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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찍 집에 왔다.

시청에 도착하니 이미 아주 많은 촛불이 켜져 있다. 혹시나 했던 시청 잔디 광장의 사람들과의 충돌은 없고 평화롭기 까지 한것 같다. 확성기에서는 사회자의 목소리가 들리는데 낮익은 목소리이다. 집회가 끝이 나고 청와대로 행진을 하겠다고 하면서 오늘은 7만 10일에는 100만에 모이지고 여러번 강조를 한다.

 

행진할때 흩어지지 말고 하나의 대열로 해서 청와대로 가자며 선도 방송차도 준비를 했단다. 남대문 명동입구 을지로 종각 종로1가를 거쳐서 세종로에서 멈춘다. 이순신 장군 동상 앞에는 경찰버스로 막혀 있고, 서대문쪽 길 가운데는 방송차가 와서 한차례 구호를 외치고 나서 방송차는 빠질테니 각각 모여서 놀아 보라고(진행을) 한다.

 

오늘은 보니 학생들 대열도 많지만, 아이들과 어른들 집안식구들 모두가 나온 가족들이 꽤 보인다. 그런데 여기까지 일사분란하게 데리고 와서 멈추게 하고는 여기서 밍기적 거릴것 같은 예감이다. 그러면 가족과 같이 용감하게 나온 시민들이 귀가를 하게 되는 경우가 발생할것 같고 대열이 흐트러질것 같은 예감이다.

 

지난달 마지막 밤에는 다음날 강원도에 가서 모심기를 하러 갈려는 계획이었기에, 긴박 하기도 하고 걱정도 되어 조금만 조금만 하다가 막차를 놓치고 아침에는 물대포 때문에 아침 첫차도 타지 못하고 바로 모심기를 다녀 오면서 차 속에서 내내 잠만 자기도 하였다.

 

오늘은 내일 휴일이지만 내일도 노동의 계획이 있으나 오늘 많은 사람들이 모일것이고 제대로 한번 해 볼 수 있을것 같아, 저녁에 집에 가서 저녁도 든든하게 먹고 긴 옷도 입고 우산도 준비하고 모자도 쓰고 단단하게 준비를 하고서 상황에 따라 얼마든지 늦게까지 있다고 올 요량으로 출발을 하였다.

 

그런데 세종로 네거리에서 데려다 놓고 각각 알아서 재미나게 놀아라고 하는것을 보니, 시큰둥 하는 마음이 생겨서 내일 일도 해야 할 것 같아서 그냥 집으로 와야 할 수도 있겠다 싶어, 전체를 둘러보아도 전부 앉아 있는 모습을 볼때에 나도 맹맹하게 앉아 있을 필요가 없을듯 하여 그냥 일찍 돌아 왔다.

 

그러면서도 남아 있는 수 많은 사람들이 재미나고 명량스럽고 놀고, 우리의 목소리를 저 멀리까지 퍼지게 했으면 좋겠다. 그러면서도 앞서 그렇게 계속해서 크게 외쳤던 100만 대오가 이렇게 해서 형성될 수 있을까?(100만이 왜 그렇게 강조를 해야 하는지도...?)

 

글을 쓰면서 보니 12시 수천명이 행진을 하고 있다고 하는데, 이런 행진이 수만이 모였을때 이어 나갔으면 더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거두지 못한다. 처음부터 할 수 있는 행동들을 하고, 지치고 막히면 그 때 놀던지 난장을을 터던지 해야지... 처음부터 흩어지게 하는 진행을 한것 이닌가? 하는 이쉬움이 남는다.

 

마음 먹고 나갔다가 일찍 돌아오는 마음이 차를 타고 오는 내내 즐겁지 않았다.

아무리 보고 생각해도 인도자(지도하는, 진행하는)가 존재하게 되니, 대중들의 자율성이 저해되고 활력이 떨어지게 되는 모습은 어쩔수 없는 현실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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