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낚임

학부모 연수라는 게 있다는데

부모가 참석하면 하늘이가 스티커 두 개를 받는단다.

매주 수요일엔 사무실에 가는데 이번 주엔 회의가 없다고 해서

원래 나가려던 길이라 앵두 업고 갔는데...

 

가보니 학교 임원들 임명장 전달하고

그거만 하기 그래서 '학부모 연수'라는 이름으로 강사를 초청했단다.

웃음요법 뭐 그런 거라는데 도입부부터 껄끄럽다.

 

교장-이 분이 아주 비싼 분인데 이렇게 누추한 곳에 오셔서 감사....

(강사를 보며) 저희도 이제 공사해서 좋아질 거예요

강사-아유, 강남도 누추해요. 학교가 다 그렇지요 뭐.

 

정신과 간호사라는 그 강사는

제가 분당에 있는데 관악구 엄마들은 바빠서 자살할 생각도 못하시죠?

강남쪽 엄마들은 한가해서 자살 생각 많이 해요....뭐어쩌고

 

자기가 교육청, 경찰청, 법원 사람들이 뽑는 강사 1위라나 뭐라나.

엄청 유치하고 몸개그도 아닌 이상한 개그때문에

(예를 들어 황당하게 크게 웃는 방법) 사람들이 어이없어 웃는 걸

유머러스하다고 믿는 사람인 듯.

 

다달이 00통신이라고 교장이 학부모들에게 보내는데 그 내용이라는 게

맥아더 장군이 아들에게 보내는 편지라든지

아이들의 창의성을 살리기 위해서는 공부만 고집해서는 안된다라든지..

어쨌든 뭐 그런 싸구려 찌라시같은 것들이다.

학교라는 게 뭐 그렇겠지 싶었는데

교장이 강사 한테 하는 말, 그리고 강사가 관악구는, 강남은,

이런 식으로 말하는 꼬라지 자체가 참 웃기지도 않아서

앵두랑 강당 뒷편에서 놀다가 그냥 나왔다.

 

더 억울한 건 스티커? 그런 거 받지도 못했다.

누가 왔는지 누가 안왔는지 알 수도 없는 상황에서

하늘은 순진하게 선생님의 말을 믿었고

나 또한 그런 하늘의 말을 믿은 거다.

 

제대로 낚인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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