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을 위한 비용
심장 혈관에 스탠트를 집어넣은지 1년이 되어 심혈관계의 상태를 점검하는 검진을 받게 되었다. 우와, 검진 한 번 받는데 물경 50만원 돈이 들어갔다. 판판이 놀고 있는 백수 주제에 이런 거금을 한 큐에, 그것도 먹지도 못할 것에 쏟아붓게 되다니 눈물이 앞을 가린ㄷ...
뭐 어쨌든지 간에, 돈은 돈이고, 몸은 어찌 해봐야 하니 거금 들여 검진을 받았고 일주일 후 의사와 면담을 할 때 결과를 알게 되겠지. 아무튼 그래서 검진을 받았는데, 검진항목 중에 '운동부하심장초음파검사'라는 것이 있더라. 가끔 티비에서 보면 운동선수들이 웃통 벗고 가슴과 배에 뭔가 선으로 연결된 딱지 같은 걸 붙인채 트레이드밀에 올라가 단계별로 운동능력테스트를 하는 그림이 나오던데 바로 그거.
웃통 벗고 뭔가 막 붙이고 런닝머신을 달리는데, 이게 원래 6단계까지 강도를 높이면서 심장의 운동능력을 검사한단다. 3분마다 강도가 올라가는데, 약 2분이 지나니 팔뚝에 붙인 혈압측정기가 혈압을 재고 러닝머신 앞에 설치된 모니터에서는 심박수가 끊임 없이 보여진다.
내가 그래도 왕년에 달리기는 참 잘했던단 말여, 이럼서 까이꺼 6단계쯤이야 덤벼보라구! 이렇게 호기있게 덤볐다가 5단계 2분만에 항복...ㅜㅜ
"저기... 이제 힘든데요..."라는 한 마디가 얼마나 자존심이 상하던지... 아, 이래선 안 되는데, 더 뛰어야 하는데... 하지만 숨이 차오르고 심장이 덜컥거리는듯한데 더 뛰었다간 살아서 병원밖을 나가지 못하리라는 생각이 드는 걸 어쩌란 말이냐. 해서 "힘들다"고 이야기하자 옆에 있던 의사가 냉큼 런닝머신을 멈추고 다음 체크를 위하여 바로 침대에 누우라고 한다.
이 와중에 가만히 보니 이 의사의 표정이 "아니 이 인간이 뭐 이걸 다 뛸라고 그러나? 대충 좀 하지..." 이런 느낌인 거라. 심장에 뭘 박아 넣은 주제에 무슨 5단계까지 뛰나, 아니 진짜 6단계까지 뛸라고 그러나, 이 인간이 지금 지가 환자 검진받으러 온건지 태릉선수촌 입촌 테스트하러 온건지 착각하나... 뭐 이런 느낌. 그러다가 "힘들다"고 했더니 이제야 이것이 끝을 내는군 이럼서, 아이고 지금이라도 빨리 끝내고 좀 가자... 뭐 이런 류의 안도하는 표정?
흠. 그렇군. 내가 민폐를 끼친 것이었군. 이렇게 바쁜 분을 물경 15분씩이나 붙잡아 뒀으니. ㅎㅎ 그나저나 얼핏 본 결과로는 내가 트레이드밀을 내려오기 직전의 심박수가 173까지 올라가던데, 그정도면 최대 심박수였을라나. 이런 건 처음이라... 앞으로 운동할 때 참고할만하겠다. 저걸 최대심박수라고 보면 운동의 강도를 어떻게 조절해야 할지 조금은 감이 잡히니.
건강을 위한 비용이라고는 하지만 가계형편상 부담스러운 금액을 지불하고 나니 텅 빈 주머니가 흩날리는 눈발 속에서 더 차가워지는 듯. 암튼 뭐 이것도 투자라고 치고, 이젠 좀 몸 관리를 잘 해봐야겠다는 생각을 다지면서 병원을 나섰더랬다. 어쩌면 이것도 정신승리일지...
눈발이 차갑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