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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수업

한 명은 수업 도중, 나가버렸다.

처음 시작부터 그 불안한 눈동자가 내 마음까지 불안하게 흔들어, 같이 박수도 치며 내내 손을 잡고 있었는데, 손을 놓자마자 휙 나가 버렸다.

남아있는 애들에게 방해가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나가는 애를 잡지않았다. 잡으러 나가면 다시 들어오라 설득하는 것도 시간이 들 것 같고, 그러다보면 수업 시간 다 빼먹을 것 같다는 걱정.  

그러다 문득, 쟤가 저러다 길을 잃지,하는 생각이 번쩍 들었다.

그만큼 어린애 같았다. 집 밖으로 혼자 나가면 길을 잃어버리고 말.

앗 잠깐, 소리를 지르다시피하며 벌컥 문을 열고 뛰쳐나갔더니, 어랍쇼, 얌전히 방 밖에 있다.

다른 선생님과 바둑알 놀이를 하고 있었다.

다시 문을 닫고 남은 아이 세 명을 쳐다보았다.

한숨부터 나왔다.

우리, 이제 뭘 할까.

두 명은 묻는 말에 몸을 까닥까닥하며 주절주절 늘어놓는다, 야, 그거 아니잖아, 이거잖아, 니가 틀려, 내가 맞어, 고 나이 또래 남자아이.

한 명은 일어나 칠판으로 가더니 분필을 들고 노래를 한다, 내가 좋아하는 분필~

그렇구나, 그래서 이 교실에 원래 분필이 없었던거구나.

나는 분필을 다시 달라고 하고 원래대로 방 밖에 내놓았다.

노래를 하던 아이는 칠판에서 떨어지지 않더니, 칠판에 붙어있던 편지 하나를 잡아 찢었다.

나머지 아이들 둘이 실망의 괴성을 지른다, 야아~.

 

밥을 먹으며 앞에 앉은 선생님에게 조심스럽게 물어봤다.

-원래 그 말씀은 없으셨는데, 혹시, (수업 중에 나가서 돌아오지 않던) 아이가 자폐아 아닌가요?

-아, 아니에요. 소심이 극도에 달아 그런거에요.

-소심이....?

 

아이들에 대한 사전정보로서 내가 들은 이야기는, 그 아이는 중이염을 심하게 앓았던 것이 문제의 전부였다. 중이염을 앓고 있었는데 병원에서 발견하지 못했고, 그래서 고막이 손상되어버렸다. 듣기를 잘 못 하게 된 것이 언어발달에 지장을 주었고, 그래서 전체적으로 약간 발달이 지체되었다. 그러나 그 '전체적으로 약간'은 사회생활형성에는 막대한 듯 하다.

아이는 현재 4학년이고 덩치는 중학교1학년 급인데, 1학년 아이도 놀리고, 1학년 아이가 놀리고 때려도 아무 말 못하고 울기만 한단다.

분필을 좋아한다는 아이는 ADHD(과잉행동장애)를 가지고 있는 아이라고 했었다.

과잉행동장애에 대해 테레비에서 몇번 무어라 나왔던 걸 귓등으로 들었던 적이 있을 뿐인 나는 그것이 공부를 하다가 3분만에 딴 짓을 하는 정도의 증상이라고 너무 쉽게 상상하고 있었다. 그 아이는 현재 정확한 발음을 구사하지 못한다. 전체적으로 말이 느리고, 사용하는 단어도 5세 정도의 수준인 것 같다.

 

내가 제일 먼저 했던 생각은, 부끄럽게도, 아.... 그러나 솔직히 고백하자면, 나머지 아이 둘, '정상'인 아이 둘이 학습하는 학교라고 하기에 이곳은 너무.... 뭐랄까, 번잡하다, 시끄럽다, 방해요소가 많다, 그래서 부적합하겠구나,였다. 그 아이 부모들은 대안교육에 대한 얼마나 큰 철학과 신념이 있기에...

 

나는, 정말 나는 많이 노력해오고 있다고 믿고 있었다.

장애아와 비장애아 통합교육이 '절대적으로' 옳다고 믿고 있었고, 장애는 그냥 다른 것일 뿐이라는 것이 나의 생각이라고 믿고 있었고, 장애인의 성문제를 고민한다고 하고 있었고, 또 또 뭐 있나...

그렇지만 나는, 또 알고 있었다.

나의 노력은 어디까지나 장애가 남 얘기라는 안심(전제) 안에 있을 뿐이라는 사실.

 

중이염을 앓았던 아이와 과잉행동장애 아이는 현재 굉장히 많이 좋아진 상태라고 했다.

처음에 이 학교에 왔을땐, 아무하고도 눈을 마주치지 않았으며, 누구든 가까이오는 사람은 팔을 잡아 물었고, 소리를 질렀고...

내가 낯선 얼굴이라 그들의 눈동자가 불안했었나.

그래도 적어도 눈을 마주쳐주었었다.

그래, 눈을 마주친다는 것, 나는 그 의미를 알고 있다.

그럴 수 있는 사람과 그럴 수 없는 사람.

다른 이와 눈을 마주칠 수 없는 사람, 그 깊은 우울과 절망이 얼마나 시커먼 심연인지 알고 있다.

 

-철이(가명, 정상아이 중 하나)는 여기 오기 전에 원어민 영어과외도 받았던 아이에요.

-그러면 아이 학습에 대한 욕심이 많은 부모시겠네요?

-왜 아니겠어요. 그 과외 끊어야 저희 학교 입학이 가능하거든요. 그게 저희 입학조건이에요.

  그래서 부모설득하는 데 굉장히 힘들었어요.

-그러면서도 그 부모님들은 입학을 시키셨네요.

-철이가 문제가 있었어요. 어쩔 때는 계속 소리를 지르고 서있거나, 계속 욕을 해대고....., 저희 교사들 철이한테 많이 맞았어요.

-지금은 그런 모습은 없는 것 같은데요?

-지금은 전혀 안 그래요. 

 홧병이었나봐요. 과도한 스트레스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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