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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대 국회, 부실진흥법안이 판친다

예산검토부족, 지역구ㆍ이익단체 챙기기 우려 높아
계류중인 진흥법 제정안 41건
2006/12/4
강국진 기자 globalngo@ngotimes.net
국회에 계류중인 각종 진흥법제정안은 모두 41건(11월 15일 기준)이다. 상임위별로는 문화관광위원회가 15건으로 가장 많았고 교육위가 7건으로 그 뒤를 이었다. 전통주와 전통무예 등 전통문화와 관련한 법안이 4건이나 되고 스포츠 관련 법안 2건, 효도 관련도 2건이다.

이들 법안 가운데 상당수가 특정 사안마다 법안을 내놓아 ‘진흥법 인플레이션’을 초래함으로써 ‘법 안정성’을 입법부 스스로 훼손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이밖에도 △지역이기주의를 부추길 우려 △지역구 챙기기 △예산검토부족 △특정 이익단체 챙기기 등을 우려한다. 게다가 일부는 “도덕까지 법으로 규제하려 하느냐”는 비판에서 자유롭지도 못하다.

안상수 한나라당 의원이 지난해 대표발의한 내륙컨테이너기지주변지원법안은 대표적인 지역구 챙기기 사례다. 현재 운영중인 내륙컨테이너기지는 경기도 의왕과 경남 양산시에 있다. 특히 23만평 부지에 연간 196만TEU(약6미터 컨테이너) 물동량을 처리하는 의왕 내륙컨테이너기지는 수도권 컨테이너 화물의 45%를 처리하는 국내최대 컨테이너기지다. 이로 인해 주변지역 주민이 입는 손실은 연간 200억원이 넘는다. 이 때문에 그동안 정부는 지방교부세법에 따라 매년 40억원 이상을 교부하고 있다.

이 법안에 대해 건교부 검토보고서는 “특별법 형태로 국가가 직접 재정지원을 한 입법례가 없으며 만약 특별법을 제정할 경우 유사한 기피시설에 대해 특별법 제정에 의한 재정지원요구가 분출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안상수 의원의 지역구는 경기도 과천·의왕이다.

법안을 발의할 때 예산검토를 제대로 하지 않는 경우도 적지 않다. 법안을 제정할 경우 막대한 예산이 드는데도 예산확보방안을 제대로 고민하지 못할 뿐 아니라 심지어 제정안에 조세지출을 명시했음에도 예산추계서조차 없는 경우도 있었다. 안민석 열린우리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스포츠산업진흥법안은 필요한 예산을 320억원으로 계산했는데 이 가운데 300억원이 진흥원 설립운영 비용이었다. 진흥을 위한 법인지 진흥원을 만들기 위한 법인지 주객이 전도된 것이다.

남북사회문화교류진흥법안(최성 열린우리당 의원 대표발의)과 사립학교지원특례법안(이인영 열린우리당 의원 대표발의)는 소요예산을 각각 5년간 1470억원과 2천억원으로 계산했지만 검토보고서는 “사실상 소요예산 확보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각종 특례와 특혜를 인정하는 것은 지역이기주의를 부추길 우려 뿐 아니라 법적 안정성을 스스로 해칠 수 있다.

서해5도 개발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안(박승환 한나라당 의원)은 자칫 지역이기주의를 부추길 뿐 아니라 법적 안정성을 해칠 우려가 있다. 박 의원은 법안 발의 이유로 이렇게 밝혔다. “남북분단으로 인해 낙후된 접경지역에 대한 개발과 피해보상 등의 근거는 현행 접경지역지원법에도 규정돼 있으나 서해5도 지역에 대한 실제 지원은 매우 미비한 실정이므로 … 개발을 위한 사업지원 및 각종 특례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지원법을 마련해 해당 지역주민의 생활안정 및 복지증진을 도모하려는 것.”

특혜를 준다는 것을 스스로 인정한 셈이다. 문제는 현행법상 접경지역은 접경지역지원법에 따라 지원을 받고 있다. 이 법이 제정될 경우 접경지역마다 비슷한 특별법을 제정하자는 요구가 빗발칠 수 있다.

영어교육진흥법안(김기현 한나라당 의원)은 법안에 “초중등교육법 조항에도 불구하고” 별도조항을 두었다. 심지어 영어교육담당교원 임용기준을 정하는 대통령령에 “초중등교육법 규정에도 불구”하고 “영어교육에 대한 전문지식을 가진 자도 임용될 수 있도록 하는 기준을 둘 수 있다”고 명시했다. 대통령령이 상위법을 어길 수 있다는 ‘위법’을 명시한 셈이다.

레저스포츠진흥법안(김재홍 열린우리당 의원 대표발의)은 법안 발의 당시부터 특정 이익단체만 ‘진흥’하는 법안이라는 논란에 휩싸였다. 김완 문화연대 활동가는 레저스포츠특구 등 지원(11조) 조항을 예로 들며 “현실적으로 레저스포츠특구로 지정되는 거의 모든 곳은 골프장”이라며 “결과적으로 골프장만 혜택을 보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강국진 기자 globalngo@ngotimes.net
2006년 12월 1일 오후 16시 38분에 작성한 기사입니다.
시민의신문 제 678호 6면에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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