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교회 졸업했어요 (1)

10여년 전 전철을 타고 갈 때였다. 젊은 한 청년이 올라타더니 <예수 믿고 천국가자. 예수 안 믿으면 불구덩이 지옥에 간다> 대충 이런 요지의 말을 열렬히 해댄다. 퇴근길이라서 잔뜩 피곤해 전철에서 달콤한 잠을 자보려고 야무진 생각을 하고 있는 참에 뱃속에서 우러나오는 그 우렁찬 외침이 참으로 거슬린다. 될 수 있으면 참으려고 했는데 별 내용도 없는 이야기를 몇분씩이나 계속 반복하자 은근히 인내심이 바닥나기 시작한다. <저 여기요, 무슨 말씀하시는지는 알겠는데요, 좀 조용히 합시다!>. 헉! 그 청년 매서운 눈초리로 홱 나를 쳐다본다. 생각지 못한 반격에 좀 놀라기도 좀 약오르기도 한 모양이다. 얼굴이 좀 굳어지는가 싶더니 정거장에 전철이 멈추자 <너 함부로 까불면 큰일 난다> 하며 내린다. 헉! 이거 완전 조폭 분위기네. 끌끌 불쌍한 어린 양 하나 구제하는 데 실패하셨수다 그려. 무슨 일인지 모르겠다. 버스나 전철에서 장사하는 아저씨를 보면 그들이 아무리 소리쳐도 묵묵히 견뎌내는데 왜 <예수 천국, 불신 지옥> 이야기만 나오면 참기 힘든 것일까? 장사하는 아저씨들은 처자식 줄줄이 달린 생계형이고 <예수 천국, 불신 지옥>은 신념형이니까? 얼마 지나지 않아 <예수 천국, 불신 지옥>하는 사람들 중에도 그걸 해야 밥벌이가 되는 사람들이 있다는 걸 알게 된다. 그러면 진작 그렇다고 이야기할 것이지... 한국사회에서 살다 보면 남녀노소 구별없이 가장 많은 호객행위를 당하게 되는 일은 주로 이런 <예수 천국 불신지옥> 조직을 통해서다. 심지어 몇년전 토론토에 들를 일이 있어 갔는데 거기서도 한 전철역에서 호객행위의 대상이 됐다. 그때는 그래로 좀 젊잖은 목사님한테서다. 바다 건너 왔으니까 호객 내용이 좀 바뀌었나 싶었는데 영 아니다. 호객 당하는 입장에선 좀 신물난다. 이런저런 이유로 개신교 교회, 천주교 성당을 몇년쯤 들락날락 했던 입장에서 그리고 거기서 좀 배운 바가 있는 처지에서 그런 호객 행위를 매몰차게 거절하기란 쉽지 않다. 어떻게 하면 이 호객행위를 우아하게 거절할 수 있을까? 생각을 거듭해 짜낸 것이 바로 <교회 졸업했어요>이다. <교회 졸업했어요> 좀 살펴보면 인생의 쓴 맛 단 맛 본듯한 분위기도 비스무레 풍기는 그래서 호객하는 사람도 좀 쉽게 대처할 수 없는 말이다. 이 한마디하면 대부분 <어 이거 뭐야> 하면서 주춤한다. 즉각 응답이 오는 경우는 지금까지 없었다. 보통 내공이 튼튼하지 않으면 대답하기 힘들다. 그래서 호객행위 당할 때마다 즐겨 사용한다. 오늘은 이른바 부활절이다. 육신의 부활이라는 신화 내지 종교적 신념을 과학적 사실로 등치시켜 버리는 행위가 지구 구석구석에서 행해지는 사실 소름끼치는 날이기도 하다. 오늘날 고통받는 이들에게 힘이 되어 줄, 시대를 너무 빨리 앞서간 사회주의형 인간 예수가 아니라 박제된 독수리처럼 종교적 아이콘으로 십자가에 박혀있는 예수가 기념되는 날이라 씁슬하기도 하다. 오늘 부활절을 맞이해 어디선가 <예수 천국 불신지옥> 프로파겐다는 쭉 계속되고 있으리라. <교회 졸업했어요> 이 한 마디 하는 데는 사실 수 많은 시행착오와 공부가 필요했다. 이어지는 글들에서 하나씩 풀어가도록 해보겠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