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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노동조합운동

“우리 사회는 크게 세 가지 분열의 요인을 안고 있습니다. 그 하나는 역사로부터 물려받은 분열의 상처이고, 그 둘은 정치 과정에서 생긴 분열의 구조이며, 그 셋은 경제적 사회적 불균형과 격차로부터 생길지도 모르는 분열의 우려입니다.”

 

이것은 다름이 아니라, 노무현이 지난 8월 15일 해방 60년을 맞이하여 오늘 한국사회가 어떤 위기(분열)에 처해있는지를 제시한 경축사 중 일부다. 이어 그는 각각의 원인으로 미완의 과거 청산, 지역구도/대결적 정치구도, 인재 육성과 생산설비투자를 소홀히 하는 기업과 고용의 유연성을 가로막고 있는 기존 노동운동(대기업노조)을 지목했다. 이것이 개선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오늘 노동조합운동이 노무현도 분석해보려 하는 한국사회 위기를 외면하거나 피상적으로 인식한다면, 그리하여 자신이 누려왔던 혹은 과거 누리고 싶었던 권리를 방어/쟁취하는데 급급하다면, 개혁을 선도하는 이 같은 이데올로기 앞에서는 완전히 무기력할 수밖에 없다. 누구나 한국사회의 위기를 체험하고 있고, 어떤 식으로든 이에 대한 처방이 필요하다는 것쯤은 누구든 짐작하고 있기 때문이다. 노동조합운동이라 할지라도 대중의 지지 없이는 임금 한 푼 올릴 수 없다는 것이 상식이 되어버린 상황에서, 위기인식에 뒤처진 노동조합운동은 이를 따라잡으려는 노선을 취할 수밖에 없게 된다. 제기된 사회적 의제를 급진화 한다는 미명아래 자신의 운동의 일부로 삼으려는 발상이 바로 그것이다. ‘x-file공대위’나 ‘사회양극화해소국민연대’ 같은 시도들 말이다.
이 같은 노선의 가장 큰 비극은 그 성공가능성을 철저하게 지배세력들의 성공가능성에 의존한다는 사실이다. 몇몇 지역, 공장 노동자들이 이를 통해 약간의 권리를 누릴 수 있을지 모르지만, 대중에 대한 지배세력들의 통치체제의 확립이 노동자계급의 전반적인 지위 하락으로 이어진다는 것쯤은 최근 몇 년의 경험만으로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IMF를 매개로 신자유주의자들이 확립한 지배체제 - DJ정권으로 통칭되는 지배체제가 확립된 이후 노동자계급이 어떤 처지로 내몰리게 되었는지를 떠올려 보라. 지배세력들의 이 같은 통치술이 과연 성공할 수 있는 지는 차치하더라도 설사 성공한다 한들 노동자계급 전체의 이해에 반하는 결과로 수렴될 일에 노동조합운동이 솔선수범하여 나서는 것은 납득하기 어려운 것이다.

 

이런 상황은 오늘 노동조합운동의 노선 자체에 대한 전면적인 토론을 요구하는 것이기도 하다. 노동조합운동의 현 상태에 대한 진단에서건 노동조합운동이 처한 현실(신자유주의 금융세계화시대)에 대한 분석에서건 어떤 이유에서라도 말이다. 수많은 노동자운동 활동가들이 이 문제를 둘러싸고 집단적으로 토론을 벌여야 한다. 왜 오늘 노동조합운동이 전체 인민의 지지는커녕 노동자들 사이의 지지도 못 얻는, 노동자계급의 정치적 단결(노동자의 계급적 단결)을 어렵게 하고, 노동자계급내부의 위계(정규직/비정규직, 남성/여성, 중심국가의 노동자/주변국가의 노동자)를 극복하지 못하고, 노동조합 내의 민주주의를 요원하게 하는지를 분석해야 한다. 노동조합운동이 어떤 것을 목표로 어떻게 해야 전체 노동자의 요구와 조화를 이루는지, 내부의 차별과 갈등을 넘어 조직 내 민주주의를 이룩할 수 있는지, 나아가 어떻게 해야 노동조합운동이 노동자, 농민, 여성들 사이의 동맹을 가능케 하고, 착취질서를 폐절하여 새로운 세상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하는데 산파역할을 할 수 있을지를 고민해야 한다. 노동자의 시신을 놓고 ‘열사다’ ‘아니다’ 식의 논란을 노동자들 사이에서 벌여야 하는 비통한 현실 앞에서는 더더욱 말이다.

 

 

질라라비 9월호 발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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