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만원에게 이성을 기대하는 사람들

지만원은 전두환이 눈 뻘개 가지고 지 정신은 정화조로 만들어놓은 채 사회정화한다고 설칠 때 남한 병력 20만이면 떡을 친다면서 시스템을 강조하던, 군에서는 그나마 정줄 놓지 않은 인물 중 하나로 꼽혔던 사람이다. 미국에서 유학할 때도 전공이 시스템이어서 그런지 이 사람 이름 들을 때부터 시스템이라는 말과 연결이 되는데, 오죽하면 지금도 지 홈페이지 제목이 시스템클럽이다. 그나마 예전에는 가끔 찾아들어가 그 괴기하지만 골때리는 글들을 보면서 뿜기도 하곤 했는데, 언제부턴가는, 아마 광주항쟁 사진 몇 장 걸어놓고 광수 찾는다고 설레발 친 이후쯤 되는 듯 한데, 이건 뭐 재미도 없고 새로운 것도 없고 해서 거의 들어가보지 않게 되었더랬다. 조갑제 닷컴이나 시스템 클럽이나, 확실히 사람들이 나이를 먹으면 재미가 없어진다. 나도 그렇게 되려나... 쩝...

암튼, 그러다보니 90년대를 경유하면서 그나마 생각이 괜찮다고 여겨지던 지만원의 맛이 갔고, 그것도 한 큐에 확연하게 맛이 갔고, 그 이후 되도 않는 뻘소리를 입에 달고 살면서 노이즈 일으키는 모습을 본 많은 사람들이 의아해했다. 오죽하면 옛날엔 안 그랬는데 갑자기 훼까닥 한 인물 3인방으로 조갑제, 박홍, 지만원이 꼽혔겠는가? 이들의 개인사가 얽힌 문제이고 들리는 말의 상당부분은 정황상 그럴 듯하나 검증이 불가능한 사안들인지라 어디서 함부로 떠들 계재는 아니지만, 어쨌거나 앞뒤 모르는 입장에서는 의아스러운 것이 사실이고, 지만원 역시 마찬가지다.

그러다보니 오늘날 지만원이 광주에서 600명의 북한 괴뢰군이 날뛰었다는 뻘소리를 하고 있는 이 상황이 왜 벌어지는지에 대하여 의문이 만발한다. 저들은 도대체 무슨 목적으로 저러는 걸까? 그 배경에 어떤 의도가 숨어있는 걸까? 예컨대 김진태는 왜 저따위 짓을 하는 걸까? 국회의원이, 그것도 검사 출신이. 김순례는 왜 저모양일까? 약사출신이라더니 약을 너무 빨았나? 그럼 지만원은 무슨 뽕빨난 일이 있다고 저짓인가? 그 시스템적이었던 사람이?

그래서 주변의 어떤 분들은 이를 깊이 고민하시면서, 지만원이 자신의 이야기가 말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자신이 지지하는 정치세력의 지지기반 확장을 위하여 부러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닐까 애써 고려하기도 한다. 다시 말해, 자유한국당은 근본이 광주학살의 피바다 위에서 출발한 당이다. 그런 자유한국당이 현재 위기인데, 이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지지기반이 확보되어야 한다. 자유한국당을 지지할 수 있는 자들은 좌빨들을 극혐하는 자들인데, 좌빨들은 광주의 5월을 민주항쟁이라고 추켜세운다. 고로 광주민주항쟁을 북괴의 소행으로 몰아감으로써 좌빨 혐오세력에게 어필하고 이들을 자유한국당의 지지자로 확보할 수 있으니 지만원이 총대를 멘 것이다...

물론, 합리적 의구심과 이를 해소하고자 하는 과학적 탐구방법에 익숙한 사람들인지라 지만원의 행위를 논리적으로 설명하고자 하는 그 충심을 모르는 바는 아니다. 하지만 그럴 시간 있으면 그냥 멍때리면서 두뇌에게 휴식의 시간을 주기 바란다.

내가 볼 때, 지만원은 무슨 생각이 있어서가 아니라 그냥 생각이 없는 경지에 도달한 거다. 자신이 하는 짓이 어떤 짓인지 알지만 어떤 정치적 목적을 위해 할 수 없이 하는 게 아니고, 그냥 지가 하는 짓이 무슨 짓인지 모르는 거다. 오로지 이 사람은 늘그막까지 자신의 능력을 알아주지 않는 세상이 혐오스럽고, 자신에게 쏟아져야 할 관심이 광주에 쏟아지는 게 싫고, 그러다가 헛소리 몇 번 했더니 갑자기 옆에 박수 쳐주는 인간들이 나타나고, 그동안 굶주려왔던 관심을 이렇게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으면서 관심을 받기 위해선 뭔 짓이든 다 할 수 있다는 태세를 확립하고 이후 자신에게 관심 가져줄 수 있는 사람들이 어떤 말을 하면 환호하는지를 분석하게 되면서 그저 이를 위해서 살기로 작정한 것일 뿐이다.

간단히 말하면 지만원은 그냥 이렇게 사는 게 좋아서 이럴 뿐이다. 이걸 합리적, 이성적으로 해명해보고자 머리 싸매는 시간이 아깝다. 그냥 그 시간에 쐬주나 한 잔들 하시고 노래나 한 자락씩들 하시기 바란다. 이성을 기대할 수 있는 자에게 이성을 물어야지. 오히려 지만원에게 어떤 합리적 이성의 일단을 기대하는 순간 지만원의 흉계에 말려들어가는 거다.

지만원의 망발을 제거하는 제일 좋은 방법은 관심을 끄는 거다. 하지만 지만원의 말이 언론을 타게 되고, 우리가 관심을 안 가져도 언론이 관심을 가져주니 지만원은 그저 해피할 뿐. 이럴 때면 가끔 현대 의학이 인류에게 참 몹쓸 짓을 한다는 생각도 하게 되는 것이다. 지만원이 올해 만 일흔일곱살이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2019/02/12 09:07 2019/02/12 09:07
Trackback Address :: http://blog.jinbo.net/hi/trackback/16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