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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물에서 찾기2007/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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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7/08/16
    까불고 있네!!!
    말걸기
  2. 2007/08/16
    두 가지 깨달은 바
    말걸기

까불고 있네!!!

 

행인님의 [웃을 권리를 보장하라!!!] 에 관련된 글.

 

 

"까불고 있네!!!"

 

누구한테 하는 소리냐구? "21세기 태양이신 위대한 김정일 장군님께" 따위나 쓰고 자빠진 놈들한테 하는 소리지. 저승에 가거든 정인지한테 한 수 배우라고 해주고 싶다. 찬양을 하려면 멋지게 하든가. 웃음만 나오게 하냐!

 

 

560여 년 전에 조선의 '자헌대부 의정부 우참찬 집현전대제학 지춘추관사 세자우빈객'이었던 정인지가 쓴 《용비어천가》의 서(序)를 보자구.

 

"신이 가만히 보건대 천지의 도는 넓고 두터우며 높고도 밝으므로, 그 도가 덮고 싣는 것은 오래되었고 또 영원합니다. 왕실 조상의 덕은 두껍게 쌓여있고 또 깊고도 멀므로 그 왕업의 터는 오래되었고 또 무궁합니다.

 

사람들은 바다와 산천의 널려있음과 새와 물고기, 동물과 식물의 자연히 자라남 그리고 바람과 비, 천둥과 벼락의 변화와 천체가 운행하고 계절이 바뀌는 것만을 보았을 뿐이지, 천지의 도가 쉬지 않는 그 넓고 두터우며 높고도 밝은 공은 모릅니다. 또 사람들은 종묘와 궁실의 아름다움, 백성들의 부유하고 풍성함 그리고 예악과 정치와 형벌의 밝게 이루어짐과  어진 은혜와 교화가 넘치는 것만을 보았찌 오랫동안 쌓인 길고도 먼 뽑히지 않는 기초가 있음을 모릅니다.

 

…… 아! 우리나라 역대 여러 성인들의 왕위에 오르기 전의 문무의 공덕이 성대함이며, 하늘의 명과 사람들의 마음이 여기에 붙쫓은 것이며, 또 사서로운 조짐이 나타난 것이 그 어느 시대보다도 뛰어났습니다. 그 멀고도 오랫동안 쌓아온 일을 영원토록 세상에 나누어 주게 될 것을 가히 미리 알 수 있습니다. ……."

 

이건 현대에 학자라고 주장하는 사람이 번역한 것이다. 유일한 현대어 완역본이라 인용했다. 직역했다니까 약간 어색함도 있다. 그래도 찬양을 하려면 이 정도 스케일은 되어야 하지 않나?

 

 

두 가지 깨달은 바

 

최근, 아주 최근 말걸기가 깨달은 바가 두 가지가 있는데 뭐 별 건 아니고...

 

(1) 손님을 집에서 치르기는 힘들다.

(2) 말걸기의 피의 반은 경상도 피다.

 

 

 

말걸기의 작은 이모는 파독 간호사였다. 공부를 잘 해서 독일에서 의사가 되었다. 그리고 독일인 의사를 만나서 셋을 낳고 여전히 독일에서 의사로 살고 있다.

 

그 셋 중 막내 동생이 얼마 전 한국엘 방문했다. 다 늙으신 말걸기의 엄니가 멀리서 온 조카 데리고 이 동제 저 동네 죄다 구경 시켜주기는 힘들지. 말걸기가 경주와 서울을 보여주기로 하고... 5박 6일 간 손님을 치렀다.

 

입국 하는 날 공항 가서 집으로 데려와서 저녁 차려 주는 것부터 해서 2박 3일의 경주 나들이, 한강 자전거 투어, 그리고 제주 가는 비행기 태우기까지...

 

5박 6일 동안 대화를 '콩글리쉬'로 하니, 이거 원... 갑갑함도 한 바가지다. 그래도 파란꼬리는 '콩글리쉬'로 아사달-아사녀 얘기와 서동요 얘기도 하더라... 대단!

 

어쨌거나 깨닫게 되었는데 말걸기와 파란꼬리는 손님을 집에 두고 대접해 본 게 이번이 처음이었다. 그냥 잠깐 손님 와서 밥 한끼 대접하고 놀다가 집에 보낸 거야 몇 번 있었지만 손님을 제대로 치른 적은 없었던 것.

 

6일 간 돌아다니느라 힘든 것도 있었지만 그 이상으로 진을 뺐다. 그게 손님 치르는 것인가 보다. 손님 보낸 다음 날은 아무 생각도 없이 살았다. 여전히 힘들다. 입안에 상처가 생겼고 낫질 않는다.

 

 

 

두 번째, 말걸기의 유전적(?) 경향을 발견한 것이다. 사촌동생과 6일 지내더니 파란꼬리가 다음의 글을 어느 카페에 남겼다.

 

"그는 매우 친절했습니다. 어디 가면 문을 열어주고, 제가 짐을 들면 들어주고, 그냥 편안하게 저를 배려해 줬습니다...... 그는 계속 저를 배려하고 있었고, 그것은 몸에 밴 행동이었습니다. 말걸기와 꼬리는 말걸기 생후 ㅇㅇ년 만에 말걸기의 피에도 경상도 남자의 피가 흐르고 있었음을 깨달았습니다."

 

파란꼬리는 그런 배려가 기분이 좋았다고 한다. 남자가 여자한테 꼭 그래야 한다는 의미는 아닌 것 같고, 누군가 자기를 배려하고 있다는 걸 느끼는 것 자체가 좋았던 모양이다.

 

말걸기는 파란꼬리와 함께 있을 때 문을 열어 준다거나 짐을 대신 들어준다거나 하지 않는다. 앞에 가는 사람이 문 먼저 열고 들어가는 거고 자기 짐은 자기가 드는 거니까. 이러는 게 꼭 '경상도' 어쩌구 할 만한 얘기인지는 모르겠으나 '배려가 몸에 밴 것'은 확실히 아닌 듯.

 

결정적으로 버스에 타면 말걸기가 먼저 앉으니까...(파란꼬리가 이 얘기는 꼭 쓰라고 하네...ㅋㅋ)

 

파란꼬리랑 함께 있다보면 파란꼬리가 말걸기를 배려하는 게 더 많다. 이러고 살다가 말걸기와 다른 태도를 가진 손님과 6일을 보내니 기분이 좋은 모양이다.

 

말걸기는 그렇게 배려하고 친절하게 살고 싶지는 않은데...(왜냐면 게으르니까), 파란꼬리가 살짝 맛을 본 이상 고민이 된다. 약간의 위기 의식이랄까?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