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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발견

일주일간 '엄마와 함께' 연수를 다녔다.

발도르프 교육 연수라서 거의 선생들이 다니는 연수를 엄마랑 함께 등록한 이유는 자질구레한 여러가지가 있지만 죄다 생략하고, 다녔다,부터 이야기를 시작하겠다.

 

다른 교사연수도 그러한지 모르겠는데, 발도르프 연수는 시작하는 첫 날 첫 시간에 모두 자기소개하는 시간이 있다. 평소에도 그렇게 사는 지 알 수 없지만, 다들 착한 얼굴을 하고 남의 이야기에 세심하게 귀기울였다가 별 것 아닌 부분에도 활짝 웃어주고 별 것 아닌 부분에도 박수를 쳐준다. 자기소개라는 것을 이 나이에도 하며 살고싶지는 않지만, 그 착한 분위기에 그럭저럭 몇 마디. 이 번 연수에서 자기 소개를 할 때 나는 엄마 얘길 덧붙였다. 죄다 교사들, 그리고 거의 20,30,40대 젊은 사람들 사이에서 뻘쭘하게 느끼고 있을 엄마를 위해 "사랑하는 엄마와 내가 요즘 재미있어하는 공부를 같이 하고 싶었다."운운, 박수.... 우리 엄마, 바톤을 이어받아 수줍은 자기소개.

한 발 물러서있는 엄마의 자세, 항상.

 

나의 엄마의 발견은 오후에 있는 미술 수채화 시간에서이다.

첫날, 엄마의 그림이, 오, 제법 괜찮았다.

노랑과 파랑으로만 칠하는 간단한 그림이라 우연히 괜찮게 나왔나보다, 했다.(못된 딸)

둘쨋날, 엄마의 그림, 오, 역시 괜찮은 것이다.

무엇보다 붓칠이 다른 것이다. 둘쨋날에 그것을 발견하였다.

셋째날, 엄마의 그림, 오, 정말 확실히 괜찮다. (나 보다 오만 배 낫다.)

확실히 붓 터치가 다르다.

엄마는 그림을 그리면서, 하하, 재밌다, 재밌어,하였다.

 

그림의 젬병인 나, 당연히 우리 엄마가 그림을 그릴 거라고 생각, 상상해 본 적이 없었는데, 엄마는 그림을 그리는 것이었던 것이다.

하긴 언제 엄마의 그림을 볼 기회가 있던가. 노래라면(음악이라면) 재주를 확인해 볼 기회가 있다해도, 그림이란, 수채화란, 붓터치란 살면서 확인해 볼 기회가 없는 것이다.

나는 내 엄마가 그림을 그릴 줄 안다는 것을 삼십육년만에 알 게 되었다.

 

사흘째되는 날, 선생님도 엄마에게 한 마디.

"너무 잘 하시는데, 계속 그리셔서 아동미술치료 해보시지 그러세요."

 

오늘 연수 마지막날이다.(근데 안 가고 인터넷짓하고 있음)

그림그리는 마지막 날.

엄마가 재밌게 계속 그림을 그렸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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