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동안 길거리에서 우는 여자를 둘 만났다.

평범한 일은 아니다.

 

첫번째 여자.

파주에서 버스를 탔다.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열리는 '이명박정부 교육정책 규탄 결의대회'에 가기 위해서.

내 건너편 자리에 앉은 앳된 여자가 통화중이다.

얼굴에는 벅찬 사랑이 새록새록 올라오는 듯 하다.

전화 내용은 "오빠... 차가 많이 막혀서.. 아니예요... 전 괜찮아요.. 그치만 오빠가 배고파서 걱정이지요.. 정말요? 기다릴래요?... 빨리 갈께요... 거기서 봐요..."

전화를 끊고도 그녀의 표정은 그 '오빠' 생각을 하는 중인지, 미소를 머금고 있어서 참 예뻤다.

그런데, 차가 정말 많이 막혔다. 난 책을 읽다 스르륵 잠이 들었다.

잠시 후, 누군가 울먹이는 듯한 소리에 눈을 떴는데, 이런...

그녀가 울고 있다.

처음에는 울먹거리는 듯 했는데, 이내, 소리죽여 펑펑 울고 있는 게 아닌가.

손수건으로 찍어내기에는 흐르는 눈물이 너무 많아 보였다.

계속 울며, 전화기를 자꾸 만지고, 귀에 갖다 대고 하는데도 통화는 못하고 있었다.

내가 자는 사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추측컨데, 아마도 차가 너무 많이 막혔고, 다시 '오빠'와 통화를 시도했지만, 예의 그 '오빠'가 전화를 받지 않는 듯 했다.

사정이 너무 궁금하고 딱하기도 했지만, 난 내려야했다.

거의 종점인데, 그녀는 내릴 생각도 없이 엉엉 울고만 있었다.

 

두번째 여자.

착찹한 마음으로 동화빌딩 앞에서 내려서 세종문화회관 쪽으로 걸어가고 있었다.

어떤 여자가 거의 정신이 나간듯한 행색으로 종횡무진 걷고 있다.

"**야! **야!" 외치면서,

걸어가는 사람들을 붙들고 "우리 ** 못보셨어요?"

이런,,, 아이를 잃어버렸나보다.

정말, TV에서 본 아이 잃어버린 엄마의 모습 그대로다.

정신이 나간듯, 아이 이름을 부르며 울부짖으며 걷는다.

앞으로 갔다가, 또 뒤를 돌아봤다가, 지나가는 사람을 붙들고 아이 못보았냐고 물었다가..

이를 어쩌나..

 

그날 길거리에서 울었던 여자 둘.

그녀들은 어찌 됐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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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4/29 17:06 2008/04/29 17:06
Posted by 흐린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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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만원

2008/04/24 16:50

지난 주말, 집안 대청소를 했다.

나름 구석구석 닦다가 옷장 정리도 하게 됐다.

5단 서랍장에서 서랍을 모두 꺼내고,

오래전 바닥에 깔아두었던 신문지를 모두 바꿨다.

 

맨 윗칸 신문지를 걷어냈더니,

이런,,, 1만원짜리 종이돈 10장이 깔려있다.

그제서야 불현듯 몇년 전 일이 떠올랐다.

 

엄마가 내 생일을 챙겨주시겠다며 서울에 올라오셨는데,

시골집에 갑자기 일이 생기는 바람에 엄마가 내 생일 전에 내려가시게 됐다.

엄마가 내려가신 뒤 집에 들어가보니,

책상 위에 1만원짜리 종이돈 10장과 함께 쪽지가 놓여있었다.

쪽지에는 "우리 막둥이, 생일도 못 챙겨줘서 미안하다..."라 적혀있었다.

 

그때, 그 돈을 지갑에 넣었다가는 용처도 모르게 없어지지 싶어서,

눈물 몇 방울 떨구다가 서랍장 바닥에 넣어둔 것이다.

 

난 그 종이돈을 새로 깐 신문지 밑에 다시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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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4/24 16:50 2008/04/24 16:50
Posted by 흐린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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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4/14 22:28

음...

 

이 '화'가,

 

나한테 나는 것인가, 다른 누구한테 나는 것인가, 어떤 그 무엇한테 나는 것인가.

 

아니면, 내 속에서 부글거리는 것일 뿐인가, 누구(혹은 무엇)인가가 내 화를 돋우고 있는 것인가.

 

에라~ 모르겠다. 벌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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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4/14 22:28 2008/04/14 22:28
Posted by 흐린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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