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란드 기본소득 실험과 한국 기본소득론자들의 반응

핀란드의 기본소득 실험이 일단 종료되고 1차 보고가 진행되는가보다. 처음 이 소식이 전해졌을 때도 논란이 많았고, 그 결과에 관심도 많았다. 한국내의 기본소득론자들이 이 실험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건 당연하고. 뭐 나도 관심이 많이 갈 정도였으니.

그런데 이 실험이 일단 종결되고 1차 보고가 제출된 것이 한국 언론에 보도되었다.

관련기사: 연합뉴스 - 핀란드 "월 72만원 기본수입 보장해도 실업해결에 별효과 없어"
(* 이후 연합뉴스는 - '월72만원' 핀란드 기본소득실험, 행복상승,고용유발 미미(종합) - 으로 제목을 변경했다.)

핀란드의 실험결과를 고려한다면 연합뉴스 기사의 제목은 다분히 낚시성이다. 달랑 저렇게만 해놓으면 보고서에 실린 어떤 다른 검토사항은 다 별무소용으로 보이고, 오로지 기본소득 제공한다고 실업률이 달라지진 않는다는, 더 직설적으로 말하면 아무 일 없다는 것처럼 보인다.

이에 대해 이상헌 박사가 페북에 1차 보고에 대한 간략한 브리핑을 올리면서 기사에서 찾을 수 없는 이야기들을 전해주고 있다. 이상헌 박사가 간략히 정리한 1차 보고의 내용은 다음 링크에서 확인할 수 있다.

관련글 : 페이스북 이상헌 박사의 브리핑

그런데 한국의 기본소득론자들은 이 박사의 요약 중에서 "후생효과는 긍정적이고 컸다", "실업자들의 전반적 삶의 질이 좋아졌다"는 부분을 부각하면서 당연하게도 기승전기본소득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 보고서를 통해 기본소득이 그러한 긍정적 의미를 가지고 있음을 확증할 수 있는가?

우선 핀란드의 실험이 국민 전체를 대상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님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즉, 이 보고서에서 평가하고 있는 긍정적 후생효과의 발생과 수급자의 삶의 질 향상이라는 건 기본소득을 받지 못한 사람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그렇다는 것을 의미한다. 요컨대, 이 실험의 '기본소득'은 상대성을 가지지 않는 보편성을 장점으로 하는 기본소득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다음으로 더 중요한 건, 이번 핀란드의 실험은 통상적 의미의 기본소득이아니라 실업급여를 대체하는 다른 수단으로서 실험된 급여를 '기본소득'이라고 한 것이다. 기존의 실업급여와 달랐던 건 오로지 급여를 수급하는 동안 취업을 위한 노력을 했음을 증명하느냐 하지 않느냐 뿐이었다.

1차 실험 결과를 통해 확인할 수 있는 한 가지 긍정적인 사실은, 행정절차가 줄어듦으로 인하여 수급대상자의 부담이 줄었고, 동시에 행정에 소요되는 비용이 일부 감소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결과가 위의 한계, 즉 실업자들을 대상으로 한 것이며, 비교집단을 설정한 실험이었다는 두 한계가 완전히 사라진 뒤에도 존속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스트레스든 의욕이든 간에 이건 절대적인 것이 아니라 상대적이기 때문이고, 전체 수급자에 대하여 행정행위를 포기할 수 있을지는 이러한 급여제공이 전면화 된 이후에 발생하는 결과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오히려 더욱 힘을 얻게 되는 하나의 추정은, 역시 기본소득은 사회구조의 변화를 가져오는 동력이 될 가능성이 없다는 것이다. 소위 4차 산업과 관련하여 이 문제는 더욱 심각해질 것인데, 기본소득은 시민으로부터 자주적 생산자의 지위를 소거한 채 수동적 소비자의 위치를 더욱 공고하게 만드는 요인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달리 말하면, 우파의 기본소득이든 좌파의 기본소득이든 사회구조 내에 현재의 자본-노동 구조, 보다 구체적으로는 계급대립구조를 해소할 수 있는 어떤 대안이 포함되지 않은 기본소득론은 그저 자본주의의 생명연장을 위한 산소호흡기 역할만 하게 될 것이다.

기본소득론자들의 환상이 좀 걷혔으면 하는데, 증상은 더욱 심해지는 듯하고. 좌파 기본소득론자들 역시 세금 때리자는 말 외에 구조개혁에 대한 논의는 그 비중이 점점 줄어드는 듯 보인다. 그도 그럴 것이 생산수단의 공유문제까지 논의를 끌어올리다보면 기본소득이라는 게 이게 그닥 별 의미가 없어지게 되니 자신들의 기본소득론을 부각시키려면 생산수단 문제는 뒤로 미루어야 하는 모순에 부딪치는 것. 나 참 이거 이런 사람들과 계속 이야기를 해야 하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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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2/11 10:35 2019/02/11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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