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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물에서 찾기내 영화이야기/따뜻한 손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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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3/10/27
    난항(2)
    하루

난항

사무실을 너무 믿었다.

3년간의 휴식을 끝내고 돌아와보니 <아이들> 촬영본에는 습기와 곰팡이가.

곰팡이가 생명이라는 것, 왕성한 생명력을 자랑하는 생명체라는 거 절실히 느끼며

테입 하나하나를 다 닦아내고

그리고 캡쳐를 시작했다.

 

아침이면 캡쳐를 시작하고

촬영을 시작해야할 3시쯤에는 컴을 끄고

다시 밤에는 캡쳐를 하는 일을 꾸준히 한 결과

40번대로 진입했다.

그리고 2009년 편집하며 일주일을 울고 다녔던 41,42번을 오늘 캡쳐.

이 테입들에는 오디오가 없다.

주인공 이모와 주인공 아이들이 이별하는 장면.

결정적인 장면에 오디오가 없다.

기억은 한다.

나는 내 카메라가 이들의 이별에 걸림돌이 될까봐

이별식이 있기 일주일동안은 촬영을 가지 않았다.

이모한테 온전히 슬퍼하고 아이들에게 온전히 이별할 기회를 줘야한다고 생각했다.

일주일을 쉬고 난 촬영은 더 불편했고 ....나는 바보처럼 오디오에 신경을 쓰지 못했다.

400개가 넘는 테입 중에 그 두개.

가장 중요한 장면인 그 두개에 오디오가 없다.

외장 마이크는 접촉불량으로 , 그리고 내장마이크는 외장마이크 때문에 

소리를 잡지 못한 장면.

주인공들은 눈이 빨간 채 이별을 말하고(소리는 없다)

소리없이 눈물을 훔친다.

하필 이 때 이 장면이라니...

 

<아이들2>의 주요 촬영지 중 한곳의 섭외에 난항을 겪고 있다.

일은 말이지....

잘되게 하는 건 어렵지만 안되게 하는 건 너무도 쉽다.

2년여를 기다렸고

9월에 교장선생님과 거의 설전에 가까운 담판을 지어서 겨우 허락을 받아냈고

그래서 이제부터는 순조로울 거라고 생각했었는데

이제는 돌봄 실무자 선생님에 의해 막혀있다.

하루에도 몇 번씩 울화가 치민다.

정말....안되게 하는 건 너무나 쉽구나....

그냥 일의 진행과정에서 아무것도 안한 채 킵...하고 있으면 시간은 그냥 간디.

푸르던 나뭇잎은 다 떨어지고

아침 저녁으로 바람은 쌀쌀해지고

아이들 옷은 두꺼워지는데

카메라는 전혀 들지 못한 채

시간은 그냥 막 간다.

아마도 섭외에 성공하더라도 겨울밖에 안 담길 것같다.

 

<아이들> 때에도 씩씩이 이모 한 사람이 찍히는 거 싫다해서

부모들의 찬성과 기대에도 불구하고 촬영을 못했고

내년에 그 이모가 다른 반을 맡으면....이라고 생각하고 기다렸다가

씩씩이가 문을 닫아버려서 그 소중한 기회를 놓쳐버렸던 과거를 기억해보면

납작 엎드려서라도....아무리 불편한 상황을 맡더라도

참아야한다는 거 자꾸자꾸 상기시키면서도

홧병에 내가 죽을 것같다.

 

작업은 더디고

더디게 더디게 진행되고 있고

나는 수렁에 빠져있는 것같다.

좋지 않다.

하지만 이 또한 지나가리라는 걸 아는 나는

조용히 기다린다.

기다린다. 그게 지금 나의 할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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