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도 질러보자

바람님의 [검찰마저, 요즘 대세는 역시 망가지는 개그?] 에 관련된 글.

노무현이 취임하자마자 했던 유명한 뻘짓 중 하나가 '평검사'들과 공개토론 한 거였다. 노무현의 스타일이 그런 건데, 공개적으로 적을 만들고 대중의 이성이 아닌 감성에 호소한 후 그 감성으로 정치를 했다. 국가 최고 권부가 "지금 막가자는 거냐"고 해가며 평검사들과 대치국면을 만들었고, 대중은 환호한다. 그러나 검사들은 기분 나쁜 거다. 쒸파, 내가 어떻게 이 자리까지 왔는데 공개적으로 개망신을 당한단 말이냐... 뭐 이런 생각이 먼저 앞서는 거다.

 

검찰을 떡으로 만들고 조선일보와 전쟁씩이나 하던 노무현, 그러나 임기 5년 동안 검찰개혁은 개뿔, 강금실정도 되니까 법무부장관 해먹었던 거지 그 대통령에 어떤 법무부장관이 들어간다고 해서 검찰 개혁 되겠나? 게다가 전쟁한다고 설레발이 치던 조선일보, 겉으론 그랬지만 5년 내내 조선일보 하라는 대로 다했다. 감성정치의 달인 노무현, 이젠 봉하마을에서 오리농사지으며 겉으론 막걸리 냄세 풍기던 박정희스타일의 감성마케팅 하면서 뒤론 실질적인 정치권력을 행사하고 있다. 물론 아직도 콩깍지 벗겨지지 않은 무현교 신자들이 끊임없이 환호하고 있고.

 

노무현 5년 동안 뒤로야 지들 실속을 차렸을지 몰라도 겉으로는 뭉개질 대로 뭉개졌던 검찰과 조선일보를 비롯한 수구세력들, 잃어버린 10년을 겨우 찾아놓았는데 이젠 촛불들이 들썩인다. 노무현이야 표면상의 전선이 그어졌을 뿐 언제든 지들 멋대로 할 수 있는 상황이었기에 인상관리만 하면 되었던 일인데, 촛불은 그게 아니다. 이건 민심 그 자체다보니 방송에 나가 인상 긋고 한 판 붙는 일하고는 천지차이의 대응방식이 필요하다.

 

어차피 잃어버린 인심, 검찰이야말로 막갈 필요가 있다. 적어도 이명박은 검찰과 척을 짓지 않은 상황에서 말 그대로 아삼륙이 되어 움직일 수 있는 정권이다. 대통령과 법무부장관이 주구장창 외치는 "법대로"를 검찰을 집행만 하면 되는 거다. 여기서 발생하는 오바질. 조선일보 광고중단운동했던 사람들 20여명을 출국금지시킨 검찰은 전형적인 닭짓을 보여준다. 그 머리 좋아서 사법고시까지 합격했다는 자들의 정신상태가 겨우 이 수준이라는 것은 국가적 손실이다. 아니, 이 땅의 법학교육이라는 것이 이미 수십년전부터 이명박식 실용주의에 함몰된 결과다. 오호 통재라...

 

일단 저질러놓고 보자는 식의 일처리는 한국 정치권 고유의 스타일이다. 국민의 의견을 수렴하겠다는 말은 언제나 수사에 불과했다. 이명박이라고 별 수 있겠나. 문제는 이런 짓거리를 하는 것이 정치권 뿐만이 아니라 행정 사법 전 분야에서 동시에 일어나고 있다는 거다. 30개월 이상 미국 쇠고기 수입이 재개된 후 정부는 전국의 식당들을 죄다 관리해서 국민건강을 책임지겠다고 설레발이 쳤으나 이거 애초부터 가능한 일이 아니다.

 

프레시안의 기사에 따르면, 현재 단속대상 업소는 줄잡아 108만곳이 넘는데 단속인원은 612명에 불과하다. 그나마 이 중 500명은 "명예감시원"이란다. 명예감시원... 사법경찰권도 없고 그것도 "명예"를 먹고 사는 "명예감시원"...

 

총리와 대통령이 앞장서서 미국산 쇠고기를 먹어대고, 한나라당 의원들이 시식자리에서 한우보다 맛있다며 미국산 쇠고기를 먹어대는 상황에서 이를 바라보는 사람들은 의아해할 수밖에 없다. 한국국정을 담당하는 공무원이 아니라 미국 축산업계에서 파견되어 나온 쇠고기 판촉사원들 같은 모습을 보면 저것들을 위해 왜 세금을 낼까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다. 이런 식으로 분위기 잡는 상황에서 과연 "명예감시원"들은 얼마나 제 역할을 할 수 있을까?

 

최근 미국의 한 법원에서는 30개월 이상 캐나다산 쇠고기의 수입을 재검토하라는 결정을 내렸다. 이 소식은 어제 밤부터 한국 언론에도 소개가 되기 시작했다. 캐나다산 쇠고기 수입에 대해 법원에 소소을 제기했던 자들은 미국 축산관계자들이다. 이들은 미국산 30개월 이상 쇠고기가 안전하다고 주장했던 대표적인 집단이다. 이런 현상을 보면서 한국 언론은 미국 축산업계의 이중성이 드러났다고 보도한다. 물론 미국 법원의 결정은 최근 캐나다에서 광우병이 발견된 것에 영향을 받은 것인데, 현재 한국과 미국 간 체결된 재수입 협상의 내용에 비추어 한국도 이런 조치를 할 수 있을 것인지는 의문이다.

 

광우병에 대한 우려는 그동안 계속 이어져 왔고, 그 우려가 결국 2달을 넘기는 촛불들의 거리시위로 나타났다. 하지만 촛불들의 저항이 얼마나 오래 지속될지는 의문이다. 뒤따라 오기도 바빴던 대책위라는 조직은 지들이 배후가 아니라고 계속 떠들면서도 대책없이 촛불집회의 향방을 지들 입장이라며 언론에 공개한다. 재협상 구호로 촛불집회를 연장하는 것 이외에는 달리 대안도 대책도 없었던 대책위, 이제 어떻게 할 것인지 정신이 없는 상황인데 촛불들은 알아서 PD수첩을 지킨다며 여의도로 달려갔다.

 

적어도 이 수준에서 생각한다면, 대중의 자발성과 역동성을 신뢰한다면, 운동을 고민했던 사람들 또는 다른 삶의 양식을 고민했던 사람들이 뭔가 대안을 보여줘야 한다. 정치를 하는 사람들이야 지들이 알아서 정치적 차원의 대안을 만들겠지만, 고공정치에 맛들였던 "꿘"들 말고 진짜 바닥을 긁고 다녔던 활동가들이 자기 주장을 공공연하게 꺼내들어야 한다. 삶 자체를 바꾸는 방식을 말이다.

 

촛불을 넘어서 새로운 형식의 삶을 만들 수 있다는 가능성이 필요할 때다. 신자유주의를 넘어, 더 나가서는 자본주의를 넘어서는 상상력. 못할 거 없다. 프레시안에 기고한 전희식의 글은 이런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전에 사랑방의 래군형이 제안한 운동의 방향성. 이거 한 번 진지하게 논의될 필요가 있다.

 

저들은 일단 질러놓고 잘 하는데, 우리라고 못할 거 없지 않나? 생각하던 거 질러놓고 시작해보자. 최소한 청와대나 총리실이나 정부관료나 검사들이 질르는 것보다는 훨씬 훌륭하고 아름다운 지름이 가능할 거다. 지름신은 이럴 때 써먹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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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7/09 09:41 2008/07/09 0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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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Tracked from
    • At 2008/07/11 15:48

      이전과 결코 같지 않으리!

  1. 으엑 고민되게 만드는군요 ㅠ_ㅠ

  2. 질러보자, 질러보자 하면서도 소심함 때문인지, 자신이 없어선지 항상 입술만 꾹 깨물고 살던 버릇을 고쳐야할텐데요. 조만간 한번 봐야지요?

  3. 에밀리오/ 저도 많이 고민하고 있답니다 ㅎㅎ

    바람/ 요즘 무엇을 지를 것인지 고민하고 있심. 거창한 것이 아니라 내 자신에 대한 선언 같은 것이 뭐가 가능할까 그게 화두라고나 할까용...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