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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물에서 찾기내 영화이야기/따뜻한 손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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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3/10/31
    글쓰기가 되네~~
    하루

글쓰기가 되네~~

크롬에서 글쓰기가 안되는 줄 알았는데....되네... ^^

 

오늘 드디어 학교측으로부터 촬영허락을 얻었다.

다섯 분의 선생님들과 일문 일답 형식으로 진행된 면담에서

1. 최종 편집권은 학교에서(그러니까 비공개 시사회 이후 학교에서 빼라는 건 다 빼야한다)

2. 아이들만 찍고 가능한한 시설은 안 나오도록 해야 한다.

3. (가장 어려운 점) 돌봄선생님을 찍으면 안된다!!

 

예전에 어린이집 촬영 때에도 찍고 싶었던 아이들의 담당 보육교사가

찍히고 싶지 않다고 해서

<톰과 제리>에 나오는 사람들처럼 발만 나오거나 팔만 나오는 것도 안되겠냐...고 제안했었는데

그 때에는 그마저도 거절당했지만

다행히(그 때와 비교해서 다행이라는 거.......ㅜ.ㅜ)

팔, 손, 뒷모습 정도만 나오는 조건으로 촬영을 허락받았다.

 

일요일날 촬영자문 형과 대화를 나누면서

"밀양에 가면 내 카메라가 얼마나 환영받는데......."

어쩌고 저쩌고 한탄을 늘어놓기도 했지만

나는 밀양이 아니라 강화에 있는 거고

내가 찍을 수 있는 사람들은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는 이들이므로

카메라를 반길 이유가 별로 없는 거다.

 

다음 관문은 부모님들이다.

다음 주에 부모님들과의 면담이 예정되어있고

나는 어떤 방식으로 찍을 것인지를 샘플영상을 보여드리며 설득해야 한다.

아마도 13명의 아이들의 부모님들 중 몇 분은 거절을 할 것이고

그러면 또 그분들의 아이는 피해가며 촬영해야 한다.

좋게 생각해야 한다.

<아이들> 촬영 때 사전에 허락을 하셨던 분이

나중에 눈물로 호소를 하시며 빼달라고 해서

(그런데 하필 그 분의 아이가 주인공이었다)

결국 어린이집 분량은 5분이 채 안되게

쓱 훑고 지나가는 식이 되었다.

그 때를 생각해보면 지금이 훨씬 나은 거다. 

'운신의 폭이 좁아지더라도 차라리 더 낫다' 라고 스스로를 위로한다.

 

그 곳에 들어간다 하더라도

내가 담고싶은 이야기를, 발견하지 못할 수도 있다.

순간을 포착하고 그 순간들로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방식을

계속 고수할 것인가..........라고 자주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진다.

하지만 순간을 포착하는 그 기쁨과 그 순간들로 이야기를 꿰어가는 보람은

이런 수고로움을 상쇄할만큼 강력하다.

 

무심히 흘러가는 듯하지만

모든 장면들은 200:1 정도의 확률, 그래서 더더욱 빛나는 순간들로 이뤄져있다.

장면채집자로서의 나의 자리, 여전히 나는 그게 좋으니까. 

오랜만에 카메라를 들어서 뼈가 삐그덕 삐그덕 거리는 듯 하고

카메라를 끄고 나면 드라마틱해지는 상황이 벌어지곤 하지만

그래도 이렇게 하루하루 열심히 지내다보면 

뭔가가 이루어질거야.

 

공동육아나 대안학교의 돌봄현장이 당연히 더 풍성하겠지만

나는 문턱이 가장 낮은 곳, 그 곳에서의 돌봄을 담고 싶고 보고 싶다.

어제는 공부방 선생님과 면담을 하다가

아무개 아무개 아무개가 공교롭게도 다 부자가정이다..라는 말의 의미를

rich로 해석하는 멍청함을 자랑.

그래서 "그러게요. 귀가차량에 동승해서 따라가보니 집들이 다 휘황찬란하더라구요"

선생님은 "그렇게 보이죠? 하지만 아무개네 아빠는 그 집을 관리하는 일을 해요"

라고 대답해주셨는데 나의 멍청함을 감싸주신 거였을까?

부자가정은 그러니까 아버지-아이 로만 구성된 가정을 의미하는 것이었던 것이다. 

암튼 그렇다. 엄마없는 애도 많고 아빠 없는 애도 많고 엄마 아빠가 다 없는 애도 많고.

여름과 다르지 않은 시간에 집에 데려다주는데도

"왜 이렇게 늦게 데려다주느냐?"고 불평을 말하는 (겨울은 해가 빨리 떨어져서 그런 건데...)

시계를 못보는 엄마가 아이를 돌보는 집도 있다.

 

이번에는 절대로 가정환경을 연루시키지 않겠다.

언덕 저 편에서 몸을 드러내는 시간부터 공부방 봉고차를 타고 집에 돌아갈 때까지

함께 지내는 그 시간을 묵묵히 기록하는 거다. 벽에 붙은 파리처럼.

입을 꼭 다문 채.

이 시간이 나를 어디로 데려갈까..

이 순간들로 어떤 영화를 만들까...

이런 저런 기대가 충만해지는 시간.

내가 선 자리.

 

나의 주인공들.

귀요미 & 악동 단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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