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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은 생일

부산엔 잘 갔다 왔지만 돌아오는 날 집앞에서 난 꿈같았다..

몇날 며칠때 기다려왔던 3박 4일은 너무나 빨리 지나가버렸고

어느덧 집앞에 서있는 날 보면서 솔직히...황당했다.

아이들은 여전히 예뻣고 남편은 항상 집에 없다.

오늘 아침 우리 하돌은 얼마나 예뻤는지.

하늘은 신발을 갈아신으면서 우리가 예전에 심었던 콩을 가리키며 많이 컸다 기뻐했다.

 

남편은.....

일요일이 남편 생일이었다.

나는 몰랐다.

아무도 몰랐다.

이건 한 두해 일이 아니다.

우린 10년 동안 서로의 생일을 몰라왔다.

차이가 있다면 보통은 우리 언니나 엄마가 알려왔을  뿐 정도

지금 내가 마음 아파하는 건 남편에게는 그런 엄마나 누나가 없다는 것.

 

그렇다고 나한테 서운함을 느끼는 거면 좀 이상한 거지.

남편은 한번도 내 생일을 몰랐고

나 또한 남편의 생일을 몰라왔다

우린 10년동안 한 번도 결혼 기념일을 제 날짜에 알아본 적이 없었고

그게 평화롭게 사는 데 아무 문제가 안되었거든..

 

그런데 올해 갑자기 내가 부산에 가있는 동안

교회에서 남편 생일을 챙긴 거다.

그래서 남편은 가족 중에 아무도 몰랐다는 사실에 서운해하고 있는 거고

나는 움츠러들어 눈치보고 있는 거고.

 

사실은 가족이 없으면 피차간에 샘샘인 걸.

우린 둘다 생일 모르고 나중에 옥션 축하메일 보고 축하했었을텐데

나한테는 언니들과 엄마들이 있어 내 생일을 알려주는 거고

남편은 그런 가족들이 아무도 없어 이렇게 뒤늦게 알아 속상해하는 거고.

그런데 내가 미안해야한다는 걸 난 안다.

 

가족이 없는 남편에게는

내가 유일한 가족이었는데

생일을 모르고 지나쳐서 너무 미안.

내년엔 꼭 미역국....

약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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