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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 뛰니 현대차 날고 항공사 기네

환율 뛰니 현대차 날고 항공사 기네

[중앙일보 심재우] 원-달러 환율 상승을 어떤 기업은 반기고, 어떤 기업은 꺼린다. 자동차와 전자 같은 수출업계는 "단비가 내렸다"는 입장이고, 항공업계와 정유업계는 추가로 발생하는 비용이 만만치 않아 대책 마련에 고심 중이다.

일반적으로 환율 상승은 수출 기업엔 약이고 수입 기업엔 독이다. 환율이 오르면 우리나라 돈 가치가 내려간다. 때문에 물건을 수출하면 받은 달러로 더 많은 원화를 바꿀 수 있다. 수입하면 그 반대다. 환율은 14일 997.3원으로 마감했다. 2년2개월 만에 최고다. 1달러에 1000원은 금방 넘어설 기세다.

◇가뭄 속 단비=지난해 200여만 대를 수출한 현대·기아차의 경우 환율이 올라갈수록 수출 경쟁력을 갖게 된다. 10원 상승하면 매출액이 2000억원가량 늘어나는 효과가 발생한다. 여기에 일본 엔화 가치가 높아지는 엔고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어, 글로벌 시장에서 일본의 자동차 메이커에 비해 가격 경쟁력이 높아진다. 현대차는 올해 환율 예상치 900원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사업 계획을 실행할 방침이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고유가와 원자재값 폭등으로 웃을 일이 없었는데, 환율 상승은 가뭄 속 단비 같은 희소식"이라며 "환율 상승에 따른 가격 경쟁력을 바탕으로 해외시장에서 판매증진에 주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수출 비중이 높은 전자업계도 환율 상승을 반기고 있다. 삼성전자의 경우 환율이 10원 오르면 3000억원의 영업이익이 추가 발생하고, LG전자도 영업이익이 700억원 정도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환율 상승이 글로벌 시장에서 가격 경쟁력에 도움을 줘 수출에 긍정적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한다"며 "그러나 세계경제가 위축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어 섣부른 기대는 자제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엎친 데 덮친 격=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은 고유가에 또 다른 악재로 꼽히는 환율 상승까지 겹치자 잔뜩 긴장하는 분위기다. 대한항공은 환율이 10원 오를 때마다 220억원의 손실이 발생하는 것으로 예상했다. 아시아나항공은 15억원의 적자를 보는 것으로 전망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아무리 장사를 잘 해도 고유가와 환율 상승으로 적자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라며 "이미 노동조합과 올해 임금동결을 선언한 것을 비롯해 위기 상황에 대처하고 있다"고 전했다.

정유업계도 마찬가지다. 원유값을 은행이 대납한 뒤 60∼90일 후 정유사가 은행에 결제하는 방식이어서 이 기간 동안 환율이 오르면 정유업계는 가만히 앉아 환차손을 보게 된다. 최근 SK에너지의 외화 환산 부채가 커지고 있는 것도 환차손 때문이다.

대두와 옥수수, 밀 같은 곡물을 수입해 완제품으로 가공하는 식품업체의 시름도 깊어지고 있다. 대한제분의 경우 환율이 10원 오르면 밀 수입비용이 연간 45억원, CJ제일제당은 30억원가량 오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지난해까지는 국제 곡물가격이 오르더라도 환율이 내려갔기 때문에 버틸 만했지만, 이젠 환율까지 올라 이중고를 겪어야 한다"며 "이 상태가 지속되면 제품의 가격인상 시기를 앞당겨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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