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좋은 사람들과 함께

귀하게 여기는 동생의 부친이 영면하셨다. 부음이 전해지고, 어찌 사람들이 연락이 닿아 장례식장에서 만나기로 했다. 행장을 갖추고 집을 나서다 문득, 아 그래도 내게 아직 소식을 전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생각이 퍼뜩 들었다. 행동거지를 잘 할 일이다.

십여 년만에 만나는 사람도 있었다. 짧게는 몇 달만에 만나는 사람도 있었지만 대부분 2-3년은 훌쩍 지나고 얼굴을 보게 된 사람들이 보인다. 그나마 워낙 친하던 사람들이니 이렇게 간만에 만나도 멋적은 거 없이 허허 웃고 살아온 정황을 나누고 그런다.

가신 어르신은 연로하시다보니 겪는 여러 신체적 어려움을 겪다가 가셨다고 한다. 고인의 명복을 빌고, 어쨌든 어르신 덕분에 이렇게 만나게 된 사람들 간에 그동안 못나눴던 이야기를 제법 나눴다. 상주는 처음인지라 경황이 없는 동생은 시간이 좀 지나서야 자리를 함께 하며 슬쩍 눈시울을 붉힌다.

그래, 살아 있을 때 만나자꾸나. 이제 조금 있으면 자제들 혼인청첩 돌릴 시기가 다가오고, 그거 조금 지나면 다 본인상이다. 본인상 치뤄봐야 모인 것들만 입방정 떨다 갈 뿐 정작 본인은 죽으면 그만인 것을. 그러니 그 전에, 지금보다는 조금 더 건강들 챙기고, 고단한 삶을 조금씩은 정리들 하고, 그러면서 서로 연락이라도 자주 하고, 때때로 서로 만나 얘기라도 나눠보자.

와, 이런 씨앙, 내가 이런 이야기를 할 줄은 예전엔 미처 몰랐는데, 아이야, 이게 어른들이 이야기하시던 나이먹으면 다 그렇게 된다던 그건지 모르겠다만, 시간이라는 게 언제까지나 내 곁에서 가만히 멈춰서 있는 게 아니라는 걸 이제는 알았으니, 가는 시간을 잡지 못할 바에야 서로 이야기할 시간이나 더 만들어보자꾸나.

뭐 이런 이야기를 하다가 헤어졌다. 그래도 이게 다 좋은 사람들하고 만났으니 하는 얘기다. 이런 얘기 하다가 나중을 기약할 수 있는 사람들과 사귀었으니 그나마 내가 허투루 살아온 것만은 아니라는 위안을 하며, 스스로를 다독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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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2/17 21:41 2019/02/17 2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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