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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꿈, 무지 초라해진

내가 날아다니는 꿈에 대해 여러번 떠들었을 것이다. (그래서 더이상 안떠들겠다.)

아, 내가 그 꿈을 얼마나 좋아했는지.

발뒷꿈치를 살짝 들어올리고 무릎을 굽혔다가 펴면서 가볍게 점프한다. 두 팔도 좍 피고.

그러면 하늘로 스윽 올라갔더랬지.

몸이 떠오르는 그 느낌, 공기 사이를 유영하는 그 느낌, 땅바닥이 슉슉 뒤로 물러서는 걸 내려다보는 그 느낌, 나무 위로 공원 위로 들판 위로 날아다니던 그 느낌, 그 느낌.

(안 떠들겠다고 했는데 또 떠든다.)

그런데 더 이상 그 꿈을 안 꾼다고도 얘기했을 것이다.

그 이후 아주 가끔 변형된 날기를 시도하는 꿈이 있었다.

 

어젯밤 꿈,

나는 학교처럼 생긴 건물 안에서 윗층으로 윗층으로 올라가고 있었다.

윗층으로 올라갈수록 벽과 천정이 골격만 있는 형태였고, 책상과 의자도 점점 없어지고 공간도 점점 좁아졌다.  (지금 생각해보니 영락없는 정글짐이다.)

도중 누군가 다가와 너도 할래? 물었다.

난 무서워, 하며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뭘 하겠냐는 거였냐면, 그때 내 머리 바로 위에서, 그래서 마치 내 머리를 스치듯 행글라이더가 지나갔고, 저걸 나보고 타보겠냐는 거였다.

 

거대한 행글라이더였다.

그 거대한 삼각형이 거의 하늘을 덮을 듯 했다.

 

나는 계속해서 정글짐 위로 위로 올라갔고(거의 꼭대기가 가까와오자 그것은 무지 높은 위치였다. 땅이 보이지 않았다.), 올라가는 도중 행글라이더들이 계속 지나갔다. 내 머리 바로 위로. 그 떄마다 머리가 닿을까봐 나는 소스라치게 놀라 어꺠를 바싹 움츠렸다.

나는 두 손으로 정글짐을 꼭 잡고 있어서 거의 엉금엉금 기고 있는 모습이었다.

고개만 빼고 하늘을 쳐다보고 있었다.

 

행글라이더가 지나갈때마다 나는 어깨를 움츠렸다가 고개를 다시 빼고 하늘을 올려봤다가 하면서 거북이같이 굴었다.

그러다, 문득, 저게 바로 내가 원하던 것 아냐? 하는 깨달음이 왔다.

하늘을 날고 싶다고 했잖아. 저게 바로 내가 하고 싶은 건데.

아, 그러니까 이 꿈은 나에게 하늘을 날 기회를 다시 주기 위한 것인가보다.

근데 난 무서워서 엉금엉금 기기만 하고 전혀 탈 생각을 못 하고 있잖아.

예전처럼 그냥 몸이 가뿐 하늘로 떠오르는 것은 이제 꿈도 못 꾸고,

초라하게 행글라이더를 이용해야 날 수 있게 되었는데, 그나마도 무서워 벌벌 떨고 있구나.... 등등을 꿈 속에서 모두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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