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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얼마전까지는

뭇사람들이 살아가는 속도에-아무리 막산다고 그래도 '보통'이라도 해야되는건 아닌가- 집착하면서 발을 동동 구르기도 하고, 마음 조급하기도 했다.

그런 집착을 유지하는 것도 엄청난 에너지가 필요해서, 계속하기가 쉽지 않다. 지금은 포기중이랄까.

 

얼마 전에 나이에 대한 누군가의 글을 보다 괜히 잡생각이 일었다.

나에게 나이란 것은, 사회적으로 어떤 역할과 지위, 목표 등을 상정하는 지표 기능을 상실한 지는 오래지만, 어쩔 수 없는 나이의 무게를 느낄 때는 있다.

 

그러니까 외부의 소리가 아닌, 내부에서 고함쳐대는 소리에 귀를 귀울일 때엔, 뭔가 잘못된 건 아닌가 조바심이 인다. 내가 살아온 세월의 결들을 꼼꼼히 되새겨볼 때면 말이다.

아... 불행히도 나는 뭔가를 많이 해버렸다. 말을 하고, 행동을 취하고, 입장을 정하고, 누군가 토론하고 싸우고,연애를 하고 헤어지고, 상처주고 상처받고.. 헤아릴 수 없이 많은 걸 해버렸다. 그래서 과거를 생각하면 벌써 숨이 가쁘고 버겁다.

도대체 60 혹은 70 그 이상의 세월을 살았냈다고 하는 사람들은

머리 속에 마음 속에 차고 넘칠 그것들을 어찌 추수리고 살아나가는 것일까

 

사회가 나이주의라는 이데올로기로 나를 옭매어 짜증나기도 하지만,

어쩔 땐 내 스스로 인생의 발동을 다시 걸기가 힘들다.

과거들 때문에, 내가 그것들로부터 자유로워질 수가 없기 때문에, 그런 과오를 다시 저지른다는 게 너무 싫어서, 앞으로 그것들을 곱씹고 살아갈 날들을 헤아리는 것도 끔찍해서..

 

그렇다고 웅크리고 숨죽이며 아무 것도 하지 않을 수는 없다.

주변에선 과거의 나를 비추어주는 사람들, 혹은 그런 인간관계들이 과거와 같이 나와 살아가기를 갈망하고 있고, 나는 그런 속도에 맞추어 가끔 성찰없이 발맞추어 나간다.

 

하..여즉 안죽은거 보면, 뭔갈 더 하라는 건가..싶기도 하고

뭔가 더 하려니 지나온 세월보다 더 잘살 자신이란 것도 없고 대략 그렇네 ... 에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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