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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종의 협박인가?

평범한 가장에서 연쇄성폭행범으로 (대전=연합뉴스)

 

조용학 기자 = 10여년간 대전을 중심으로 전국을 돌며 100여명의 여성을 성폭행한 혐의로 검거된 속칭 '발바리' 이모(45)씨는 평범한 가정의 가장이었던 것으로 알려져 충격을 주고 있다.

 

아내와 두 자녀를 둔 이씨는 평소 금실좋은 부부관계를 유지했으며 자녀들에게는 다정한 아버지의 모습을 보여주는 등 한 가정의 부끄럽지 않은 가장이었다. 영업용 택시기사를 거쳐 개인택시를 10년 가까이 운행했고 가족들 모두 경제활동을 하고 있어 경제적으로도 큰 어려움은 없었다. 다만 조기축구회에서 활동하는 등 운동을 좋아하면서도 회원들과는 그다지 친분있게 지내지 못하는 등 사람들과 잘 어울리지는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이 이씨를 유력한 용의자 중 한 명으로 특정하고 주변 인물들을 상대로 탐문수사를 벌일 때도 이웃주민 등 주변 인물 대부분이 이씨에 대해 잘 모르고 있어 수사에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소년시절 절도전과가 있긴 하지만 별다른 문제없이 성장했으며 술과 담배도 전혀 하지 않는 등 건실한 생활을 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은 이씨의 범행이 결혼을 하고 대전으로 건너와 택시기사로 일하면서 시작됐던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경찰 진술조사에서 이씨는 "집에 있다 새벽에 운동하러 나간다고 얘기하고 나온 뒤 여자들만 사는 집에 들어가 범행을 했다"고 진술해 평소에는 평범한 가장으로 생활하다 밖에서는 엽기적인 성폭행범으로 돌변한 것으로 밝혀졌다. 범행동기에 대해서 이씨는 "택시를 탄 한 여성승객이 나를 무시하는 말을 해 모멸감을 느껴 보복심리로 이 여성승객을 쫓아가 처음으로 범행을 했는데 쉽게 성공해 계속 범행을 하게 됐다"고 말해 한번의 우발적인 범죄가 희대의 연쇄 성폭행범을 만들어 냈음을 보여주고 있다.

 

전날 서울의 한 PC방에서 검거될 때도 이씨가 "마음이 후련하다"며 오히려 담담한 표정을 지었다고 경찰은 전했다. 이 사건을 수사 중인 대전 동부경찰서 관계자는 "자세한 수사가 아직 이뤄지지 않아 정확한 범행사실과 동기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대략적으로는 이씨가 범죄사실을 시인했다"며 "범죄양형과 관련된 성장과정이나 정신적인 문제 등도 조사가 진행될 계획"이라고 밝혔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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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를 보고 화가 났다. 성폭력가해자가 평소에 어떤 인물이었는지에 대해 기술하는 기사의 태도와 논조를 보면 마치, 이 사람은 지극히 정상적인 사람, 아니 매우 건실한 사람이었으나, 재수없이 입을 놀린 여자가 멀쩡한 사람 성폭력 가해자로 만들었다는 식이다.

나아가서, 그러니 여자들이 택시탈 때 입놀리는 걸 조심하라고 경고 하는 듯 하다.

 

대부분이 남성인 택시기사들이 여성들만 태우는 것도 아니고, 택시기사들에게 욕을  해대고 함부로 대하는 게 어디, 여성들뿐이겠는가?

 

20여년간의 택시탑승경험으로 미루어볼 때, 남성승객들이 택시기사들을 대하는 태도가 더하면 더했지, 덜하진 않다. 가해자 놈은 그 사람이 '여성'탑승자였기 때문에, 감히 여자가 그따위로 말을 했기 때문에, 힘으로 쉽게 제압할 수 있게 때문에 성폭력을 저지른것이다. 더 괘씸한 것은 그가 한 명에 그치지 않고 힘의 과시로 최소 90여건에 이르는 성폭력을 저질렀다는 것이다. 그런데 저런 나쁜 놈을 위해 구구절절 평소행실 운운하는 열정 아끼지 않는 기자의 의도가 의심스럽지 않을 수 없다. 뭐랄까, 결론적으로 받은 느낌은, "싸가지 없는 여성승객 한명 때문에 건실한 가장이 이렇게 타락했단 말이다. 똑똑히 봐, 그리고 네들도 조심해."이런 거 말이다.

 

성폭력 사실을 말하거나 혹은 기사화 할 때 정말 조심해야 할 것은, 이런 성폭력에 대한 기사들이"여성들이여, 그러니까 똑바로 하란말이야"란 경고나 협박이 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자칫 여성집단에 대해 남성이 가지고 있는 통제력을 과시하고, 강화하고, 나아가 여성 자신의 몸에 대한 공포만 가중시키기 때문에. 그런데 저 기사가 딱 그렇다.

 

그럼 어떻게 써야 좋겠냐고..

 

 "다른 죄질이 나쁜 성폭력 범죄자들과 같이, 이 성폭력 범죄자의 경우도, 겉으로는 건실한 가장과 존경받는 사회인인양 행세하였다고 합니다. 범죄동기 또한, 택시기사를 하며 받은 스트레스를 여성승객만을 타겟으로 삼아 성폭력을 저지름으로써 해소하려 했다는 점으로 볼 때, 사회적 약자에 대한 폭력을 저질렀으므로 이에 대한 가중처벌이 있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기사라는 건 사실의 전달이 아니라, 사실에 대한 해석을 담고 있다는 걸, 비겁하게 숨기지 않는다면, 저렇게 쓴 것이 얼마나 잔인한 짓인지 알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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