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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6/07/15
    홑왕원추리
    오!사랑

홑왕원추리

 

2005년 4월, 창원 천주산 등산길.

고개마루에서 능선을 따라 정상으로 가는 양 옆을 화단모양으로 가꾸어 놓았는데, 잘잘한 풀들이 여기저기 나있다. 가까이 가서 보니, 납작한 잎이 좌우로 겹쳐 나있는데, 작고 예쁘다. 이건 무슨 풀일까 궁금해하고 있는데, 옆에 있던 아줌마가 '원추리'라고 한다. 나물로 무쳐도 먹는다고 하고.

 

정상에서 내려오는 길에 사진을 찍고, 한뿌리 캐어갈 욕심이 생겨 주변을 두리번 거리며 손으로 파보았는데, 생각보다 뿌리가 깊고 뒤엉켜 있다. 줄기만 잡고 당기다 몇 개 끊어먹고 겨우 한 뿌리 캐어내어 집에 가지고 와서 작은 화분에 옮겨 심었다.

 

 

나름대로 정성껏 물을 주었건만, 원추리는 결국 말라버렸다. 그래서 겨우내 베란다에 버려져 있었는데, 올 봄 다른 화분의 분갈이를 하려고 원추리 화분을 엎어보니 뿌리가 여전히 얽기섥기하고 말라 시든 잎 사이로 화살촉 모양의 조그만 새순이 보였다. 그래서 혹시나 하고 다른 화분에 옮겨 심었더니 다음날부터 다시 새 잎이 무럭무럭 자라 올라오는 것이 아닌가!

 

하지만 올해도 잎이 무성해지도록 꽃이 필 기미는 보이지 않았다. 아파트단지에, 도로 화단에 원추리며 홑왕원추리며 활짝 꽃을 피우고 있는데도, 베란다 화분의 원추리는 잎 그대로였다. 그러더니 잎 끝이 조금씩 마르기 시작했다. "역시 땅에서 자라야 하는 것을 괜히 파가지고 왔나" 싶기고 하고 "혹시 집 앞 화단에 옮겨 심어주면 꽃을 피울까?" 생각이 들어 계속 망설이고 있었는데....... 어느날부턴가 드디어 잎 사이로 꽃대를 올리기 시작했다!

 

 

매일 매일 꽃대가 얼마나 더 올라왔나 살피고 물을 줄 때마다 흐뭇했다. 그렇게 한 70-80Cm 꽃대를 밀어올리더니, 끝에서 꽃망울이 맺히기 시작했다. 그리고 작은 꽃망울이 조금씩 길쭉해지더니, 드디어 오늘 아침 첫번째 꽃을 활짝 피웠다. 홑왕원추리다! 너무 반갑고 기쁘다. 방 책상에 않아 창문을 열면 홑왕원추리가 바람에 조금씩 흔들리는 것이 보인다. 방에 앉아 이렇게 꽃구경을 할 수 있다는 것이 참 좋다. 옆에 있는 꽃망울도 꽤 길쭉해졌으니, 내일은 또 한 송이 꽃을 피울지도 모르겠다.

 

 

원추리는 백합과의 여러해살이풀로, 우리말로는 '넘나물'이라고 하여 봄철에는 어린 싹을, 여름철에는 꽃을 따서 김치를 담가 먹거나 나물로 무쳐 먹는데 그런 대로 맛이 있다고한다.

 

뿌리에는 맥문동을 닮은 괴경(덩어리)이 달리는 데 먹을 수 있는데, 멧돼지가 즐겨 파서 먹을 만큼 영양분이 많아 자양강장제로도 쓰였고, 녹말을 추출하여 쌀, 보리 같은 곡식과 섞어서 떡을 만들어 먹기도 했단다. 또 꽃의 술을 따 버리고 밥을 지을 때 넣으면 밥이 노랗게 물이 들고 독특한 향기가 나는 밥이 된다고 한다.

 

아파트 출입구 옆 화단에 핀 '홑왕원추리'

입도 크고 꽃대도 훨씬 굵고 키도 1.5m 정도로 큰 것이 집의 것보다 늠름하다.

 

 

 

어머니가 사시는 아파트 단지에 핀 '원추리'
홑왕원추리는 꽃이 주황색인데 비해 원추리는 노란색이다
 
 

* <경남도민일보>에 연재하는 "박덕선의 들풀-원추리" 보기
http://www.idomin.com/news/read.php?idxno=122430&rsec=S1N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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