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의하며, 몇 가지 짚을 대목
매일노동뉴스에 실린 한지원 연구원의 글은 총론적인 측면에서 여러가지 고민거리를 안겨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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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은 별다른 이의를 제기할만한 것이 없다. 다만, 개인적으로 나의 고민이 좀 더 깊이 파고드는 대목이 몇 있다.
우선, 재벌개혁의 문제. 한 연구원은 칼럼에서 주주자본주의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이 무엇인지 물으면서 관련하여 재벌개혁의 키를 "사회의 어떤 세력이 통제하고 경영할 수 있느냐"로 보고 있다. 대안이 추상적이고 광범위하여 그렇지만, 평소 한 연구원의 입장에서 이것이 노동자의 이해가 경영에 투영될 수 있는 방안의 모색을 촉구하는 것임은 분명하겠다. 문제는 생산수단의 사회화, 이익의 균분이라는 대안이 폐기된 채, 기껏해야 우리사주운동, 소액주주운동으로 국한되는 이 시점에서 이 프레임을 전도할 방안이 무엇인지가 잘 잡히지 않는다는 거.
지난 개헌정국에서 노동계가 노동자 경영참여권과 이익균분권을 헌법에 집어 넣자고 이야기했는데, 기실 이런 주장은 말 뿐인 것이고, 실제로 그러한 여건이 조성될 수 있도록 추동할 어떠한 물리적 힘이 행사된 바가 없다. 이러한 현상은 앞으로 더욱 고착화될 것인데, 왜냐하면 갈수록 노동자들이 물리적 힘을 갖출 수 있는 기반이 소실되고 있으며, 그 소실의 한 가운데 대공장 남성 조직 노동자들의 생물학적 연령대가 높아지고 있고, 조직력이 급속도로 약화되고 있으며, 그 구성원들이 오히려 주주자본주의에 포섭되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골목상권 보호"가 아니라 "골목상권으로 더 이상 노동자들이 내몰리지 않도록 좋은 일자리를 늘리는 것"이 자영업 대책이 되어야 한다는데 전적으로 공감한다. 하지만 그게 좌파의 어떤 투쟁이나 혹은 정부의 강력한 정책으로 가능한가?
소위 '영세자영업'의 실태는 그 자체를 "자기고용임노동"이라는 형용모순적 단어로 오히려 설명이 가능하다. 사회적으로 보호가 불가능한 수준으로 늘어난 자영업이 결국 자체적인 경쟁력을 갖추지 못한 채, 소규모 자본을 들여 쎄가 빠지게 일하면서도 기껏해야 스스로 먹고 살기도 빠듯한 수준의 수입을 겨우 챙기는 이 구조를 어떻게 보호한다는 건가? 이들이 계속 '일할 수 있도록' 골목에 큰 점포만 들어오지 않도록 막겠다는 것은 전혀 도움이 되지 않고, 한 연구원의 지적처럼 더 이상 과포화가 되지 않도록 자영업의 증가를 막아야 하는 것이 우선이다. 그런데 그러기 위해서는 좋은 일자리를 늘려 임노동자가 자영업에 대한 유혹을 받지 않도록 해야 하는데, 이건 앞서 재벌개혁이 요원한 것과 맞물리며 문제를 꼬고 만다.
마지막으로 사회연대의 문제. 한 연구원은 "정규직 노조의 연대임금-연대고용 정책이 필요하다"면서 "고생산성-고임금 부분에서 일자리를 늘릴 방안"을 모색하자고 촉구한다. 좋은 이야기다. 이거 이미 10여년 전에 그 일단의 정책을 민주노동당이 내놓은 바가 있었는데, 이때 당 내에서 다함께류와 NL그룹은 물론 소위 변혁세력이라고 하는 분파로부터 박터지게 깨지고 무산된 바가 있다. 암튼 그랬는데, 당시 이 사회연대전략을 비판한 그룹이 내세운 가장 강력한 논리가 "왜 (대공장 정규직 남성 조직) 노동자가 피해를 봐야 하는가?"였다.
지금이라고 해서 이 반대논리가 사라졌냐하면 전혀 그렇지 않다는 거. "최저임금 1만원"이라는 구호가 가진 한계를 아무리 지적해봐야 이거 주장하던 쪽에서는 이게 안 되면 노동의제가 다 무산되는 것처럼 난리를 칠 때, 정작 대공장 정규직 남성 조직노동자 중심의 민주노총은 이에 대해 별다른 비판을 내놓지 않았다. 나중에 가서 전면적으로 이 구호를 걸고 투쟁까지 했는데, 정작 민주노총 사업장 내 생산직 노동자들은 거의 대부분이 시급 1만원이 되지 않는다. 이게 시급이 높아서가 아니라 각종 수당이 붙어서 그런 건데, 이 정국이 지나고 나자 정부가 느닷없이 직무급제 이야기 꺼내니 노동진영은 갈팡질팡할 수밖에.
정책을 고민하던 입장에서는 한 연구원이 제시한 총론적 틀에 따라 세부정책을 어떻게 구성해야 할 것인지 머리를 싸매야 한다. 물론 이미 많은 연구를 통해 일정하게 방향들이 제시되었고, 이들을 잘 추스리다보면 좋은 대안이 나올 수도 있겠다. 하지만 그게 쉽나?
다만, 이 칼럼을 보면서 느낀 건 앞으로 좌파하기 점점 더 어려워질 거라는 거다. 지금까지 좌파는 소위 '보수'를 참칭하는 꼴통들을 비웃는 것만으로도 존재의 가치를 입증했다. 그런데 이제 보수는 전열을 정비하기 시작했고, 과거의 꼴통들이 아니라 진짜배기 보수들이 등장하고 있다. 바로 더불어민주당류의 정치인 및 관료들이다.
이들은 전문성과 실무능력은 물론 정무적 판단력까지 갖추고 있으며, 더구나 두터운 대중적 지지기반을 보유하고 있다. 이들이 진짜배기 보순데, 기실 한 연구원이 지적하고 있는 내용의 핵심은 이들 진짜배기 보수에 대당할 수 있을만큼의 능력이 좌파에게 없다는 것이다. 안타깝지만 현실이 그렇고, 이제는 꼴통 욕해봐야 남기는커녕 밑천 빠지게 되는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나도 앞으로 좀 더 좌파연 하고 살고 싶으므로 공부를 좀 더 열심히 해야 할 판이다...만은 당장 밥벌이가 급한데... 이런 줸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