 얘기를 나눌 수 있는 지인의 방문을 바라는 것 같다. 설마 매일은 아닐 테지만, 그래도 생활의 엑센트가 될 만큼은. 진경맘 뿐만 아니라 아기, 혹은 아기들과 집에서 지내는 엄마들의 초청을 여러번 받아봤다. 그런 초청은 빈말이 아니라는 것도 알지만 대체로 그런 초청은 결과적으로 거절하게 되었다. 말걸기가 게으른 게 젤루 큰 이유지만 계속 뒤로 미루도록 망설이는 마음도 있었기 때문이다. 하나는 아기를 돌보아야 할 아기의 엄마에게 폐를 끼칠까봐. 또 하나는 아기를 돌보는 가운데 대화란 쉬운 게 아니니까.

 

그래도 일단 방문을 하게 되면 좋다. 왜냐면 진경맘 말대로 끊기고 집중하기 어려운 대화의 연속이기는 해도, 눈으로 직접 볼 수 있으니까. 오늘에야 진경이가 실제로 존재하는 아가라는 걸 확인했다. 아마도 앞으로는 진경맘과 다섯병의 블로그가 더 생생해질 것이다. 덩달아 운이 좋게도 미루까지 확인했다.

 

 

진경맘의 블로그의 글들은 무척 구체적이고 적나라하다. 그런데 문득 진실 그 자체는 아닌 듯 느껴졌다. 짧은 방문은 다섯병의 블로그에 등장하는 진경의 모습, 진경과 맘의 관계가 더 진실에 가깝게 느끼게 했다. 진경맘과 다섯병의 진실이 다르게 느껴지는 건, 어쩌면 하루종일 함께 지내는 진경맘의 경험과 하루 중 일부만을 함께 지내는 다섯병의 경험이 달라 블로그의 글들도 달라지기 때문일 수도 있다. 뭐, 각자의 진실이 있기 마련이기도 하지.

 

 

말걸기를 경계하는 진경을 보고 말걸기는, "애들은 말걸기를 싫어해." 이 말 듣고 미루맘은 "용기를 내쇼." 격려에 감사.

 

미루팜이 들려준 코미디같은 얘기. "내가 육아휴직 쓰겠다고 했더니 인천연합 출신 상근자가 재고해보라면서 했다는 말이 글쎄, '진보도 좋지만 우리에게는 변혁의 길이 있잖아'라고 하더라."

 

 

진경아, 말걸기를 담에 볼 때는 "고기 사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인사하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