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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에 눈 내린 날

어제 밤부터 내리기 시작한 눈이 밤새 내려서 아침에 일어나보니 세상이 하얗게 변해있었다. 눈이 제대로 왔구나 생각하고 있었는데 뉴스에선 어제 오늘 눈이 18년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폭설이었다고 한다. 눈이 와서 지하철이 많이 붐비겠거니 했는데 의외로 한산했다. 다시, 뉴스에선 오늘 눈으로 600만명이 일을 못(안) 나갔다고 한다. 이 600만명이란 숫자가 런던에서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숫자라는데, 버스 서비스는 아예 중단됐고 런던에 있는 공항들도 비행기가 못 떴다고 하네. 나에게 한국은 눈이 오든 비가 오든 대중교통이 막히든 심지어 세상이 무너져도 아침에 출근을 해서 상사에게 얼굴 도장을 찍어야 하는 곳인데, 이 동네는 눈 한번 왔다고 맘 편히 쉬는구나 싶었다. 학교도 다 쉬고 가게들도 문 닫고 그랬단다. 심지어 오늘 예정됐었던 bbc 반대 집회도 취소됐다고.. 오늘 학교 안 가고 아침에 밖에 나와 눈싸움을 하는 친구들이 참 부러웠다. 나 학교 다닐 땐 폭설이 와도 휴교되는 적은 없었던 것 같은데..
참, 이 폭설에 대한 뉴스 중에 병원 수술에 대한 얘기도 들었다. 내가 들은 게 맞다면 병원에 출근해서 수술을 담당해야 할 사람들이 제 시간에 오지 못해서 수술이 다 취소되고 덕분에 환자들이 어려움을 겪었다고. 정확히 분석은 안 되지만 이런 보도내용을 보면 이 동네가 확실히 한국보다는 일하는 노동자들의 관점이 많이 녹아 있다는 막연한 감이 든다. 
비비씨 뉴스 왈 이 눈 덕분에 노동자들이 주말에 이어 월요일 하루를 잘 쉬었다는,, 학생들도 폭설 덕분에 'permitted truancy'를 즐길 수 있었다고 말하는데 그 멘트가 왠지 모르게 재밌게 들렸다. 이 멘트에 이어서는 이 눈으로 인해 초래된 경제적 손실은 얼마였다는 말도 들린다.





저기 보이는 네 개의 창문 중에 하나는 내 방의 창문..어떤 창문일까..ㅎㅎ





집에서 나와 지하철 역으로 걸어가는 길..





반대 방향의 길. Sainsbury에서 장보고 돌아올 때 이용하는 길..





모든 버스가 멈춰버렸다. 순식간에 눈을 녹여버리는 서울의 제설기술을 떠올려보면 런던에서 눈 때문에 버스가 운행하지 않는다는 건 얼핏 잘 이해가 안 되기도...한국 제설차들이 독한 유해물질들을 써서 제설작업이 순식간에 이뤄지는 건가 싶기도 하고..





버스가 멈추니 버스 운전기사들도 하루 쉴 수 있었겠다. 버스 차고 앞에서 기사들이 눈싸움을 하며 신나게 놀고 있었다.. 몇 년 전에 어느 뉴스에서 서울 버스노동자들의 상대적으로 안정된 연봉을 보도했던 기억이 난다. 사실 듣고 나면 실제론 그렇게 큰 돈도 아니었던 것 같은데 단지 워낙 비정규직이 많은 사회이기에 그런 보도가 나오는 것도 가능한 게 아니었을까 하는.. 여기는 특히나 버스노동자 중에는 백인을 거의 찾아볼 수 없다. 다 유색인종들이다. 버스들마다  '주 500파운드+@'라는 문구와 함께 운전기사를 모집하는 광고들이 큼지막하게 붙어있다.





킹스크로스역에 내려 사무실로 걸어가는 길.. 참 한적했다.





사무실 건물 1층에 있는 하우스만 북숍..이 책방도 오늘은 문을 안 열었다..





2층 사무실 바깥엔 밤새 내린 눈이 그대로 쌓여있었다. 오른쪽에 살짝 보이는 게 하비엘이 혼자 쓰는 조그만 가건물이다. 가건물이라고 하기엔 참 잘 만들어진..심지어 따뜻하기까지 하다. 난 오늘 하루 종일 부르르 떨었는데..;;ㅎ  주말에 라디에이터를 꺼놓기에 월요일은 다시 실내 공기가 달궈지는데 시간이 꽤나 걸린다.





사무실에서 킹스크로스쪽으로 바라본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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