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정의로운 사람을 지킬 의지가 있는가
임은정 검사가 경향신문 지면을 통해 검찰 내부 성폭력 사건 처리에 소극적인 검찰 고위급 간부들을 실명을 밝히면서 고발했다. 고발장은 역사의 법정을 담당하는 시민들에게 제출되었다. 수사권과 기소권을 독점한 검찰이 자신의 환부를 도려낼 의지를 가지지 않았기에, 임 검사는 죄 있는 검찰간부들을 주권자의 손에 맡기기로 결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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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신문을 보면서 이렇게 뜨거웠던 적이 언제였는지 잘 모르겠다. 나만 그런 건 아닌 듯하다. 온라인에서는 벌써 임 검사를 상찬하면서 검찰조직을 비판하는 목소리들이 넘쳐난다. 검찰에 대해서는 이를 해체하는 수준까지 근저에서부터 뒤집어야 한다고 누차 이야기하던 입장이지만, 이런 검사가 있다는 건 검찰이라는 조직에 대한 비판을 잠시 멈추게 할 정도다.
하지만, 걱정이다. 역사의 법정을 담당하고 있는 주권자들은 정작 임 검사를 지킬 의지를 가지고 있는가? 분노는 쉽지만, 분노에서 멈추지 않고 그동안 듣도 보도 만지지도 못했던 어떤 것을 현실로 끌어내기 위한 실천이 필요하다. 검찰조직의 진정한 거듭남을 바란다면 임 검사의 이번 행동을 보위하고 내외의 탄압을 막아낼 수 있는 주권자의 의지가 필요할 터이다.
고위 검사장들을 실명으로 거론하고, 문무일 검찰총장까지 언급한 임 검사에 대하여 지금까지 경험으로 미루어보건데 반드시 내외의 온갖 압력이 가해질 터이다. 물론 지금까지도 그에게 음으로 양으로 압력이 가해졌던 것이 공공연하게 밝혀지기도 했지만, 앞으로는 그 강도가 더 심해지리라 생각된다.
우리 사회는, 우리 주권자들은, 촛불을 들었던 시민들은, 이제 이러한 강력한 개인의 의지를 감당할 수 있을 정도로 스스로의 의지를 간직하고 있는가?
나부터 좀 돌아봐야겠다. 나는 그런 의지를 가지고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