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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하는 금순이

(블로그 분위기 좀 바꿔봤음)

 

오늘 금순이가, 자기를 외면하고 먼저 엘레베이터를 타고 가버리려는 남자에게 "사랑해요"하고 외쳤다.

애 딸린 과부, 미용사 금순이가 총각, 의사를 만나 사랑하려면 얼마나 많은 우연의 장치들이 얽히고 섥히는 설정이라야 가능할까, 싶었더니만 의외로 정공법이라 놀랐다.

 

<굳세어라, 금순아>를 보고있으면 벼라별 애엄마들이 나온다.

애 낳자마자 남편이 죽자 애 놔두고 팔자 고친 여자

남편 없이 애를 낳고 애를 위해 억척같이 살아 이제는 떵떵거리고 살지만 미혼모였다는 것이 최대 콤플렉스인 여자

재혼한 이혼녀(전에 낳은 아들이 하나 있다)

그리고 우리의 금순이, 결혼하자마자 남편이 죽었으나 임신한 아이를 그대로 낳고 시댁에 들어가 시집살림까지 하며 사는.

 

이 각종 애엄마들은 사회적 지위가 어찌되었든 간에(서울에서 제일 큰 미용실 원장이든, 잘 나가는 사업가이든) 애가 딸렸다는 것 때문에 모진 사회적 압박과 시련에 시달린다.

특히 금순이의 동서되는, 재혼한 이혼녀, 이 여자는 전에 이혼했다는 사실과 그 때 낳은 아들이 있었다는 사실을 시부모가 몰랐었다는 이유 하나로 극한의 파렴치한으로 몰려있다.

그걸 시부모에게 밝히지 못했던 이유를 말 안 해도 충분히 이해할 만한 사회에 살면서, 인지상정에 측은지심이지, 동정과 위로는 못 할 망정(애 낳은 엄마가 애와 떨어져 살아야하는 아픔, 이혼을 겪은 아픔, 그것을 드러내놓지 못하는 아픔) 사람으로도 보지 않는다는 식의 태도는 너무하다. 저런 식이 먹히는 이 사회의 가족권력구도가 섬뜩하다.

 

보고있자면 섬뜩한 것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금순이가 다른 남자를 만나는 듯한 기미만 보여도 으르렁대는 금순이 시형(시동생은 아니고 남편의 형이면 시형인가?).

그리고 전체적으로 화면에는 늘상 적대감이 넘쳐난다. 그래서 툭하면 상대를 노려보고 고함을 지른다. 저게 한국인의 정서인가보다.

 

아무튼 애 딸린 여자가 주인공인 이 드라마는 곳곳에 애 딸린 여자가 포진하여 모진 핍박을 받으면서도 계속해서 임신 중이다. (내일 예고편에 이십대 딸을 둔 양희경이 임신진단테스트에서 포지티브 결과에 기절하는 장면이 포함돼있었음) 출산율이 오이씨디 국가들 중 최저라는 국가의 걱정에 반하는 드라마인 건지, 동조하는 드라마인 건지..

 

애 딸린 여자들의 팔자고침을 두고 두 눈에 쌍심지를 켜는 와중에도 금순이의 사랑은 굳세게 지켜가니, 흠, 그건 왤까.

그녀는 굳세게 살았으므로?

온갖 역경에도 반듯하게 꿋꿋하게 살았으므로?

스물한두살 짜리(이 단어에서 나의 선입견이 들어있다고 해도 할 수 없다.)들이 덜컥 임신을 쉽게 사회음성적으로 해결할 수 있었음에도 반듯하게 사회양성적인 방법(결혼, 출산)을 택하였으므로?

그러고도 남편이 죽었으나, 넌 나가서 마음대로 해도 된다는 시부모도 만류하며 애도 포기 않고 낳아 키우고 시집에서 살림하고 돈 벌고..여전히 반듯하게 사회양성적인 방법으로 열심히 살았으므로?

 

그래도 (사회음성적인) 불륜을 옹호하면서 (결국) 사회양성적인 빌미를 비빌 언덕으로 깔아놓는 소설,영화들 보다는 낫다는 생각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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