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의 법치

국가보안법만 귀에 걸면 귀고리고 코에 걸면 코고리가 아니었던 게다. 하기사 뭐 자리에 앉은 넘이 장땡인 세상이라 더이상 뭘 기대하겠냐만은, 오늘도 안드로메다의 번성을 위해 개념을 대거 은하철도  999 우주항공우편으로 발송한 대~한민국의 정부, 제 멋대로 손오공 여의봉 같은 법의 잣대를 들이밀어 주신다. 아 글쎄, KBS 앞에서 가스통 들고 난리쳤던 단체들에게 거액의 정부지원금을 걍 쏟아부어주겠다는 거 아닌가?

 

국가보훈처, 돈은 남아 도는데 개념은 상실한 상태다. 오마이뉴스가 하필 왜 이런 단체에게 이렇게 많은 돈을 퍼주느냐고 물었더니, 국가보훈처 관계자 왈,

 

"가스통 시위는 순수한 마음으로 시국을 염려해 벌인 행동"

 

이 대목에서 한국 좌파 혹은 진보세력의 한계가 여실히 드러난다. 촛불집회를 통해 평화를 사랑하는 한국 시민들은 '비폭력'을 주장하면서 하다못해 명박산성 앞에 스티로폼 쌓는 것에 대해서까지도 설왕설래 갑론을박을 벌였다. 문제는 아무리 "시국을 염려"하더라도 그 방법이 다르면 국가적 평가도 달라진다는 거다.

 

적어도 한국 좌파나 진보세력은 국가가 인정할 수 있는 시국 염려의 방법이 무엇인지를 확인하고, 자신들이 "시국을 염려"하는 강도에 비례해 연장을 준비하는 치밀함을 보여야 했다. 최소한 특수임무수행자회 또는 고엽제전우회와 같이 가스통 정도는 성실하게 준비했다면, 오늘날 뉴라이트의 선봉 신지호의원이 사회인권단체들 돈줄을 죄자는 법안을 들고 나오진 못했을 거다.

 

아무리 생각해도 한국의 좌파나 진보세력의 시국 염려의 강도가 특수임무수행자회 또는 고엽제전우회보다 못할 것 같지는 않다. 아니 오히려 더 했으면 더 했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좌파나 진보세력은 지금까지 기껏 들고나가는 연장이 죽봉(쟤네들 표현으로는 죽창)이나 파이, 잘 해봐야 꽃병 정도였다. 특수임무수행자나 고엽제전우회처럼 돌진용 차량이나 위협용 엽총은 물론 가스통은 아예 생각도 못해봤던 거다.(적어도 90년대 후반 이후에는 그랬다)

 

그 결과 오늘날 가스통을 들고 나온 자, 제대로 국가로부터 지원금을 받을 것이며, 가스통도 못들고 나온자, 그나마 거리에 나올 자유마저도 박탈당하게 되는 거다. 물론 여기에 더하여 국가보훈처 관계자가 이야기하는 "순수한 마음"을 어떻게 확인할 수 있을 것인지가 논란이 될 수 있다. 하지만 가볍게 생각해보면, 아주 간단하게 그 순수성의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순수성의 여부는 바로 구호가 기냐 짧냐의 차이에서 확인된다.

 

"빨갱이, 좌빨 때려잡자"라는 말로 간단하게 자신들의 의사를 표시한 쟤네들은 바로 이 짧은 구호를 근거로 순수성을 입증한다. 순수한 넘들은 말이 적은 거다. 반대로 저들의 적대자인 "빨갱이, 좌빨"은 말이 많다. 예로부터 "말 많으면 빨갱이"라고 하지 않는가?

 

따라서 한국 사회에서 누구보다 "시국을 염려"하는 마음이 강한 좌파와 진보세력은 앞으로 다른 말은 다 잊어버리고 오직 "이명박 타도" 혹은 "자본주의 해체"라는 매우 간단한 구호와 함께, 가스통은 기본이고 LPG 탱크로리 등 각종 연료탱크로리를 확보하여 돌진차량으로 사용하는 시국 염려의 확고한 행동방식을 보여주어야 하겠다.

 

그래야만, 이명박 정부가 그토록 강력하게 주장하는 법치주의의 완성을 좌파 및 진보세력이 앞장서서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 이걸 두고 뭐 체제영합적 발상이라는 둥, 결국 이명박에게 항복하자는 거냐는 둥 하는 비판을 하는 자들이 있을 것이나, 이런 사람들에게는 코메디를 코메디라고 하지 말라는 거냐는 반박멘트 한 꼭지만 가볍게 날려주면 되겠다.

 

저들의 법치에는 저들의 법치에 맞게 행동해 주는 것이 좋지 않겠나? 어차피 예수도 카이사르의 것은 카이사르에게 돌려주라고 했거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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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1/07 18:19 2008/11/07 1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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