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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8일 9일에 완도에서 배를 타고 들어가는 청산도를 다녀 오게 되었다.
귀농운동본부와 여성농민회 흙살림 등 토종종자와 전통농업에 관심을 가지고, 이에 대한 활동을 하고 있는 단체들이 전통농업이 남아 있는 청산도에 가서 지역을 답사하고, 전통농업과 토종종자에 대한 토론과 씨앗나눔을 하는 모임에 다녀 오게된 것이다.
서울서 버스를 타고 완도에 가서, 다시 배를 타고 섬에 도착하게 되는 먼 곳이었다. 서울 경기 강원 충청 전라 광주 경상 부산 등등 각지에서 온 이들과 청산도 지역 농민이 면사무소에 모여 전통놈업과 토종씨앗에 대한 발제와 토론을 거치고, 지녁 식사후에는 토종종자에 대한 이야기와 씨앗 나눔의 시간으로 이어졌다.
이어 하루밤이 어떻게 지나간줄도 모르게 마을회관에 둘러 앉아 막걸리와 잎새주를 마시면서 전국에서 모이신분들이 우리 농업에 대해서 많은 이야기를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긴밤을 세우게 된다. 이곳까지 따라온 포천막걸리는 천대를 받고(생막걸리가 아니라 방부제가 들어 있다고) 한 밤중에 마을가게에서 공수되어 온 술까지 마시면서 말이다.
이번에 모인분들은 생명(태)농업을 하거나 이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있는 분들이라, 이에 대해 관심이 많아서 앞으로 우리 농업이 어떻게 하면 다가올 거친 파도를 넘어 우리 농업을 지키고, 생명도 함께 지킬수 있을것인가에 대해서 진지한 토론을 하면서 저마다의 견해를 피력한다. 대중강의에서 들어 보지 못한 솔직한 이야기들도 많이 하게 된다.
약간 기억을 더듬어 보면.... 이제껏 우리 농업은 채소를 중심으로 도시민에게 공급하는 도시를 위한 배후농업이었다. 그러기 때문에 사시사철 푸른 채소를 재배하기 위하여 많은 석유에너지를 비롯한 각종 자재와 노동력을 동원하는 고투입농업이었다. 그 뒤에는 우리가 먹는 곡식류는 거의가 수입되어 외국에 의존하는 형태가 되었다. 그리하여 지금 우리의 식량자급율은 쌀을 빼면 5%내외이고, 쌀을 포함해도 25%내외로 아주 위험한 지경에 이르게 되었다.
이런 농업의 형태는 우리의 농업을 피폐하게 만들었고, 또한 초국적 농업(씨앗, 비료, 농약, 유통, 가공...)자본에게 우리의 농업을 맡기게 되어, 지금은 그 의존에서 벗어나기 어려운 위치까지 다다르게 되었다.
이를 벗어나기 위해서는우리의 농업이 채소 중심에서 곡식 중심으로 가야 하겠고, 초국적 농업자본에 예속되어 고투입농업에서 탈피하여 우리도 자립농업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한다. 채소농사는 이런 분에 많이 의존되어 있으나, 잡곡을 비롯한 곡식 농사는 상대적으로 여기에서 상당히 자유스러운 면이 있다고 본다. 또한 외국에 의존되어 있는 종자도 우리의 토종종자를 발굴하여 농사를 해 나가는 노력들을 기울인다면, 이렇게 잘못된 농업 환경에서 벗어날수 있는 실마리가 될수 있겠다.
우리가 묵은 마을은 비록 섬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농업을 많이 하는 섬이었다. 마늘농사와 양파를 많이 심은 모습이 보이고, 요즘 보기 쉽지 않은 보리밭도 상당이 있어 봄바람에 누런 보리가 출렁이는 모습을 보면서 그 어린날을 회상케 한다.
이곳 청산도는 섬이고 산이 많아 벼를 심을수 있는 논이 흔치 않아서, 일명 구둘장논이라고 하여 돌을 쌓아서 편편하게 논을 만들고 흔하지 않은 흙을 얇게 덮어 논을 만들어 논으로 활용하고 있었다. 여기에 논 바닥 아래 돌 밑에는 수로를 내어 가파를 산에서 내려오는 빗물로 인한 홍수 피해를 막을려고 한 윗 어른들의 지혜를 엿볼수 있는 그 유명한 구둘장 논이었다. 논 둑 가운데로 굴뚝 같은 큰 구멍이 있어 수로로 만들어진것이 눈으로 보이고, 지난해에 둑이 무너진 논을 보면 앓은 지표면도 눈에 훤이 보인다.(이 부분은 사진기에 건전지 문제로 찍지를 못했는데, 자세하게 기록한 블로그가 있다. http://blog.naver.com/rhfdkttl?Redirect=Log&logNo=60051392913 )
낮에는 모심는 논에 가 보았다. 우리가 가니 모를 심던 농부님네들이 반가이 맞아 주었다. 논두렁에서 구경을 하면서 우리는 새참으로 가져온 막걸리와 과일이며 떡을 얻어 먹고, 이 정도로 성에 차지 않는 몇몇은 옷을 걷고 논에 들어 가서 모를 심어 보기도 하는데, 동네 사람들이 극구 말리는 바람에 시늉만 내게 되었다.
우리가 갔던 상서마을은 소박하고 여유로워 보였고, 처음 만난 사람이라도 반가이 맞아 주었으며 새벽녂까지 술을 준비해주어 밤을 지새우게 해 주었으며, 하루밤에도 만리장성을 쌓는다는 말과 같이 하루밤 사이에 친구사이가 되었으며, 집에 오는 시간까지 내내 우리를 이곳저곳으로 안내를 해 주면서 지역 곳곳을 둘러 보게 하였다.
마을 집들은 돌담으로 둘러 쌓였으며, 그 위에 담쟁이 넝쿨이 파랗게 둘러쳐저 있어서 아주 아름다운 담장을 하고 있었고, 마구(소우리)에는 암소와 송아지가 평화롭게 우리를 맞아 주었으며, 시골 어른은 당신께서 만드신 표주박들을 보여 주시며 우리에게 나누어 주기도 하였다.
그간 말로만 들었던 초분이 아직 남아 있었으며, 지금도 초장의 장례를 치런다고 하신다. 아직 초분을 만든지 얼마 되지 않은 깨끗한 풀무덤이 우리는 돌아 보면서 그 아래 누가 뭍혀 있는지 모르지만,초분이야 말로 가장 친 환경적인 장례법이 아닐까 한다.
청산도는 영화 서편제도 촬영을 했고, 봄의왈츠도 촬영을 할 정도로 아름다운 섬이라고 한다. 그러면서도 우리간 날은 평일이라 그런지 사람들이 많지 않고 섬은 여유로워 보였다. 그러나 주말이 되면 관광객들이 많이 몰려 든다고 한다. 그렇더라도 우리가 본 그 청산도의 원형은 잃지 않고 앞으로 계속 유지 되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완도와 청산도를 잇는 배는 커서 우리가 타고간 버스를 실을수 있는 정도인다. 완도항의 높다란 안테나(?) 위에도 가치집은 지어져 있었다.
생명의 힘은 강하다.
이 모두가 함께 어울려 살 수 있는 그 날을 기리며....
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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