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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민..

농사 4년차..

 

그런대로 감자, 옥수수, 고구마, 고추까지.. 이런 작물들에 대해선 이젠 어느정도

필요한 거름의 양도 알겠고, 어떻게 관리해주면 되는지도 알겠고, 맛도 뭐.. 대충 이정도면

나쁘지 않아 생각했지만..

 

1.

요즘 충주제천 한살림쪽에 나가는 꾸러미 야채들의 맛과 질에 대해선 영.. 신통치 않아

고민을 많이 하게된다. 내가 먹어도 씁쓸하고, 다소 질기며 뭔가 많이 부족해 보이는

우리집 채소들에 자신감이 팍팍 줄어들고 있다. 그냥 집에서 나 먹으려고 기른 놈들보다

훨씬 맛에 있어서나 질에 있어서도 떨어지는 것 같아 소비자들에게 내놓는 것이 부끄럽게

느껴지니 말이다.

 

2.

어제 김장배추 씨앗을 넣는 파종을 했다. 한참 동안 모판에 씨앗을 심고 있는데 종묘상에서

사온 씨앗봉지를 보던 친구가 "아니? 몬산토 코리아네?"하는 거다. 그동안 나름 예민하게

씨앗의 출처를 확인했다고 자부했건만 이것은 영~~ 아닌거다. 무심코, 개념없이 썼던 종자들이

거의 대부분 다국적 종자회사의 것이였다니 너무너무 부끄러워 얼굴을 들 수가 없었던 거다.

옆에 계시던 분께 당황한 나의 생각을 밝히니, 이미 종자회사는 IMF 때 그러니깐 10여년 훨씬전에

이미 외국계 다국적 기업에 넘어갔다는 거다. 다른데도 아니고 몬산토!! F1, 터미네이터 종자로

전세계 곡물 시장을 휩쓸어 토종종자를 넘어뜨리고, 생물종 다양성을 마구잡이로 파헤치는 그런

기업이 내 밥상에 이미 가득했었다는 사실을 잊고 또 잊고, 민감성도 한참을 어딘가 보이지 않는

구석탱이로 쳐넣어 버린 나자신에 대한 자괴감과 부끄러움이 동시에 밀려왔다.

 

3.

토종종자들의 경우 온전히 변형이 이루어지지 않는 종자 자체의 채종이 쉽지 않고, 작물의

수확량에 있어서도 많이 부족하다고 하다. 그래서 최근에는 유기종자 채종이 조금씩 조금씩

이루어진다고 한다. 그 흐름이 다국적 종자회사의 거대한 흐름을 거스를 수 있을지는 아직은

지켜봐야 하겠지만 반가운 소식이긴 했다. 토종과 유기 종자들이 땅속에서 삶을 지켜내고

밥상과 입맛을 되찾을 수 있을지 미지수이긴 하지만 농사를 짓고 있는 나 자신도 뭔가 진실된

노력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해 보았다.

 

4.

감자의 호응이 좋았다. 맛과 질에 있어서 나름 괜찮은 상태였으니 말이다.

처음으로 농업기술센터에서 종자 개량한 놈들을 사다가 심으니 그 질과 맛이 확실히 보장이 되었다.

그러나 마음 한켠으로 뭔가 슬픔이 찾아드는건 아마도 내 씨앗을 내가 지키지 못하고 있다는

혹은 공동의 씨앗을 함께 보존하고 있지 못하는 자괴감같은게 가득해서 일 것이다.

 

5.

농사.. 쉽지가 않다.

맛을 내기도 해야겠고, 질도 높여야 되겠고, 거기에 건강한 종자를 써야만 하겠다는

숙제가 떠오른다. 에궁 부끄럽다.. 귀농 5년차 뭔가 새로운 도약을 하지 않으면 안될 것 같은

새로운 성찰과 반성이 다시금 솟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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