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이나 절망이나
가만 보면, 삶이 굴러간다는 건 뭔가 어떤 원리랄까 공리랄까 그런 게 작동하는 듯 싶기도 하다. 분명히 뭔가가 있긴 한데, 그 뭔가를 느낄 수도 있고 알듯도 한데, 이걸 논리적으로 또는 과학적으로 설명하기는 참 애매모호한 그런 거. 예를 들면, 프리셀 게임에서 7의 역할이랄까...
프리셀은 언제나 즐기는 게임이다. 다른 게임과는 달리 운에 게임의 향방을 맡기는 일이 거의 없는 게임이기에 특히 그렇다. 누구도 풀 수 없다는 그 마의 번호 11982를 제외한 나머지 온갖 어렵다는 번호의 프리셀은 다 풀어보았는데, 이건 해도 해도 그 재미가 반감되지 않는다.
이 게임을 하는 도중에 몇 가지 깨달은 원리가 있는데, 그 중의 하나가 바로 7의 중요성. 어떤 어려운 게임이라고 할지라도, 이 7을 제대로 풀어놓기만 하면 게임 전체가 풀리게 된다. 난이도가 높은 게임일 수록 그런 경향이 큰데, 그래서 어렵다 싶을 때는 7을 어떻게 꺼내놓을지부터 고민하게 된다.
이건 분명히 어떤 원리가 있기 때문일 거다. 예컨대 카드는 각 그림별로 한 세트가 13장으로 이루어지는데, 그 가장 가운데 번호가 7이므로 당연히 앞뒤 숫자를 연결하는데 중요한 포인트가 되지 않을까? 언뜻 이런 설명이 무난할 것처럼 보이지만, 이건 그냥 막연한 감이지 논리적 설명이라고 하기는 어렵다.
아침에, 문득 그런 생각을 해봤는데, 작년 한 해 동안 겪은 악몽들이 아마 지난 세월 나눠서 겪은 악몽의 크기와 거의 비슷했다. 그런데 그게 과연 정량적으로나 정성적으로 과거의 곤경과 작년의 아픔들을 형량하여 객관적 데이터로 보여줄 수 있는지는 의문이다.
마찬가지로, 경험상 '운(運) 총량의 원칙'이라는 게 작동한다고 생각되는데, 평생의 불운과 행운은 일정량이 정해져 있다는 게 그것이다. 풀어 말하면 평생의 행운이나 평생 겪을 불운은 그 총량이 정해져 있는데, 그걸 한 꺼번에 받을 수도 있고 나눠서 받을 수도 있지만 아무튼 죽을 때 평균내보면 누구나 다 고만고만 하고, 개인적으로도 불운과 행운을 더하고 빼면 남는 건 0이라는 거.
믿거나 말거나지만, 이건 어떻게 논리적으로 설명하기도 그렇고 과학적으로 객관화하기도 불가능하다. 그냥 그렇게 믿고 말란다. 암튼 이런 원리가 작동된다는 걸 믿게 되면 작년에 그 힘든 과정을 겪었으므로 당분간은 곤란한 일이 없게 되지 않을까라는 희망이 싹튼다는 거...
희망은 개뿔이나, 벌이가 없어 손가락 빨고 산지도 벌써 2년이 되가는데, 당장 그나마 있던 알바고 나발이고 다 떨어져 나가고, 혹시나 했던 취업은 무산된 통에 이거 올해는 작년보다 더 끔찍한 한 해가 되지 않을까 싶기도 해서 불안하기도 하고.
하지만 누가 그랬던가. 될 일은 아무 생각 없이 있어도 되고, 안 될 일은 되라고 성화를 쳐도 안 되니, 기왕 그럴깝사 아무 생각 없이 있는 게 상책이라고. 그래, 그러고 보면 기회라는 건 아무리 기다려도 오지 않는 것 같지만 문득 돌이켜보면 예상하지 못했던 이른 시기에 왔다가 휙 지나가는 것 같더라. 그러니 일단 아무 생각없이 있을란다. 그게 속 편하기도 하고... 죽기밖에 더하겠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