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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괴물>

각설하고,

아, 멋져, 멋져.

 

날휘 블로그에서 가져온, 오, 이 근사한 사진의 포스터를 보라.


 

누구야, 사진까지 이렇게 잘 찍어주다니.

 

날휘 말대로, 잡다한 것 다 치우고 오직 깊이와 넓이로 공간 감각을 공포로 확장시킨 이 하수구.

 

봉 감독의 <플란다스의 개>를 보면서도 느꼈던 것이지만,

그의 도시 공간 감각은 참으로 탁월하다.

 

두 미천한 주인공이 서로 쫓고 쫓기는 아파트, 그것도 복도식 아파트(나도 어렸을 적부터 느꼈던 것인데 이 복도식 아파트의 복도만 걸으면 공간감에 압도됨. 유럽의 古大성당식 압도감이 아니라, 공간도 나도 피차간이 천박한 존재라는 식의 압도감.)의 복도.

그리고 모두에게 친숙한 그 시멘트 덩어리 아래, 아무도 가 본적 없는 아파트 보일러 지하실....

 

 

그랬던 그의 공간 감각이, <살인의 추억>에선 농촌의 탁 트인 벌판으로 나와버려 좀 시시해져버린 것일 수도... 꼬불꼬불 길의 형사의 혐의자 추격씬이 생각나기도 한데, 이건 <인정사정 볼 것 없다>와 헛갈리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랬다가 다시 <괴물>에서 살았다.

<괴물>은 진정 <플란다스의 개>를 잇는 봉 감독의 계보인 것!!!

날휘가 극찬한 서울의 골목하며, 한강의 그 밋밋한 철제 시멘트 덩이 다리들.

 

누구는 반미의식과 반자본주의의식을 서둘러 겉에 둘렀다고 하기도 하고,

누구는 괴물 컴퓨터 그래픽이 좀 미흡했다고 하기도 하고,

날휘는 괴물과 괴물을 좇는 인간 무리들 간의 미묘한 교감이 있었더라면, 괴물에 좀더 델리키트한 캐릭터가 있었더라면 하는, 고급스러운 아쉬움을 살짝 남기던데, 나는 모두 그 정도도 대만족.

 

박강두 가족이 매점에 들어가 요기를 때우고 잠시 쉬고 있을 때, 박강두가 문틈으로 발견한 괴물.

"우릴 보는데."

그리고 카메라는 문 틈으로 괴물을 내다본다.

멀리 보이는 괴물.

이 장면에서 괴물 컴퓨터 그래픽이 미흡해서 그런건가, 아무튼 나는 멀리 보이는 그 괴물이 마치 다리 꼬고  앉아 시선은 먼 하늘에 두면서 휘파람을 불고 딴 청을 피우는 것처럼 느껴졌다. 한껏 딴청을 피우지만, 살짝살짝 시선을 돌려 매점 안을 살피고 있는.

그랬다가 총 알 한 방이 발사되자마자 즉각 매점을 향해 맹렬히 돌진하는 그 자세바뀜.

그리고 총알을 퍼부어대며 악다구니로 자기를 내몰아치는 박강두 가족에게 정말 '삐친 듯', 먹이에게 상처를 내지않고 아지트로 끌고가는 습성에 반하여, 박희봉을 땅바닥에 패대기질치는 그 앙가품.

난 이 대목에서 괴물에게 살짝 연정(?)이 가던걸.

 

근데 아무리 봉감독이 잘 했어도, 배우가 반.

 


(프레시안)

 

이 배우들이 나오는데 어째 천만이 넘지 않겠는가.

나만해도 두 번이나 봤다.

부산가서 애 없이 열흘 지내는 동안.

애 없이 지내니까, 어쩜 그렇게 시간이 많은걸까.

예전에 애 없을 때 이 많은 시간들을 다 어디다 쳐발랐던걸까.

다시 그 시절로 돌아간다면, 나는 노벨상을 타리, 세계일주를 하리, 팔만대장경을 해석하고 다시 청동에 새기리.

 

그런데 서울에서 애 보며 고생했을 남편에게 미안해서 처음엔 영화 봤다는 말도 못 했다가, 살짝 봤다고 말을 흘렸다가, 두 번 봤다고 결국 고백하였다.

남편은 오늘 <괴물>을 보러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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