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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5/30

주말 내내 한 스무시간쯤 잔 것 같다. 자도 자도 끝이 없었다.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 밀린 과제들과 졸업논문을 끝내야 하는데 너무나 귀찮다. 3월부터 시작한 기나긴 레이스가 아직 좀 더 남았는데, 다시 정신을 차릴 힘이 나지 않는다.

 

교생의 경험이 이렇게까지 나를 뒤흔들지 몰랐다. 아이들의 웃음, 동료교생 간의 지지, 지도교사의 배려 속에 보낸 지난 한 달이 꿈만 같다. 아이들이 내게 보여준 환대는 앞으로도 절대 잊지 못할 것 같다. 

  

대표수업을 했던 금요일 2교시, 9시 30분에 시작을 하기 전에 아이들이 담임선생님과 노래를 부르는 동안 나는 컴퓨터와 칠판, 준비물 세팅을 모두 마쳤다. 교실 뒤로 교생들이 하나둘 들어왔고, 교감 등 다른 선생님들이 들어오는 모습을 보면서 나는 "자 여러분 수업 시작할 준비가 됐나요?"라는 말로 수업을 시작했다.

 

수업이 끝나는 시 10시 10분까지 내가 무슨 말을 했는지 어떻게 수업을 진행했는지 사실 잘 기억이 안 난다. 정말 정신줄 놓고 진행을 한 것 같다. 다행히 아이들이 그날 수업을 너무 진지하게 들어주어서 고마웠다. 예정된 활동 네 개를 마치고 오늘 수업 정리를 하는 질문을 던져서 첫번째 학생이 발표를 하는데 수업 끝나는 종이 울렸다. 그 소리에 난 씨익 웃으며 한 명 더 발표를 시켰고, 다음 시간 수업 내용을 공지하며 수업을 마쳤다. 그제야 뒤에 있던 교생들도 환호하며 박수를 쳐주었다. 뭔가 하나가 끝났다는 안도감에 온 몸에서 힘이 다 빠져버렸다.

 

금요일 저녁 다 같이 회식을 하며 대학로에서 새벽까지 놀았다. 다음 날 아이들에게 줄 편지도 못 썼는데 마냥 놀았다. 한 세시간 자고 다시 마지막 날 출근을 했다. 부랴부랴 아이들 한 명씩에게 편지를 썼다. 비몽사몽 코팅을 해서 다 자르고 4교시에 교실로 걸어가는데 갑자기 정신이 또렷해지면서 목이 뜨거워지기 시작했다.

 

꾹 참고 웃으면서 헤어져야지 생각하며 들어갔는데, 담임쌤이 아이들에게 한마디씩 교생선생님한테 하고 싶은 말을 해보자고 하신다. 그렇게 한 명씩 아이들이 말을 시작하는데 결국 참았던 눈물이 터져나왔다. 내 옆에 있던 교생쌤도 같이 우니깐 이젠 아이들도 하나둘 훌쩍거리기 시작했다. 나랑 다른 교생쌤이 한마디씩 마치고 아이들 한명씩 불러서 편지를 전해주고 한명한명 꼬옥 안아주었다. 나한테 장난치고, 내 말을 잘 안 듣던 남자 아이기 하나 있었는데 그 아이가 서럽게 우는 걸 보면서 마음이 더 짠했다. 담임쌤이 우리 둘을 보내면서 책 한권씩을 주시는데, 담임쌤도 눈이 빨갛게 변해있었다. 

 

한달 교생 기간동안 내가 배운 것은 무엇일까. 인간에 대한 신뢰? 타인에게 나란 존재도 기여할 수 있다는 자각? 급식실 가는 그 짧은 길에서도 내 손을 서로 잡지 못해 아쉬워하고, 밥 먹을 때도 서로 내 옆에 앉으려는 아이들을 보면서 그냥 행복했다. 쉬는 시간마다 달려와서 나랑 묵찌빠를 하면서 마냥 좋아하는 아이들, 복도에서 걷다가 떨어진 필통을 주워주어서 고마웠다고 편지에 쓴 아이, 자기도 커서 교생선생님이 되고 싶다고 말하는 아이. 28명 아이들 한명 한명을 더 사랑해주지 못해서 안타까워하는 내 모습에 스스로 너무 놀라웠다. 아이들 덕분에 내 마음이 한 200배쯤은 넓어진 것 같다. 

 

아이들 한명 한명의 얼굴마다 개인사가 보이는 느낌이었다. 아이들 한명 한명의 얼굴을 보면 내가 그동안 알던 사람들의 얼굴과 겹쳐 보이곤 했다. 이 아이들이 자라면 어떤 얼굴을 하고 있겠구나 싶은 생각. 아이의 얼굴과 함께 평소에 하는 말과 행동을 보면서 가족관계도 추측을 하곤 했다. 이 아이들이 어른이 되었을 때에는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게 될까 하는 생각에까지 이르니 나 혼자 괜한 조바심이 나기도 했다. 다들 지금처럼 예쁘게 자라서 자신을 아끼고 타인을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이 되면 좋겠단 생각을 했다  . 

 

"어떻게 아이들을 사랑할 것인가?" 영성으로 충만해진 지금 이 기운을 앞으로 한동안 더 나누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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