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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24교육일지

감기는 늘 목으로부터 온다.

오늘 하루 종일 '아차' 싶은 순간이 몇 번이나 있었는지.

전날 캠코더들을 다 챙겨놓고 충전까지 시키고 잠이 들었는데 

아침에 사무실 가는 길에 새로 장만한 컴퓨터에는 1394 입력단자가 없다는 것을 발견했다.

같은 공간에서 청소년교육을 하는 사무실 Moon에게 전화를 해보니 

Moon은 지원사업이라서 미디액트 편집실에서 수업을 하고

미디액트 노트북을 쓰고...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 메모리형 캠코더를 쓴다는 것.

 

참여자들이 편안하게, 여러 날 쓸 수 있게 하기 위해

나는 캠코더 5대를 장만했었고

그 중 두 대는 고장났다.

그리고 그 캠코더들은 다 테잎형.

요즘 세상에 누가 테입형을 쓰냐고 물을 수 있겠지만

교육에서는 가능하다.

hd 캠코더는 더 높은 사양의 컴퓨터를 요구하는데

교육 이후의 지속가능한 활동을 전망할 때

내가 진행하는 교육의 참여자들은 대부분....

높은 사양의 컴퓨터도, hd 캠코더도 없으니까.

 

허둥지둥 수소문하다 어렵게 한 대를 구했다.

구했으나.... 맥이라 캡쳐를 따로 한 후

다시 다른 컴들에서 불러오는 방식을 써야했다.

맥에서 캡쳐를 하고 윈도우무비메이커에서 편집을 하려면

파이널 컷 프로로 캡쳐하면 안되고 맥용 프리미어에서 캡쳐를 해야 했다.

사무실에 도착해서 캠코더를 연결해서 캡쳐가 되는지 확인하는데..

잘 안됐다.

캡쳐가 안되는 경우의 세 가지 원인. 1. 컴 단자 불량 2, 캠코더 단자 불량 3. 라인 불량

라인 네개와 캠코더 2개, 컴 하나. 8번의 시도.

결국 데크를 빌려가기로.

 

교육시간에 맞춰서 아슬아슬 도착할 뻔 했으나

교육장소에 들어가는 좁은 골목 입구를 지나치는 일을 두 번이나 해서 30분이나 수업에 늦었다.

사실은 너무 일찍 도착해서.

저번 주에 교육생들이 늦게 오니까 6시 30분으로 수업을 늦추자고 한 것같은데...

그래서 5시 10분에 교육장에 도착했기에 

시간이 너무 남아서 근처 도서관에 가서 책을 빌려오는 길이었는데...

수업은 원래대로 6시였다고 하고...

골목 입구만 지나치지 않았다면 그래도 3분 정도밖에 늦지 않았을 텐데

골목 입구를 지나쳐서 다시 두 번의 유턴을 거쳐서 교육장에 도착하는 데 30분이나 허비.

 

영상언어와 편집에 대해서 설명을 하고

편집을 염두에 둔 촬영 실습을 하는데

테이프가 없었다..

그 때부터 땀이 비오듯 했다.

등골이 서늘해지고 식은땀이 나고....

내 몰골이 어땠는지 모르겠지만 진행 선생님이 "물을 드릴까요?" 하는 걸로 봐서

엄청나게 불쌍해 보였던 것같다.

진땀나는 상황을 거쳐 다행히 테이프를 찾았다.

'그래. 내가 분명히 챙겼는데. 내 눈에 그 장면이 스틸로 찍혀있는데 없을리가 없지'

 

다행히 참여자들은 재밌어했고 기뻐했고...

그리고 캠코더를 다 빌려드림.

(이런 경우 없었는데...아마도 다음 시간에 고장나있는 캠코더가 한 개는 있을 듯)

 

어려운 수업이다.

'여성'이라는 특징 이외에

'공부방 학부모'라는 특징 이외에

이들을 다른 장에서 만날 일이라도 있었을까?

가난하지 않은 사람들.

담당선생님은 '영혼의 가난함'을 말했지만...

그리고 가장 결정적인 어려움은

이들은 교육을 원하지 않았다.

공부방과의 새로운 관계를 원하는 선생님의 기획에 의해 탄생된 교육.

의지와 기대가 앞서고

참여자의 객관적 상황에 대한 리서치가 없는 상태에서 시작된 교육,

 

매번 너무 많은 시간을 써가며 교육을 준비하고

진땀나는 상황들을 몇 번이나 맞으며

이제 네 번째 수업을 끝냈다.

부디 이 교육이 끝난 후에

참여자들이 

이야기에 대한 욕구를 가지게 되기를.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는 시간이다.

 

돌아오는 길에 비는 너무 많이 내렸고

목은 따끔거렸다.

새벽 세 시에 돌아와서 잠깐 잠을 자고

오늘 다시 사무실을 간다.

어제 먹은 치킨 때문에

몸엔 두드러기.

왜 J처럼 "채식해요"라고 말하지 못하는 거냐.

왜 굳게 마음을 먹지 않는 거냐.

오늘 하루도 고단하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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