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이 사는 기술은 없는 건가

10여 년 전에, 학교에 제안했던 것 중 하나가 중앙도서관 24시간 및 외부인 개방이었다. 대학의 도서관이라는 곳이 책을 읽고 연구하는 곳이라기보다는 수험생들에게 시험공부하는 장소를 제공하는 곳이 되어버린 건 어제 오늘 일이 아니긴 하다. 지금도 그렇지만 그 때도 도서관이 기껏 이렇게 이용된다는 게 너무 아깝다고 생각했다. 수험생들을 위한 장소가 필요하다면 차라리 강의실을 개방하는 것이 낫지 않겠나.

 

사실 대학의 중앙도서관을 외부인들에게까지 24시간 개방한다는 것이 기술적으로 커다란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다. 비용이 들지 않을 수 없겠지만 그정도 비용쯤이야 개방을 통해 얻게 되는 인지도가 연말에 학생모집광고 몇 편 언론매체에 싣는 것보다 훨씬 클 것이므로 비교가 되지 않는다. 오히려 시간이 모자라 책을 볼 수 없는 지역의 노동자들이 24시간 불을 밝히고 수많은 장서를 펼쳐놓고 지식을 쌓게 된다면 그건 사회적 자산으로 소중한 가치를 가지게 될 것이다.

 

이런 식의 논리를 가지고 학교에 제안했으나, 결과는 뭐. 학교측에서는 우선 비용과 관리의 문제를 제기했다. 그건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것은 몇 가지 허접한 자료만으로 충분했다. 그 다음 학교의 주장은 도서관이 학교의 돈으로 운영되는데 왜 외부에 개방하느냐였다. 말도 안 돼는 소리였고 이것도 가볍게 넘겼는데 정작 마지막 학교의 주장은 카운터블로였다. 학생들이 원하지 않느다는 것이다. 자격증시험, 토익이나 토플같은 외국어시험 준비하고 중간, 기말이면 시험공부도 해야 하는데 외부인이 도서관에 자리차지하고 있으면 어디가서 공부하느냐였다. 강의실 개방하면 되지 않느냐라고 했는데 학생들의 의사가 중요하다는 주장은 굽힐 수가 없었다.

 

그리하여 학생들을 대상으로 일종의 여론조사를 해봤는데, 결과는 학교의 주장 그대로였다. 개방에 찬성하는 학생들보다는 반대하는 학생들이 압도적으로 많았던 것이다. 이 이야기는 예전에도 이 블로그에서 했던 적이 있었는데, 그 때 느꼈던 안담함이라는 건 시간이 지나도 지워지지가 않는다. 언론기사 하나가 이 오래된 일을 기억나게 만들었다.

 

공존의 가능성이라는 것은 이렇게 아직 저 어딘가 알 수 없는 곳에 잠자고 있나보다. 이런 일이 어디 한 두가지이겠는가만은, 세상이 그런 거라고 하고 덮어버리기엔 입맛이 무척 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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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12/11 12:11 2013/12/11 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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