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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에 영화 두 편, 오오

이런 날이 오는구나, 가끔은.

 

그 두 편의 영화는,


        

       

 

전도연이 나와서 무조건 보고싶었던 <인어공주>와 아녜스 자우이 감독이 찍어서 무조건 보고 싶었던 <룩앳미>.

 

아, 전도연 너무 이뻐.


 

전도연, 나는 <접속>부터 그녀의 휀이었다.

<접속>은 후진 듯 하면서도 때때로 생각나는, 그래서 아주 가끔 (이 년에 한 번) 다시 보면 그 당시(1990년대 후반) 냄새가 조금 가슴 아프게 느껴지는 내가 좋아하는 영화다.

거기서 전도연, 그다지 눈에 뜨이는 연기를 보여준 것은 아니지만, 나는 그녀를 두고두고 기억했었다. 신경숙의 <깊은 슬픔>을 떠올리는 슬픈 캐릭터였기 때문인지, 그녀의 외모가 내 마음에 들었기 때문이었는지, 마침 전도연의 휀인 남자와 내가 데이트를 시작했었기 때문이었는지 모르지만.

그녀의 다음 영화, <약속>은 보지 못했고, 지금도 볼 생각은 없지만, 예고편에서 보았던 전도연의 표정 하나가 여전 기억남. 진료실에서 처음 박신양을 보고 첫눈에 훅 반해버렸지만 자기 감정을 애써 감추려던 그 표정. 그 표정, 참 그럴 듯 했지.

그리고 그 다음 영화, <내 마음의 풍금> 이거 진짜 전도연 영화다. 전도연이 있어서 산 영화. <내 마음의 풍금>은 뭐 특이할 것 없으면서도 보는 짬짬이 눈물도 짜고, 헤벌쭉 웃고 했던 것이 순전히 전도연 때문이었다. (그런 면에서 <인어공주>가 딱 제2의 <내 마음의 풍금>.) 촌스러움을 가장했지만 실상 이래도 이쁘지 않느냐?를 의도한 전도연의 저 분장과 의상, 정말 저래도 이쁜 전도연을 바라보고만 있어도 으흐흐, 나는 계속 웃음.

<피도 눈물도 없이>, <스캔들>을 아직 보지 못 했는데, 아무래도 전도연 때문에 보아야할 것 같음. <해피엔드>와 <나도 아내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아무리 전도연이래도 살릴 수 없는 꽝 영화. 하지만 <해피엔드>에서 딱 하나, 잊을 수 없는 장면이 하나 있는데, 그것은,

아내(전도연)의 불륜을 알고 이를 갈고 있는 남편(최민식) 앞에서, 아직은 그런 사실을 모르는 전도연의 저녁밥 먹는 장면. 남편이 끓여논 콩나물국에 밥을 말아 한숟갈씩 입에 퍼넣는 그녀. 다리 한 짝은 식탁의자에 걸치고, "콩나물국, 시워~ㄴ하다."라며, 여전 실업자 남편을 꼬나보면서.

이 장면, 나는 감히 한국영화 명장면 베스트 5 안에 꼽겠음.

(괜히 또 하나 꼽는 명장면을 얘기하자면, <오아시스>에서 설경구가 공주(문소리)를 어머니 무슨 생일잔치에 데리고 가서는 밥 먹으며, 먹은 밥의 반은 다시 튀어나오며, 무슨 이야기를 킬킬대며 지껄이던 장면 있잖습니까. 그거. 지금도 자다가 가끔 꿈에 나옴.)

 

<인어공주>는 전도연의 영화다. 그녀가 1인2역을 하면서 극중 대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녀의 연기, 그녀가 내뿜는 매력, 그것 없으면 영화 없었다.

어머니와 딸의 이야기라고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새삼 가슴 절절한 것도 없고, 몇십년을 울궈먹은 그 타령이다. 목욕탕 때밀이를 하며, 욕도 잘 하고, 바닥에 침을 탁탁 뱉는 억척 아줌마인 엄마. 빚보증에, 월급 한 번 큰소리치며 마누라 갖다 준 적 없고 초라하게 늙어가는 아빠. 그런 부모가 끔찍한 현실인 딸. 고두심의 연기도 식상하다. 판에 찍어놓은 대로 나열하는 듯한 연기. 밋밋한 캐릭터와 단선적인 스토리.

박해일의 목소리와 선과 악이 겹친 그 얼굴, 그리고 전도연, 이 것이 없었다면 영화를 끝까지 보지 못 했을 듯.

 

그리고 연이어 <룩앳미.

<타인의 취향>에 이어 정말 재미있었음.

권력자와 그 주변의 인간들. 그러나 권력자가 정말 그런 식이라면 사랑스럽지 않은가.

나는 사실 그 아버지, 독재자 캐릭터 좋았다. 그의 독설 스타일도 좋았다. 나는 권력도 없고, 원체 소심한 인간이라 그런 말들을 하지 못하지만, 할 수 있다면 그렇게 직설적이고 싶다. (물론 짜증덩어리는 되지 말고.)

 

까페에서 어떤 소설가와 밥을 먹는데, 누군가 다가와 말을 시키는 장면

그 권력자인 유명소설가 아버지 : 오, 책도 읽으시나보네.

다가와 말 시켰던 지나가던 사람 : 말이 좀 심하시군요.

권력자인 유명소설가 아버지  : 좋아하는 사람에겐 그렇지 않아요.

 

캬, 올 하반기에 본 영화 중 명대사 베스트 5에 꼽음.

 

그리고, 그런 부녀 관계는 한국에서라면 제법 성공한 관계 아닌가.

 

영화를 다 보고, 같이 본 사람과 이 얘기 저 얘기 하다가 나온 말,

"난 세바스티앙(딸의 새 남자친구)과 카린(권력자인 유명소설가 아버지의 부인)이 눈 맞는 줄 알았어."

이게 프랑스 문화와 한국 문화의 갭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인가 보다.

난 정말정말 둘이 눈 맞는 줄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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