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쟌다르크의 수난 DVD -I

철학자 강유원의 말을 인용하면, 극장에 가서 "영화를 보는 관객의 기본적인 목적은 극장비를 건지는" 것이지만, 그것을 객관적으로 판단하기 어려운 이유는 "어떤 경우에 '극장비를 건졌다'고 판단하는지가 관객마다 다르기" 때문이다. 오고가는데 걸리는 시간까지 합쳐서 얼추 4시간 가까이 들고 기본으로 7-8천원 정도 투자하여 영화를 보는 것이 그리 녹록한 경제행위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엄청나게 돈이 들어가는 것도 아니다. 그래서, '에이, 이게 뭐야~~'하고 극장비를 아까워하면서도, 그 영화 씹으려고 같이 간 사람들과 술한잔해도, 좋은 술안주감 역할이라도 해주니 그리 나쁜 것은 아니리라.

 

  극장에 가는 목적이 그러하다면 DVD를 사는 목적은 무엇일까? 내가 사는 곳 근처에 꽤 큰 DVD매장이 있다. 중고품 거래도 하고, 일본 만화영화도 있고, '고양이를 부탁해', '거짓말' 등등의 한국 DVD를 포함(사실, 이것말고 본 것은 없다--;;) 다종다양한 DVD를 팔고 사고 하는 곳이다. 그러니 일단, 많은 사람들이 DVD를 사고 있는 듯 하다. DVD구입은 평균 극장비의 두세배 정도 하고 한 번 보고 계속 보관하는 것이 극장관람과 다르다고 할 수 있다. 또 음악CD처럼 그걸 틀어놓고 책을 읽거나 요리 혹은 청소를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라서, 언제나 틀어놓고 눈으로 봐야 한다.(그렇지만, DVD를 틀어놓고 마늘을 깐다거나 혹은  콩나물, 미나리, 부추등등의 다듬기 정도는 가능하겠다) 또 비디오 테이프 보다 훨씬 더 많은 정보량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supplement를 제외하고도, 소리의 질과 화면의 비율과 선명도가 다르다) DVD를 제대로 감상하는 것 자체가 또한 어렵다.

 

 



  결국, 생각해보건데,  훨씬 더 과감한 경제행위와 즐기는 방법의 어려움을 동시에 가지고 있기 때문에, 훨씬 더 공통된 무언가가 사람들의 DVD구입배경에 있지 않을까? 그렇지만 이런 질문에 대해서 대답하기 위해 머리를 굴리거나 통계자료를 찾아볼 부지런함은 없기에, 왜 나는 DVD를 사는가?부터 우선 이야기하는게 좋을 듯 하다(그렇다고 처음의 질문에 대한 나름대로의 대답을 나중에 할 생각은 없으니 기대하지 마세요^^;;).

 

  내가 극장에서 못 본 영화를 DVD로 구입하는 경우는 1)비디오로 혹은 TV로 봤으나 원래 영화의 색깔과 화면비율과 가위질 당하지 않은 영화를 꼭 보고 싶다는 욕구가 샘솟음치거나, 혹은 2) 전혀 본 적은 없지만, 옛날 영화의 스틸화면이나 소개글 혹은 짜투리 화면등을 보고서는 영화전체를 다 보고 싶은 마음을 참지 못할지만, 비디오로 보기 힘들 때이다. 

 

  그래서 지금까지 내가 구입한 DVD에서 1)의 구분에 들어가는 것은 세르지오 레오네 감독의 감독판 [옛날옛적 미국에(once upon a time in america)]와 스탠리 큐브릭의 [시계태엽장치 오렌지(Clockwork Orange)], 2001년 우주방랑여행(2001 space odyssey)], 왕가위의 [열혈남아(As tears go by)], 에드워드 양의 [하나 그리고 둘(A one and a two)]이고, 허우샤오시엔의
[비정성시(a city of sadness)]는 아직 DVD가 나오지 않아서 못사고 있지만 계속 기다리고 있다. 2)의 구분에 들어가는 영화는 허우샤오시엔의 영화중 DVD로 나온 것 전부[희몽인생(the puppetmaster)],남국재견(Goodbye south goodbye),호남호녀(good man, good woman), 해상화(flowers of shanghai)]와 이번에 새로 구입한 드레이어 감독의 [쟌다르크의 수난(La Passion de Jeanne d'Arc)]이다. 그 이외에 극장에서 봤지만 엄청나게 싸게 사는 기회를 이용하여(하나에 2000원) 구입한 반지의 제왕1,2,3과 리안의 [와호장룡(Crouching Tiger Hidden Dragon)]이 있다. 사실, 몇개 되지 않는다. 그렇지만 하나하나 살때마다  DVD가게에서 이것저것 보면서 고르다, 손에 쥐었나 놓았다 하다가 가격의 압박과 앞서 말한 즐기는 것의 어려움으로 포기하고 돌아서기를 너무나 많이 해기에 이렇게 산 DVD가 나 스스로에게는 참 어려운 결정을 통해서 이뤄진 것이란 걸 강조하려는 마음에서다(단 반지의 제왕과 와호장룡은 충동구매).

 

  여하튼, 최근에 구입한 칼 드레이어(Carl Th. Dreyer)의 [쟌다르크의 수난(La Passion de Jeanne d'Arc, The Passion of Joan of Arc)]이 드디어 집으로 배달되었다. 물경, 한화로 4만원에 가까운 거금(평균 구입가의 2배가 넘는)을 투여하여, '그래 이거 사고 한두달은 DVD사는 것을 참자'고 결심하며 산 것이기에 그 기대감이 물경 4만원의 4만배 정도는 되었다.  

 

  이 영화에 대해서 예전에 들은 것은 그냥 찬사 일색뿐이라, 여기서 인용하거나 언급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amazon에서 구입한 사람의 평중에 "나는 내가 본 영화로 부터 엄청난 감명을 받아서 DVD를 사지 않을 수가 없었다(I was tremendously impressed by the performance I saw and can't wait to own the DVD)"라는 DVD구매에 관한 최고의 극찬도 있다). 단지 그러한 찬사를 받은 무수한 영화들에 대해서 들어왔고, 보아왔기에 일정정도의 세월의 풍화작용을 빼더라도, 진지한 역사적 탐색과 시대적 상황에 대한 이해 없이는 그런 영화를 그 자체로 즐기거나 심지어 이해하기도 어렵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자주가는 DVD매장에서 본 고전영화품목들(7인의 사무라이류의 동양고전과 메트로폴리스류의 서양고전)에 쉽게 손이 가지는 않았다(참, 이 영화는 1928년 작이다). 하지만, 매장에서 본 아래의 DVD의 표지사진이 계속 머리를 떠나지 않아서, 가끔씩 갈때마다 들었나 놓았다 하다 결국은 인터넷으로 이곳저곳을 뒤진 후에 주분을 해버렸다. 문제의 DVD의 앞,뒷표지 사진이다.

 

 

  또 하나, 구입에의 상승작용을 일으킨 동기는 '쟌다르크'에 대한 근본적인 호기심때문이다. 쟌다르크가 어려서 얼핏 본 신의 명령이 그녀가 죽음을 스스로 찾아가게 한 진실이었을까? 그녀는 회의하지 않았나? 끝없는 회유와 협박에 그녀가 굴복하지 않은 이유가 단지 신뿐이었는가 아니면 어떤 신인가? 여하튼, 이런저런 머리속에 떠오른 생각들이 끊이질 않았다. 근데 이 영화가 쟌다르크의 재판만을 다루었고, 그 재판에서 쟌다르크의 고뇌를 보여주는 대단한 영화라는 평이 있으니 사고 싶은 욕망이 한층 더 부풀어 오를 수 밖에.

 

 그래서 사서 보았다. 결과는? 흠...일단은 대만족이다. 내리 두번을 봤다. 정확하게 따지자면, 2번 반정도 본 셈이다. 세가지 버젼으로 실려있는데, 첫번째는 완전히 무성영화로, 두번째는 무성영화에 음악을 덧쒸운 형태로, 마지막으로 코페하겐 대학에서 드레이어를 연구하는 카스퍼 티져르그(Casper Tybjerg)의 해설로 진행되는 형태로 되어있다. 무성영화 시대에는 주로 단촐한 혹은 규모가 큰 경우 오케스트라 연주가 영화와 함께 있었는데, 드레이어가 이 영화를 처음 상영할 때 쓴 음악이 알려져 있지 않아서, 일단 그냥 무성영화로 한 번 보라는 뜻에서 무성영화 버젼이 있고, 최근에 들어서(이 영화필름에 대해서 아주 극적인 이야기가 있는데 그건 다음에) 이 영화를 감명을 받은 리쳐드 아인호른(Richard Einhorn)이 작곡한 "빛의 목소리(Voices of Light)"이라는 음악을 배경으로 한 버젼이 있다.

 

음..쓰다보니 너무 길어졌네...나중에 써야겠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