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깃발, 무소속 시민은 어디로...

무소속


오래 전부터 하고 싶었던 말이었다. 집회현장에 나가 사람들을 만나면 꼭 묻는 말이 있다.
'어디서(단체에서) 왔느냐' '혼자 왔느냐' 그럴 때마다 대충 얼버무리고 말았다.
이렇게 물을 때는 상대가 어떤 사람인지 알고 싶어 그런 질문을 할 것이고, 소속을 아는 것이 그 사람의 속성을 가장 쉽게 파악할 수 있다고 보기에 그렇게 물을 것이다.


어제도 그랬지만 요새는 그렇게 물으면 '무소속이다' 라고 말해 버린다. 내가 어느 단체에 속해서 하는 역할도 없고, 어느 곳에 매몰되고 싶지 않음도 내포되어 있는 대답일 것이다.


이번 미친소 집회에 매일 나가지는 못했지만 행진이 없을 때는 중간에 앉아 있다가 그냥 집으로 오곤 하였다. 사람들을 찾아보면 집회에 나오라고 연락한 사람부터 나오지 않는 경우도 있고, 혼자 있으면 좀 심심하기는 하지만 아는 얼굴을 쉬이 만날 수가 있기도 하고, 누가 나왔는지가 중요하지 않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번 집회는 다 알고 있는대로 그 이전의 집회 양상과는 많이 다른점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게 된다. 지난날에는 집회에 자주 참여하는 사람들만 모여서 정해진 틀에 따라 진행되기 마련인데, 이번에는 자발적으로 모여서 자유 분망하면서도 저들을 두렵게 만드는 폭발력을 가진 집회라고 보아진다.


깃발


효순이 미선이 촛불집회 후반에 대통령선거 전후해서 더 많은 대중들이 모이면서(노사모가 수가 많았을것) 그간 집회장을 가득 메웠던 단체들의 깃발들을 내리라는 소리들이 있었다. 한여름 뙤약볕과 소나기 속에서 이 집회를 운동단체들이 고생하면서 집회를 이어왔는데, 한두번 집회장을 참석한 사람들이 깃발을 내리라는 말에 동의하지 않았다. 이제껏 고생한 사람들을 이제 나온 당신들이 좀 소원하더라도 이해를 해 주어야 한다는 생각이었다.


이번 미친소 집회에서는 깃발이 등장하지 않았다. 수요일 저녁 자동차 노동자의 자유발언 중에 자신들은 그간 조심하느라 조끼도 입지 않았었고, 깃발도 들지 않았다. 이제 부터는 단체로 조끼도 입고 오고, 정당 노조 운동단체들의 깃발을 들고 나오겠으며, 중고교생들은 동맹휴교를 하고, 총파업을 벌여 나가야 한다고 했다. 듣고 있다가 중간에 앉아 있었지만 나는 대뜸 안 된다고 크게 외치고 말았다.


지금 현장의 대중들은 이전 시위대들이 아니다. 그들은 미디어나 인터넷 매체를 통하여 소통하고 있으며, 자유 분망하고 조직적이지 않은 느슨한 형태이고, 자발적으로 나온 대중들이라 귄위적이고 경직된 모습을 보면 그들은 식상해 할 것이다. 처음에는 약간의 혼란도 존재했었겠지만, 지혜롭고 끼 있는 대중들은 차츰 시간이 지나면서 새로운 세위문화를 평화적으로 만들어가고 있으며, 참여하는 우리 모두에게 즐거운 마음으로 동참하게 만든다. 도리어 이런 형태의 시위가 지난날의 시위보다 더 대처하기 어렵다는 경찰들의 소리를 들으면 제대로 하고 있다고 보아진다.
 
그런데 지금 깃발을 잔뜩 들고 나오고, 하나 같이 조끼를 입고 나와서 경직된 모습으로 지난날의 운동 구호와 연설로 집회가 바뀐다면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인가? 아마도~ 새로 나왔던 대중들은 사라지게 될 것이고, 지난날 모였던 역전의 용사 수백 수천 정도만 모여서 떠드는 형태로 되돌아 갈수도 있음을 염려하게 된다..


아니다. 지난날의 아나로그 코드로 무장되어 있는 거리에서의 역전의 용사들이 오늘의 디지털 코드로 세련화 되어 있는 우리 친구 대중들에게 도리어 퇴출 당하는 경우가 발생할지도 모르겠다.


어제 저녁에도 깃발들이 몇 보이던데, 앞으로 더 많은 깃발들이 등장할지 모른다. 이제는 깃발을 내리고, 대중들을 지도도 하지 말고 묵묵히 그들과 함께 하면서 즐겁고 재미있으면서도 우리의 목소리를 크게 외칠수 있는 그런 신나는 굿판을 이루는 집회가 되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시민은 어디로


앞에서 이야기 한데로 나같이 소속이 없고, 친구들과 몇 몇이 나왔든지 혼자 나온 시민들은 어디로 가야 할까? 깃발이 나오면서 그들의 자리는 잃어 가게 될 것이다. 인터넷에서 소식만 듣고 용기를 내어서 거리로 나와 보았지만, 저거들끼리 고함치는 소리를 듣고 있는 무소속들의 소외감은 커질 것이다. 그러면 그 다음날 그들이 다시 나오기는 어렵게 된다고 본다.


이때까지 고생한 운동의 선배들이여, 진정 이 땅에서 미친소를 없애고자 한다면 당신들의 자리보다는 더 많은 사람들과 함께 하는 자리를 염두에 두고, 한 발자국 뒤로 물러서서 생각을 했으면 좋겠다. 이명박에게만 국민들을 섬기라고 말하지 말고, 당신들도 시민을 섬기는 낮은자리에서 그들과 함께 호흡하는 모습을 보여 주었으면 한다. 이것이 우리 모두가 승리의 길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어제 밤에도 대중들은 구호를 계속적으로 힘차게 외치면서 행진을 잘 하고 있는데, 방송차가 하나 끼어서  행진대열과 박자도 맞지 않게 진행을 하여 계속적으로 구호의 맥을 끊어 놓으면서 도리어 방해요소로 작용하였다. 오죽하면 많은 사람들의 방송차를 치우라고 목소리 높이는 상황까지 갔겠는가? 현명한 대중들의 의해 방송차가 퇴출되는 소동까지 간 것을  깊이깊이 생각해 주었으면 한다.


방송차가 사리지고 광하문에서 종각 안국동 한국일보 종로경찰서 비원 종로를 거쳐서 광화문으로 다시 되돌아 오는 긴 행진길이었지만, 방송차 없고 이끌고 다니던 지도부 없이도 현명한 대중들은 신나게 행진을 하고 돌아 왔던 사실도 기억을 해 주면 좋겠다.


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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