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기를 다시 시작하며
설 연휴에 처가에 갔다가, 지역 신문을 훑던 짝지가 문득 4월 말에 있는 '00 00 마라톤 대회'에 한 번 참여해보자고 제안을 했다. 오호, 그거 괜찮겠군. 이러고설랑 덜컥 그러마고 했는데, 아뿔사... 장거리 달리기 마지막으로 해본 것이 어언 10년이 다 되어 간다. 그동안 10km 이상 뛰어본 게 두어번 될라나.
야심차게도 4월 말 마라톤 대회에 하프코스를 뛰기로 하고설랑, 이대로 처먹고 뒹굴거리다간 하프는 커녕 5km도 못 뛰고 죽겠다는 생각이 들어 며칠 전부터 달리기 연습을 시작했다. 새로 시작하는 처지에 초짜에게 적합한 코스가 근처에는 없는 지라 일단 초등학교 운동장을 밤에 뛰는 것으로 연습 시작.
일주일간 4번 정도 뛰었는데, 현재 스코어... 잘 하면 뛰다가 몇 분 안에 골로 간다. 근 10년, 안 하던 운동을 한다는 건 생애 최초로 시작하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 다시 말해 내게 있어 장거리 달리기는 태어난 후 처음으로 이제 시작하는 것과 진배 없다는 거. 예전처럼 철딱서니 없을 때에는, 하긴 뭐 그땐 체력도 어지간히 받쳐 줬을 때니 그랬겠지만서도, 까이꺼 하면 되지 뭐가 문제랴 이런 마음으로 대고 조지는 것으로 시작했더랬다. 당연하게도 그따위 까면 깐다 정신이 육체의 한계를 극복할 수는 없는지라 허구한 날 부상에 시달리기도 했다.
이젠 한 번 부상은 영원한 부상이 되는 처지가 되었는지라 함부로 대고 뛰진 못하고, 빠듯하게 계산하고 꼼꼼하게 체크하면서 조심조심 움직일 수밖에 없다. 이게 좀 답답하긴 한데, 그전에는 부상이고 뭐고 조금 지나면 다시 회복되면서 부리나케 뛰고 하면 실력도 금방 쑥쑥 늘었는데, 이게 지금은 장담을 못하게 되었다는 거. 20년 전 친구 손에 이끌려 달리기 시작했을 때는 시작하고나서 불과 4개월만에 하프를 끊었고 8개월만에 풀코스를 뛰었다. 미쳤던 게지...
하지만 지금은 그럴 상황이 아닌지라, 4월 말까지 두 달 반쯤 남은 지금 21.0975km에 도전하려면 아주 체계적인 훈련이 필요하다. 몸관리도 잘 하면서. 지금까지 운동 시작과 함께 점검해본 상태로라면, 내가 지금 가장 잘 달릴 수 있는 거리는 약 5km 정도, 무리해서 달리면 8km정도는 뛸 수 있을 것 같다. 그렇다면 이걸 적어도 두 달 반 사이에 최적 거리를 15km정도 늘려야 한다는 계산이 나오는데, 매주 2km 가까이씩 거리를 늘려야 한다. 현재 상태로는 무리다.
기왕에 목표를 세웠으니 도전은 해봐야지. 아무튼지간에 그 전에 연습삼아 대회 하나 더 나가볼 요량을 하면 좀 더 노력을 해야겠다. 틈틈이 생각나는 대로 달리기 진척상황을 블로그에 정리하도록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