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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방시6- 물은 흘러가는 것이다.

물은 흘러가는 것이다

  얼음 밑에서도
  물은 흘러가는 것이다

  모두가 얼어붙어
  개밤중 같이 어두운 골안에
  돌뿌리와 싸우며
  울음마져 다물어 삼키고
  그래도 물은 흘러 가야만 하는 것이다

  둔탁한 기류가
  함부로 몸부림치는 하늘 아래
  구천에 사무치고 싶은
  아우성마저 기진해가는
  병든 민중의 눈알 속에서도
  새날의 역사는 발버둥치며 자라나듯이

  아무리 두려운 총칼 앞에서도
  절되지 못한 고문의 상 위에서도
  동무들의 혈관에 피가 흐르듯이

  얼음 밑에서도
  이 유약한 시인의 발 아래에서도
   물은 쉴 새 없이 흘러가는 것이다

   ***  1947년 1월 8일 독립신보에 실린 김상훈의 시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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