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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자회담 합의의 '10대 쟁점'…'10대 讀法' | |||||||
<분석> 전문가 진단 "'장밋빛'은 없다…곳곳에 암초" | |||||||
2005-09-21 오전 10:19:2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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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파국을 피하기 위해서'라는 소극적인 동기가 작용한 합의였던 만큼 성명의 문구 곳곳에는 참가국들이 편의에 따라 아전인수격으로 해석할 여지가 숨어 있는 것도 사실이다. 발표 하루만에 튀어 나온 '경수로 제공 시점'에 대한 논란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는 '행동 대 행동'은 고사하고 아직 끝나지 않은 '말 대 말' 단계에서 조차 순탄치 않은 행로를 예고한다. <프레시안>이 앞으로 논란의 불씨가 될 수 있는 쟁점 10가지를 추려 그 독해법을 소개한다. ▶ 쟁점 1. '빠른 시일' vs. '적당한 시점' 핵 포기를 먼저 할 것이냐, 그에 대한 상응 조치를 먼저 할 것이냐는 문제는 2002년 2차 북핵 위기 발발 이후 전 시기를 관통하는 핵심 중의 핵심 쟁점이다. 북한의 요구 사항은 '체제 보장'에서 '불가침 조약' '경수로 제공' 등으로 변해 왔지만 누가 먼저 행동할 것인지는 북핵 문제의 전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북한은 한때 '동시 행동 원칙'을 들고 나왔지만 부시 미 행정부의 대북 강경책은 그것마저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번 공동성명도 '핵을 포기하고 빠른 시일 내에 핵무기비확산조약(NPT)과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보장·감독으로 복귀할 것을 약속'하는 동시에 '적당한 시점에 북한에 경수로를 제공하는 문제를 논의하기로 한다'고만 돼있고 선후 문제는 명시하지 않았다. 성명 다음날부터 북한은 '경수로 제공 먼저', 미국은 '핵 폐기 먼저'라며 문제를 원점으로 돌려놓는 듯한 설전을 벌였다. 이같은 논란은 무엇보다 북미 간에 자리하고 있는 극도의 불신 때문이다. 이는 국제적인 구속력을 가진 법·제도적인 틀을 갖출 때에만 풀릴 수 있다. 그러나 6자회담이라는 논의틀과 공동성명은 정치적인 구속력만 있을 뿐 법적인 강제력이 미흡하다는 것이 대체적인 평가다. 따라서 11월 시작되는 제5차 6자회담은 행동의 선후를 따지기보다 한쪽이 먼저 행동했을 때 다른 쪽도 약속을 지키게 하는 '강제력'을 담보하는 장이 돼야 한다는 과제를 안고 있다. ▶ 쟁점 2. 평화적 핵 이용권 인정? 미국은 제4차 6자회담 휴회기간 동안 평화적 핵 이용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유연한 태도를 취해 왔다. 이는 1단계 회담의 휴회 이유가 평화적 핵 이용권을 둘러싼 논란이었고, 경수로 제공이 평화적 핵 이용권의 하위 개념인 것에 비춰볼 때 다소 모순된 태도였다. 그러나 이같은 태도 변화는 미국이 평화적 핵 이용권을 '이론적인 문제' '미래의 권리'라는 식의 추상적 개념으로 재정의한 데에 따른 것이다. '숨을 쉴 수 있는 권리는 누구나 있다'는 우리 정부 당국자의 비유대로 '평화적 핵 이용권'이라는 원론적 의미의 핵 주권은 허용하되 그에 따른 구체적인 행동은 별개의 문제로 삼으려는 전략에서 비롯된 것이다. 북한이 말하는 평화적 이용권은 그러나 실험용 혹은 산업용으로 당장 핵을 이용할 수 권리를 뜻하는 것으로 미국의 개념과 논의 수준이 다르다. 이처럼 이번 공동성명에 포함된 평화적 핵 이용권 문구 역시 서로 다른 의미로 해석될 여지가 농후해 지속적인 논란거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 쟁점 3. 네오콘은 공동성명을 어떻게 볼 것인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시 미 행정부가 이번 공동성명을 온전히 받아들일지도 미지수다. '불법 행위에 대한 보상은 없다'는 원칙을 지속적으로 천명해 온 미국이 공동성명에 포함시키기조차 거부했던 경수로 문구가 불완전한 형태지만 일단 명시됐기 때문이다.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차관보가 성명 발표 직후부터 더욱 강한 어조로 북한의 선(先) 핵포기를 주장하는 것은 북한을 향한 외침인 동시에 북한과의 협상 자체를 거부했던 미 행정부 내 강경파(네오콘)들을 향한 '국내용'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부시 1기 대북 정책이 실패로 평가되면서 협상 기간 동안 침묵을 지키고 있던 강경파들이 경수로 관련 문구를 빌미로 행정부 내 협상파들을 압박하며 공동성명을 사실상 무효화하려는 시도를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 쟁점 4. 남한내 핵무기 사찰 요구 가능성 '한국 영토에는 핵무기가 없음을 확인'한다는 구절은 이번 공동성명 중 눈에 띄는 대목의 하나다. 미국은 모든 핵무기 배치에 관해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는 'NCND' 정책을 취해 왔지만 한반도에서만은 주한미군에 핵무기가 없다고 명시적으로 부인해 왔다. 아버지 부시 대통령은 91년 전술핵무기를 모두 철수하겠다고 선언했고, 같은해 12월 노태우 대통령도 한국 영토와 영해 어느 곳에도 핵무기는 없다고 천명했다. 그러나 북한은 지난 16일까지도 남한에 1000여 개의 핵무기가 있다며 극도의 불신감을 드러냈다. 따라서 북한이 자신들이 핵무기와 핵 프로그램을 포기하고 국제적인 감시 체제에 들어가는 동시에 남한 내에도 핵무기가 없다는 것을 검증해야 한다고 요구할 가능성이 짙다. 이는 핵 폐기와 경수로 제공의 선후 문제 못잖은 논란의 불씨가 될 수 있다. 또 설령 한국 영토 내에 핵무기가 없더라도 한국이 미국의 핵우산으로부터도 벗어나야 한다는 주장을 결국에는 펼 것으로 보인다. ▶ 쟁점 5. 북한은 '중대제안'을 받아들일까 우리 정부는 북한에 200만kW의 전력을 공급한다는 중대제안은 신포 경수로의 종료를 전제로 한다는 입장을 일관되게 취해 왔다. 문제는 공동성명에 '중대제안은 신포 경수로 대체용'임이 명시되지 않은 채 '200만kW의 전력공급에 관한 7월 12일자 제안을 재확인했다'고만 돼 있고, 북한의 수용 여부도 명시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우리 정부의 입장이 뚜렷한 상황에서 선뜻 전력을 받겠다고 하면 그것은 곧 신포 경수로의 포기를 의미하므로 북한 입장에서는 수용 여부를 모호하게 처리하는 협상 전략을 택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이번 2단계 회담 초반 신포가 아닌 새로운 경수로를 요구하기도 했지만 공동성명에는 단지 '경수로'라고만 돼 있어 신포 경수로의 끈도 여전히 쥐고 있다. 따라서 공동성명 이행 협상 과정에서 신포 경수로 공사 재개와 전력 공급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으려는 시도를 끊임없이 할 수 있다. 경수로 제공의 모호함과 전력 공급의 명확함을 십분 활용한다는 시나리오인 것이다. 미국이 이를 받아들일 리는 만무하지만 북한이 이를 협상의 지렛대로 활용한다면 협상 과정이 난관에 봉착할 수 있다. 송전의 전제가 신포 경수로의 종료임을 수없이 공언한 우리 정부도 북한과 '퇴로 없는 싸움'을 벌일 상황에 빠질 수도 있다. ▶ 쟁점 6. 송전과 경수로 공사비, 이중 부담? 경수로 공사비 문제는 북한이 모든 핵을 포기하고 NPT·IAEA의 보장·감독으로 복귀할 경우에나 해당된다는 것이 북한을 제외한 5개국의 공통된 인식이지만 이에 대한 논란은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20일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경수로가 건설되지 않는다면) 송전 비용은 천문학적으로 늘어날 수 있는데 경수로 제공과 맞물리게 되면 어쨌든 총 비용은 줄어들 수 있다"는 계산법을 제시했다. 즉 경수로 건설이 완료될 때 송전을 중단하는 '한시적 송전'이 된다면 '무기한 송전'에 들어갈 비용이 줄어 총량상 부담을 덜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북한이 공동성명의 약속대로 핵 폐기 수순을 밟아 경수로를 받을 수 있는 단계가 되더라도 일정 기간 동안은 이중 부담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신포가 아닌 곳에 경수로를 건설할 경우 공사비 자체도 만만찮을 게 분명하다. '케도 식의 부담', 즉 공사비 대부분을 우리 정부가 떠맡는 일은 없다는 우리 정부의 입장은 '희망사항'에 불과할 수도 있다. 또 5개국이 북한에 에너지(사실상 중유)를 제공키로 한 약속까지 이행할 경우 비용은 크게 늘어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국내에서 또 다시 '퍼주기' 논란이 재현될 수도 있는데, '민족 경제공동체 구축을 위한 비용'이라는 우리 정부의 논리가 얼마나 설득력을 발휘할지 의문이다. ▶ 쟁점 7. 평화체제를 위한 포럼은 자체 추진력을 가질 것인가 이번 공동성명에서 또 하나의 성취로 꼽히는 '한반도 영구 평화체제를 위한 협상'은 한반도에 잔존하고 있는 냉전 질서를 북핵 문제의 해결과 함께 해체하려는 시도로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바꾸는 노력까지 포함하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시도가 북핵 문제에 발목이 잡힐 경우, 94년 북미 제네바 합의와 2002년 북일 평양선언, 97년 제네바 4자회담 등에서 처럼 한반도 신질서 구축 문제가 말잔치로 끝날 가능성도 얼마든지 있다는 지적이다. 평화체제 구축의 '진도'가 아무리 많이 나가더라도 문제의 핵심인 북핵이 꼬일 경우 사상누각이 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평화체제 논의가 실질적으로 진전되기 위해서는 북핵 해결이 우선 진전을 보여야 하는 것은 물론 북-미, 북-일 관계 정상화와 맞물려 시너지 효과를 노려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또 설령 북핵이 난항을 겪더라도 포럼이 자체의 추진력을 갖고 한반도 평화체제에 관한 장기적인 비전을 마련하는 장이 돼야 공동성명의 취지를 살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 쟁점 8. 중국, 6자회담 발판으로 부상? 이는 북핵 해결 자체에서 나오는 쟁점이라기보다 향후 한반도를 둘러싼 정세에서 나타날 중대한 문제가 될 전망이다. 6자회담에서 지도력을 인정받은 중국이 지역내 영향력을 확대하려고 할 것이며 미국은 일본과 함께 이를 견제하려 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양측의 그같은 각축이 주로 한반도를 대상으로 벌어질 것은 자명한 일이다. 중국 언론들은 벌써부터 중국의 지역적 영향력이 확대되면 미국과 일본의 견제에 대응할 준비를 해야 한다며 우선 제5차 6자회담에서의 영향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문하고 있다. 중국은 아시아 문제는 아시아 국가가 해결해야 한다는 논리를 내세울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은 또 이번 공동성명에서 거론된 한반도 평화체제를 위한 포럼에도 참여하는 것이 기정사실화 되고 있어 '중국이 관리하는 한반도 평화체제'를 꾀하려 할 것으로 보인다. ▶ 쟁점 9. 제5차 6자회담은 약속대로 열릴 수 있을까 이번 공동성명과 제5차 6자회담 사이에도 북미 접촉을 비롯, 참가국간 다각도의 접촉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의 진단대로 공동성명은 북핵 해결의 종결이 아니라 시작이라는 점에서, 그리고 참가국들의 편의대로 해석될 여지가 많다는 점에서 세부적인 협상거리가 산적해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과거보다 더한 갈등이 노정될 수 있다는 점이다. 행동의 선후차를 두고 성명 발표 다음날부터 벌어지는 논란을 볼 때 회담이 원점으로 돌아간 것은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낳게 하는 상황에서 북한과 미국이 공동성명 문구 하나하나를 갖고 옥신각신할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이렇게 되면 공동성명은 아무 강제력 없는 말잔치로 끝날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박순성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이에 대해 "북미간에 실무 협상을 한 후에 6자회담을 한다는 식의 북미간의 기본틀이 없어 아쉽다"고 평했다. ▶ 쟁점 10. 북일 관계정상화 과정이 북핵 해결의 걸림돌은 되지 않나 공동성명에 북일 관계정상화 문제가 언급된 것은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가 중의원 선거에서 압승을 거둔 후 밝힌 '북한과 관계정상화 추진' 입장으로 탄력받은 바 크다는 것이 지배적인 분석이다. 그러나 관계정상화라는 표면적 긍정성에도 불구하고 북핵문제 해결에 있어서는 오히려 걸림돌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도 간과해서는 안 될 문제다. 북한과의 관계정상화 과정에서 일본인 납치 문제를 어떤 식으로든 해결하려는 일본이 북핵 테이블에까지 이 문제를 끌어들일 경우 공동성명 후속 회담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북미간의 관계정상화에서도 마찬가지일 수 있다. 더군다나 '유엔헌장의 원칙과 목적을 준수'한다는 공동성명 2조의 이면에는 북한 인권과 미사일 문제가 함축돼 있는 것으로 보여 이 문제들이 북핵 테이블에 오를 경우 '혹 떼러 갔다 혹 붙이고 오는 격'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
황준호/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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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과 미국이 6자회담 타결 하룻만에 경수로 건설 시기를 놓고 대립하고 있다. 여기에 기존 신포 경수로 종료를 전제로 한 한국의 중대 제안과 6자회담 합의문에서 언급한 경수로가 서로 겹친다는 주장도 나와 논란이 거세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21일 열린우리당 확대간부회의에 참석해 "(북·미간 대립이) 앞으로 많겠지만 얼마든지 타결이 가능하다고 본다"며 "복안도 있고 전략도 서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그 내용이 무엇인지는 정확히 알려지지 않고 있다. 이번 6자회담 합의문에는 "북한은 핵에너지를 평화적으로 사용할 권리가 있다"며 "다른 참가국들은 이에 대해 존중을 표시하고, 적당한 시점에 북한에 경수로를 제공하는 문제를 논의하기로 합의했다"고 되어있다. 경수로 제공 자체를 약속한 것도 아니다. 북한이 경수로를 제공해야 핵무기확산방지조약(NPT)에 가입한다는 주장에 대해 미국과 일본은 "어림없다"며 일축하고 있다. 한국 정부의 고위 당국자도 지난 19일 6자회담이 타결된 직후 "북한이 핵 프로그램을 폐기하고 NPT에 복귀하며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안전조치를 이행한 다음에 경수로가 제공된다"고 말했다. 알렉산드르 알렉세예프 러시아 외무차관도 같은 날 "북한이 핵무기비확산조약(NPT)에 복귀하지 않을 경우 북한에 에너지를 지원할 수 없다"고 밝혔다. 중국은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으나 이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결국 이 문제는 북한의 핵 폐기는 '현재형'인데 비해 경수로는 '미래형'이라는데서 발생한다. 오는 11월 열리는 5차 6자회담에서 격론이 벌어지겠지만 결국은 '동시행동'을 최대한 충족하는 식으로 결론을 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즉 북한이 NPT에 복귀하고 IAEA 사찰을 수용하는 것과 미국이 북한에 경수로 제공을 보장한다는 차원에서 북한과 원자력 협정을 체결하는 것을 동시에 이행하는 방안 등이 논의 될 수 있다. 신포 경수로 놔두고 경수로 따로 짓는 건 낭비
그러나 현실은 간단치 않다. 지난 1994년 제네바 합의에 따라 북한에 제공하기로 한 경수로 2기는 2003년 12월 완공이 목표였다. 그러나 신포 경수로는 34.5%의 공정을 보인 가운데 지난 2003년 11월 미국과 일본의 강력한 반대로 공사가 중단된 상태다. 신포 경수로의 총 공사비는 46억달러로 계상됐으며 이미 15억4000만달러가 투입됐다. 총 공사비 가운데 70%인 32억2000만 달러는 한국이, 9억2000만 달러는 일본이, 나머지는 유럽연합(EU)이 부담하기로 했다. 미국은 비용을 내지 않는 대신 경수로 완공 때까지 연간 50만t(연간 5000만 달러)의 발전용 중유를 북한에 주기로 했다. 그런데 지난 7월 12일 우리 정부는 중대제안을 공개하면서 대북 전력 제공 비용을 신포 경수로 공사비 중 한국 부담금 32억2000만 달러 가운데 이미 쓴 11억7000만 달러를 뺀 나머지 돈에서 충당한다고 발표했다. 정부는 200만㎾ 송전선로 건설에 6000억원, 변환 설비에 1조원, 변전소 2곳에 12000억원 등 총 1조7200억원이 중대제안 이행에 필요한 것으로 추정했다. 또 해마다 200만㎾의 전력 생산에 1조원 정도가 들 것으로 보인다. 만약 34.5%의 공정이 이미 진행됐고 15억달러가 넘는 돈이 투입된 신포 경수로를 폐기하고 다른 경수로를 생각한다는 것은 심각한 낭비다. 신포 경수로는 공사를 속개하면 4~5년이면 완공될 수 있지만, 새 경수로 건설에는 또 10년이 걸려야 한다. 백학순 세종연구소 남북관계연구실장은 "우선 경수로 부지로 신포만큼 좋은 곳이 없다"고 지적했다. 정부의 한 고위당국자는 지난 20일 "북한에 대북 송전을 하되 경수로가 완공되어 발전을 시작하면 그때 대북 송전은 중단한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중대제안과 6자회담 합의문에 언급된 경수로가 모순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1조7200억원이나 들여 만든 송전 및 배전 설비가 경수로가 완공되는 즉시 필요없게 되는 것 아니냐는 반론이 나오는 것이다. 미국이 부담하던 중유 5개국 나눠 부담... 일본의 부담이 제일 클 듯 이번 합의문에는 "중국·일본·한국·러시아·미국은 북한에 에너지를 제공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는 부분이 있다. 이 부분에 이어 "한국은 북한에 200만kw전력을 제공하는 2005년 7월 12일의 제안을 재확인했다"로 되어있다. 여기서 에너지는 중유를 말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따라서 보수 진영에서는 "북한은 남한의 전기도 받고, 중유도 공급받고, 경수로도 얻게 되는 등 모든 것을 얻었다"고 볼멘 소리를 하고있다. 원래 제네바 합의는 경수로 완공 때까지 중유는 전적으로 미국이 부담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한·중·일·러·미 등 5개국 모두 중유 공급의 당사자로 되어있다. 합의문에 각국의 구체적인 분담 액이 명시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앞으로 협의를 해야 한다. 물론 현재 정부안에 따르면, 대북 송전은 오는 2008년부터 시작될 수 있기 때문에 지금부터 2008년까지는 국제사회가 중유를 북한에 공급하고, 이후 전력을 직접 제공하다가 경수로가 완공된 다음에는 이를 끊으면 된다. 그러나 이런 복잡한 과정을 겪을 필요없이, 제네바 합의 때처럼 중유만 제공하다가 경수로가 완공되면 이를 끊는 것이 더 간편하고 비용도 덜 든다라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국제조사문제연구소 조성렬 박사는 "경수로가 완공된 뒤 송전 및 배전 시설은 필요없겠지만 통일에 대비해 북한에 대한 사회기반시설(SOC) 건설 차원에는 의미가 있을 것"이라며 "이후 경수로가 건설된다면 대북 전력 제공에 들어간 한국의 비용은 상계하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조 박사는 "중유 공급의 경우, 미국은 의회의 승인을 받아야 하는데 문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에 행정부에서 할 수 있는 최소한의 것만 할 것"이라며 "한국은 전력제공을 하니까 빠질 것이기 때문에 결국 일본·러시아·중국이 대부분을 부담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국은 이미 북한에 상당량의 석유를 제공하고 있기 때문에 곧 북한과 곧 수교협상을 하게 될 일본의 부담이 제일 클 것으로 보인다. |
9·19 공동성명, 제네바합의와 비교해보니 / 내용·형식 훨씬 포괄적 / 국제적 구속력 더 높아 |
[한겨레]2005-09-21 04판 04면 1096자 |
‘9·19 6자 공동성명’은 북핵 문제와 관련해 1994년 10월의 북-미 제네바 기본합의서 이후 11년 만에 나온 역사적 문건이다. 이번 6자 공동성명(Joint Statement)과 제네바 기본합의(Agreed Framework)는 둘 다 법적 구속력이 없는 정치적 문서다. 그러나 두 문건은 합의 주체와 성격·내용·형식 면에서 여러모로 다르다. 우선 양자 합의였던 제네바 합의와 달리, 공동성명은 6개국의 다자 합의라는 점에서 국제적 구속력이 상대적으로 높다. 북-미 간 배타적 양자 교섭이었던 제네바 합의와 달리, 이번엔 한국과 중국이 적극적 구실을 했다는 점도 합의의 생명력을 높이는 대목이다. 내용적으론 제네바 합의가 영변 흑연감속로 등의 ‘동결’에 초점을 맞췄던 반면, 이번 공동성명은 “모든 핵무기와 핵계획의 ‘포기’”를 명시하고 있다. 핵 비확산협상 역사상 유례없이 포괄적인 규정이다. 대신, 관련국의 상응 조처도 포괄적이다. 제네바 기본합의는 북-미 관계의 “대사급 승격”을 밝힌 반면, 공동성명은 북-미, 북-일 관계 정상화 추진으로 폭이 넓어졌다. 이는 북한의 외교적 숙원 사업이다. 제네바 합의는 흑연감속로 포기의 ‘대가’로 경수로 제공과 중유 제공 방안을 명시했다. 이번엔 ‘대가’라는 언급 없이, “적절한 시기에 경수로 제공 논의”라는 추상적 문구로 대체됐다. 그러나 미국 등 5개국의 에너지 지원, 한국의 200만kW 대북 직접 송전, 6자의 양자·다자적 에너지·교역·투자 증진 등 좀더 근본적인 지원·협력 방안이 덧붙여졌다. 이번 성명에 △직접 당사자가 별도 포럼에서 한반도 영구 평화체제에 관한 협상을 벌이기로 하고 △6자가 동북아 안보협력 증진 방안·수단을 모색하기로 한 것은 각별히 중요하다. 북핵 문제에만 집중했던 제네바 합의와 달리, 이번엔 북핵 문제를 ‘큰 산의 나무’ 또는 동북아 평화 프로세스의 일부로 상정했다는 점에서 그렇다. 제네바 합의엔 관련 내용이 없다. 다만, 북-미 양자 사이 구체적 행동규칙을 적시한 제네바 기본합의는, ‘말 대 말’ 합의인 이번 공동성명이 ‘행동 대 행동’의 세부 일정으로 구체화하는 과정에서 끊임없이 반추될 ‘준거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제훈 기자 nomad@hani.co.kr |
<6자회담 타결> '북핵' 6자회담-94년 제네바합의 차이점 |
[경향신문]2005-09-20 45판 05면 1425자 |
19일 2단계 제4차 6자회담에서 타결된 6개항의 공동성명은 1994년 체결된 북.미 제네바 기본합의와 여러 측면에서 대조적이다. 제네바 합의문 체결 당시에는 북한의 붕괴가 임박했다는 가정이 전제가 됐다면 6자회담은 북한의 생존을 전제로 한 '빅딜'이라는 점이 가장 큰 차이다. ◇회담 방식=제네바 합의문이 북.미 양자회담 방식으로 타결됐다면 6자회담 공동성명은 핵문제의 협상 주체라고 할 수 있는 북한과 미국을 포함한 남한, 중국, 일본, 러시아 등 6자간 협상의 산물이다. 제네바 회담과 같은 양자협상은 어느 한쪽이 약속을 깨면 합의사항이 백지화되는 위험부담을 안고 있다. 실제로 미국은 북측이 제네바 합의 이후에도 핵개발을 지속해온 만큼 먼저 합의사항을 어겼다고 주장하고 있고, 북측은 2003년까지 2백만㎾의 경수로를 제공하지 않아 미측이 합의문을 먼저 파기했다고 맞서고 있다. ◇의제=제네바 합의문이 북한의 핵시설 동결과 보상에 중점을 뒀다면 6자회담 공동성명은 북한의 핵무기와 핵관련 프로그램을 모두 폐기하고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문제까지 포괄하고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차이다. 제네바 합의문은 북한이 흑연감속로를 동결하는 대신 미국은 경수로 및 중유를 제공하고, 정치.경제적 관계정상화를 이룬다는 것이 주요 골자다. 제네바 합의문을 통해 경수로와 중유공급 문제를 전담하는 국제컨소시엄인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가 출범했다. ◇대북인식=미국은 제네바 합의문 체결 당시 북한의 붕괴가 임박했다는 가정을 전제로 한 만큼 합의사항 이행에 적극적이지 않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94년 북한의 핵시설 단지인 영변을 폭격하려던 계획을 한국 몰래 세운 것은 미국의 대북 인식을 단적으로 말해주는 사례라는 것이다. 하지만 6자회담에서 북한의 평화적 핵이용 권한을 보장하고 참가국 모두 대북에너지 제공의지를 명확히 한 것은 참가국들이 기본적으로 북한 정권이 단기간에 붕괴하지 않고 '생존'할 것임을 인식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는 설명이다. ◇경수로=제네바 합의문과 6자회담 공동성명은 표현에서 차이가 있지만 대북경수로 제공문제에 관련한 문구가 담겨 있다. 6자회담 틀내에서 새로운 경수로를 요구한 북측에 대해 미측이 단호히 거부하면서 결렬 위기로까지 치달았던 회담은 비록 애매한 표현이지만 '경수로'란 단어를 공동성명에 집어넣으면서 극적 반전을 이뤘다. 참가국들은 "적당한 시점에 북한에 경수로를 제공하는 문제를 논의하기로 합의"하는 선에서 조율을 마쳤다. 추후 '적당한 시점'을 정하는 문제를 놓고 논란이 일 것으로 예상되지만 북측으로서는 사실상 '빅딜'에 어느 정도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남한의 협상중재=북측은 제네바 합의 당시 철저히 '통미봉남'(通美封南) 원칙으로 임했지만 6자회담 때는 '통한통미'(通韓通美)로 전략을 바꿔 남한의 중재를 적극 수용했다. 이번 회담에서는 남한이 사실상 협상을 주도했다. 베이징|박영환 기자 |
94년 제네바합의와 차이는‥ 미래 핵개발뿐 아니라 기존 핵도 포기 | ||||||||||||
[한국경제신문]2005-09-20 954자 | ||||||||||||
19일 2단계 제4차 6자회담에서 타결된 6개항의 공동성명은 1994년 체결된 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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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핵물질에 대하여
핵물질은 핵분열성(Fissile) 물질과 핵원료성 물질(Fertile)의 두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핵분열성(Fissile) 물질은 저속 중성자를 흡수하면 핵분열을 일으키는 핵종(원자핵의 종류)으로, 핵무기 및 원자로의 핵연료로 사용되며 U233, U235, Pu239, Pu241 등이 있다. 핵원료성(Fertile) 물질은 중성자를 흡수하면 핵분열성 물질로 변환될 수 있는 핵종을 말하며 U238과 Th232(토륨)이 있다.
가장 중요한 핵물질로 우라늄과 플루토늄이 있으며, 우라늄은 U235의 비율에 따라 다음과 같이 분류한다.
- 천연우라늄 : U235가 0.71%, U238이 99.28%로 자연상태로 존재하는 우라늄.
- 농축우라늄 : U235가 0.72% 이상(통상 5%-90% 이상)
- 감손우라늄 : U235가 0.71% 미만(U235가 많이 감손된 상태)
플루토늄은 원자로 내에서 U238이 중성자를 흡수하여 만들어지는 핵종으로 자연에는 존재하지 않는다. Pu은 독성이 매우 강한 맹독성 방사성 물질이다.
Pu은 Pu239, Pu240, Pu241, Pu242 등 여러개의 동위원소로 구성되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Pu239이며, 대체로 Pu239가 차지하는 비율에 따라 플루토늄의 등급이 결정된다.
2. 핵연료 주기란?
우라늄이 광석으로 채굴되어 정련-변환-농축-가공단계를 거쳐 원자로에서 사용된 후 재처리, 재활용 및 고준위 폐기물로 영구처분되기까지의 전 과정을핵연료주기라 한다. 원자력발전소를 중심으로 이전 단계를 선행 핵연료주기, 발전소에서 타고 난 이후 단계를 후행 핵연료주기라고 한다.
정련(Uranium Ore Processing)은 우라늄 원광으로부터 우라늄 성분을 분리해내어 Yellow Cake라는 우라늄 정광을 만드는 작업이다. Yellow Cake는 화학식이 U3O8으로 우라늄 성분이 약 80% 함유되어 있고, 노란색의 분말이다.
변환은 Yellow Cake을 다시 한번 정제하여 핵연료 급의 순도를 갖는 우라늄을 만든 후 이를 다시 우라늄 농축을 위해서 농축에 적합한 형태인 UF6(육불화우라늄)로 만드는 공정이다.
농축은 핵연료로 직접 쓸 수 없는 U238이 대부분(99.28%)인 천연우라늄을 핵연료로 사용하기 위하여 U235의 비율(0.71%)을 높이는 작업을 의미하며, 이렇게 U235의 비율이 높아진 우라늄을 농축우라늄(Enriched U)라 한다. U235의 비율을 높이면 동시에 다른 부분에서는 U235의 비율이 줄어들게 되는데 이렇게 U235의 비율이 0.71% 이하로 줄어든 찌꺼기 우라늄을 감손 우라늄(Depleted U)또는 열화우라늄이라고 한다.
농축의 원리는 U235와 U238의 질량의 차이를 이용하여 두 원소를 분리하는 것으로 기체확산법, 가스원심분리법, 전자장법, 레이저법 등이 있다.
현재 공식적으로 농축시설이 가동되고 있는 국가는 미국, 프랑스(EURODIF), 중국, 독일(URENCO), 네덜란드(URENCO), 영국(URENCO), 일본, 파키스탄, 러시아 등으로 알려져 있다.
EURODIF 시설은 프랑스에 있으나 프랑스, 이태리, 스페인, 벨기에 및 이란의 합작회사며, URENCO는 영국, 네덜란드 및 독일의 합작회사임.
*이 외에도 연구시설이 있거나 연구경험이 있는 국가로는 아르헨티나, 브라질, 이라크, 인도, 남아공, 이스라엘 등이 추가될 수 있으며, 여기에서 남아공과 아르헨티나는 각각 300 및 200KSWU/y 규모의 시설이 있었으나 현재는 폐쇄되었거나 철거되었다.
핵연료가공은 이산화우라늄(UO2) 분말을 압착 및 소결하여 pellet 형태로 만든 후 이를 피복관에 넣어 연료봉을 제조하고 연료봉을 조립하여 원자로에 장전할 수 있는 연료집합체를 제조하는 공정을 말한다.
핵연료주기 구축이란 우라늄 정련, 변환 및 농축을 포함한 핵연료물질의 생산, 핵연료 가공, 원자로에서의 연소, 원자로에서 타고 난 사용후핵연료의 재처리, 고준위폐기물의 처분 등 핵연료주기의 모든 단계를 자체능력으로 확보 및 운용하는 것으로 자립적인 원자력발전 기술의 보유를 의미한다.
*북한은 '농축' 과정을 제외한 전 핵연료주기를 완성하였고, 한국은 '농축' 및 '재처리' 과정이 없는 상태이다.
작년 미디어 오늘에 실렸던 기사임. -------------
황우석 박사와 언론의 '민족주의' | ||||||||||||
[온라인기자칼럼] '배아복제 실험중단' 말뒤집기에 '묵인'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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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민 기자 jasmin@mediatoday.co.kr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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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언론에 생명윤리는 보이지 않는다. 지난 2월 황우석 박사의 배아줄기세포 복제 발표 이후, 한국 언론은 생명윤리라는 것을 까맣게 잊어버린 듯하다. 한국 언론에는 오로지 기술만능주의와 경제, 국가만 있을 뿐 생명윤리와 인간존재에 대한 성찰은 보이지 않는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일부 언론을 제외한 대다수 언론들은 겉으로는 '사회적 합의'를 말하면서도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 내야하는 언론의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 지난 10월 말 인간배아복제를 재개하겠다는 황우석 박사의 발표와 이를 다룬 언론보도는 '사회적 합의'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을 남긴다.
황 박사의 말 뒤집기를 묵인한 언론
그런데 놀랍게도 실험중단에 동의를 표시했던 언론이 그가 기존 입장을 별다른 설명없이 뒤집었음에도 아무런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다. 사회적 합의가 없어서 중단됐던 실험이 8개월만에 사회적 합의를 얻은 것일까? 그간의 변화라면 지난 8월 영국 정부가 치료용 의학연구 목적의 인간배아 복제 실험을 세계 최초로 승인한 것이 유일했다. 10월 유엔을 통한 국제적인 합의는 이뤄지지 못했다. 언론이 황 박사가 '사회적 합의'에 대한 약속을 손바닥 뒤집듯이 뒤집은 것을 '지지' 혹은 '방관'하는 것은 오히려 당연한 일일지 모른다. 대다수의 언론은 그동안 줄기세포 복제와 관련해, 황 박사의 주장을 일방적으로 보도한 반면 "논란 속에 재개했다" "파문이 일 것이다" "국제적 논란이 재개될 것이다" 등의 추상적 표현을 통해 생명윤리 지지 입장을 뭉뚱그리는 '면피성' 보도를 해왔기 때문이다.
배아세포 복제는 황 박사의 도덕성 문제? 언론이 줄기세포복제를 찬성한다고 한발 양보하더라도 그가 '난치병 치료목적의 배아복제 연구를 제한적으로 허용하는' 생명윤리안전법이(2005년 1월1일) 시행되기도 전에 배아복제를 하겠다고 나선 것은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그 법의 완전성과 별개로(생명윤리 지지자들은 이 법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 법 제정과정에서 생명윤리와 배아복제가 오랫동안 논란이 됐다는 것을 감안할 때 그의 연구는 사회적 여론과 법적인 절차마저 무시한 과정상의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다. 그런데도 언론은 시민들과의 약속을 8개월만에 저버린 행위를 묵인했던 것처럼 과정상의 문제 또한 눈감아 주었다. 언론의 이런 태도는 독자와 시청자들에게 옮겨갔고, 언젠가부터 이를 '사회적 합의'로 오해하는 풍토가 만들어진 듯 하다. 언론은 '황 박사가 하지 않는다고 하니 염려 말라'면서 감정적인 여론몰이를 하고 있고, 이런 보도가 수없이 반복되면서 배아복제라는 사회적인 문제는 황 박사 개인의 도덕성 문제로 바뀌게 되었다.
황우석 박사와 국가중심적 민족주의에 호응한 언론 그의 '애국적 발언'은 매력적이었고, 언론을 자극시키기 충분했다. 이는 황 박사의 발언을 추적해보면 쉽게 밝혀진다. 그는 2월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정부가 허가하지 않을 경우, 해외로 나가서라도 연구를 계속하겠다"고 말하며 언론과 정부를 한차례 긴장시켰다. 이후 그는 "자신의 연구결과가 국가적 차원에서 활용돼야 한다" 등의 발언을 쏟아내며 <황우석교수 세계 각국서 러브콜...본인은 "국내 남겠다"> <"황우석교수 지켜라" / 국내연구 지원 모색 등>의 제목과 함께 언론을 장식하며 일반인들을 감동시켰다. 민족주의적 발언이 호소력을 가진다는 것을 눈치했는지, '애국심'을 자극하는 발언은 배아복제 재개 선언 전후로 더욱 두드러졌다. "일부 국가들이 인간배아줄기세포 복제배양을 마치 한국만의 기술이라는 인식을 갖게 되면서 유엔에서 복제 연구를 금지하는 방향으로 분위기가 흐르고 있어 걱정된다."(10월12일 기자회견) "한두달이 더 늦어지면 다른 나라에서 남성이나 노년층 체세포를 이용한 줄기세포 복제에 먼저 성공을 거둘 수 있다."(10월21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 "최근 영국, 일본 등이 잇따라 배아복제 실험을 허용할 예정인데다 중국 등 기존 연구팀들도 연구에 박차를 가하는 상황 등을 고려해 이같이 결정했다."(10월21일 조선일보와의 인터뷰) "과학기술 분야에서도 초강대국인 미국과 배아줄기세포 연구를 국가의 최우선 과제로 적극 추진하고 있는 중국 등 경쟁국들이 맹렬히 따라붙고 있어 잠이 오지 않을 지경이다."(10월23일 기자회견) "배아복제에 대한 연구성과는 우리만의 것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기술이자 대한민국 국민의 자산이다."(원숭이 배아복제에 성공한 10월27일 기자회견) 언론은 황 박사의 민족주의에 기초한 애국심 호소에 <"배아복제 기술은 대한민국의 자산"> <황우석, UN 움직였다> 등의 기사로 즉각 화답했다. 일부 신문들은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황 교수를 비롯한 연구팀은... 연구 잠정중단의 뜻을 밝혔다. 생명윤리에 대한 사회적 합의의 시간이 필요했을 것이다... 그런 가운데 최근 영국 정부가 배아복제 연구를 승인하는 등 다른 나라들의 연구가 활발해지고 있다. 첨단분야에 대한 치열한 국제적 경쟁을 염두에 둘 때 과학자로서 충분히 고려할 수 있는 사안이라고 본다"(경향신문 10월22일자 사설 <배아복제 연구는 계속돼야>)며 '국제경쟁'의 측면에서 그의 입장변화를 감싸고 돌았다. 또 다른 신문은 "이면을 보면, 이것이 생명윤리만의 문제가 아니다. 복제 연구 금지를 주장하는 나라는 거의 모두 생명과학기술이 뒤떨어진 나라"라며 "한 해 300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는 줄기세포 치료 시장을 각 나라가 선점하려고, 겉으로는 '생명윤리'라는 이름으로 치열한 물밑 싸움을 벌이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 분야에서 가장 앞선 기술을 가진 우리나라가 취해야 할 입장은 분명해진다"(조선일보 10월23일 <기자수첩 : 인간배아복제 막는 미국의 속셈>)며 민족주의적 사고를 더욱 자극했다. 혹시 언론은 그가 한국민이기 때문에 그의 실험의 성과와 정당성을 두손 들어 환영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배아 복제를 바라보는 우리의 시각은 세계 여타 지역이나 나라들과는 다른 듯하다. 배아 복제가 지닌 철학·도덕적 문제보다는 현실적 결과에 더 주목하고 국가적 자존심과 직결된다... 철학적 성찰보다는 국가적 자존심과 '난치병 치료'에 주목하는 우리의 인식은 과연 충분한가?"(세계일보 10월30일자 독일 철학자 페터 슬로터다이크의 책 소개에서)라는 한 신문의 물음은 황 박사와 국가주의의 결합이 윤리적·사회적 문제를 지워버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어쨌거나 언론의 대대적이고도 우호적인 보도 속에 정부는 2005년 황 교수에게 265억원을 지원할 예정이라고 한다. 누가 뭐래도 그는 이제 명실상부한 '국민과학자'이고, 그를 비판하는 행위는 이제 '국익'을 해치는 행위가 될지도 모른다. 이와 관련해 환경정치를 강의해온 대전대 권혁범 교수(정치학)는 "배아복제는 윤리적으로나 사회적으로 굉장히 민감한 문제인데 아무런 논의와 성찰 없이 이를 국가 차원에서 지원한다는 것은 문제"라며 "배아복제가 한국 사회에 도움이 되는 일인지 근본적으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경제성장 신화에 얽매여 윤리·사회적 문제는 무시" 언론은 국가주의적 호소와 함께 성장제일주의와 과학기술만능주의에 기초해 황 박사의 주장에 설득력을 실어주고 있다. "인간의 존엄성을 해치는 인간복제에 찬성할 수는 없다. 문제는 치료목적의 연구다. 황 교수도 강조했듯 줄기세포 배양은 지구촌의 죽어가는 수많은 환자들에게는 희망이 아닐 수 없다. 또한 국가적으로 볼 때는 엄청난 생명산업의 효과도 있다"(<생명과학 연구에 힘실어줘야>(문화일보 10월21일자 사설)는 한 신문의 주장은 그 대표적인 사례다. 영남대 이승렬 교수(영문학)는 "생명윤리적 관점에서의 문제점, 여성 몸의 상품화, 과학기술의 사회적 절차상의 정당성 확보와 같은 사회적 의미를 차분하게 짚는 태도가 전무하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한국 사회는 수십 년 동안 경제성장이라는 신화에 얽매여 인간배아복제로 인한 사회적·윤리적 문제를 제쳐놓고 있고, 일반 시민들은 자신들의 이익과 관계없이 '몇십 년 뒤 몇 조의 국익이 된다'는 수사에 무방비로 노출되어있다"며 "사회적으로 아무런 합의를 거치지 않았을 뿐더러,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도 않은 것에 대해 전혀 문제를 제기하고 있지 않다"고 비판했다. 또 언론이 <난치병 길 열렸다> 등의 제목으로 배아복제가 모든 문제의 해결책인 것처럼 과장보도하는 것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전했다. 이 교수는 "실제 손상된 조직은 대체될 수 있으나 간과 같은 기관은 대체될 수 없는데 언론은 마치 당장이라도 모든 것이 가능한 것처럼 보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황 교수 역시 "지금은 시작에 불과해 임상적용시까지 건너야 할 산이 많아 10년 이후에나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말한 바 있다. 박병상 생명안전윤리연대 사무국장(풀꽃세상을 위한 모임 대표)은 "대부분의 난치병은 환경오염이나 스트레스 같은 사회적 원인에 의해 생기는데 이를 내버려 둔 채 필요한 장기나 세포를 복제해 갈아끼운다는 발상을 하고 있다"며 "복제연구에 들어가는 천문학적 연구비용을 환경오염을 줄이는 데 투자하면 (상황이) 달라질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승렬 교수는 "지난 2월 뉴욕타임스를 비롯한 다수의 외신이 배아복제를 크게 보도했지만 외국 언론들은 황 박사의 공적은 인정하면서도 그것이 야기하는 철학적 윤리적 사회적 문제를 자세히 다뤘다"며 "그러나 국내 한 보수신문은 황 박사에 대한 뉴욕타임스의 부정적 어조의 평가마저 찬양일변도로 왜곡했다"고 지적했다. 박 사무국장은 "사람의 난자에 체세포 핵을 넣어 인공수정을 시키는 배우줄기 세포 복제는 생명을 도구화시키는 비윤리적 연구인데도 '치료목적의 복제는 찬성하나 인간존엄성을 해치는 인간복제에 찬성하지 않는다'는 식으로 상황을 호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 사무국장은 연구과정에서의 윤리적 문제점과 연구결과가 가져올 사회적 문제도 심각하다고 말했다. 박 사무국장은 "난자채집과정에서 여성에게 과배란를 유도하기 위한 호르몬 주사를 놓는 것은 여성의 몸을 인위적으로 통제하는 것으로 윤리적 문제가 있고, 이 과정에서 난자가 돈으로 거래될 가능성이 많다"고 말했다. 특히 이런 행위들은 사회적 약자들의 생명을 '착취'하는 결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철학자이자 변호사인 앤드류 킴브렐 또한 저서인 '휴먼 보디숍'(김영사 펴냄)에서 생물공학의 발전과 인체의 상품화의 문제점을 지적한 바 있다. 킴브렐은 혈액, 장기, 태아, 난자와 정자, 아기, 유전자와 세포의 공공연한 상업적 거래를 예로 들며, 이것이 한 인간에 대한 착취와 인간 존재에 대한 부정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 교수는 배아복제 문제와 관련, 윤리적 사회적 접근과 함께 인문학적인 성찰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배아복제는 생명을 어떻게 생각할 것인가, 인간의 삶과 죽음을 어떻게 볼 것인가라는 인문학의 본질적 문제와 맞닿아있는데 이런 것에 대한 고찰이 없다"며 "현대의학은 인간의 삶과 죽음을 분리시키는데 이는 죽음과 삶이 이어졌다는 것을 전제로 하는 생태주의 사고와 맞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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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04년 11월 08일 21:19:37 / 수정 : 2004년 11월 09일 09:24:0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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