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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그리트 뒤라스의 라 뮤지카2

마르그리트 뒤라스, 이 여자 나랑 이란성 쌍생아 아닐까?

문장 하나하나가 마치 내 머리 속에서 나온 것 같다.

(하긴, 이렇게 느낄 사람이 한둘이겠는가, 그래서 세계적 작가이겠지.)

사실 문학의 감동, 예술의 정화(카타르시스, 지금 이 말이 생각 안나며 별별 단어가 머리에 떠오름, 클라이막스는 그렇다쳐도 코르크, 클리토리스,..) 이런 거 없다.

좀 달착지근하려고 한다,하다가도 확 건조하고 권태롭게 나가떨어지는 그 맛. 그거 때문에..

 

이런 게 그렇게 좋다니, 문득 나는, 관계에 관한 한(?), 너무 건조하고 무기력한 인간 아닌가, 란 생각이 들어 기운이 빠졌다. 이미 그렇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나의 이런 말을 들으면 마르그리트 뒤라스는 자기 소설을 잘못 읽고 있다고 쯧쯔 혀를 찰 지도 모르겠다. '나는 관계에 관한 열정을 그린 것이지. 그게 너무 강렬해서 현실은 항상 무기력하고 마는 것이라....' 그러나 나는 관계에 관한 열정은 하나도 모르겠다. 단지 작품해설이랍시고 나온 글에 하나같이 관계, 열정 운운하고 있어서 그런가보다 하고 있을 뿐, 애초부터 주인공들은 건조하고 권태롭고 무기력하다. 관계에. 일상보다 관계에.

 

내 머리 속에서 나온 것 같은 문장의 이 소설들이, 그래서 난 대단한 세계적 소설로 도통 느껴지지가 않는다. 어쩔 땐 부끄럽기마저 하다. 아이고, 이런 걸 남한테 어떻게 보여줘.

마르그리트 뒤라스 때문에 나는 소설가 되긴 글렀다. 내가 소설 쓰면 이거 다 뒤라스 소설 흉내낸 거 아니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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