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개혁과 정치개혁의 잘못된 만남
난 하승수 변호사만 보면 한편으로는 미안하고 한편으로는 안타깝고 그렇다. 그분의 성심성의가 번번히 벽에 부딪치는 것이 안타깝고, 거기에 그다지 도움도 주지 못하면서 다른 이야기를 하게 되는 게 미안하다. 사실 큰 틀에서, 그리고 방향에서 나는 하승수 변호사의 입장과 견해에 거의 반대하는 바가 없는데, 디테일한 부분으로만 들어가면 의견이 달라지는 부분이 생긴다.
전에도 예컨대 개헌과 관련되어서, 나는 하승수 변호사가 제시하는 방향에 대해선 동의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개헌을 하자는 입장으로 개헌정국에 뛰어드는 것에 대해서는 생각이 달랐다. 최근 또 이와 유사한 입장이 되는데, 정치개혁과 검찰개혁 관련한 정치적 상황에 대하여 나는 하승수 변호사와는 판단이 다르다.
나는 정치개혁의 방향에 동의하지만, 현재의 안을 패스트트랙으로 거는 것은 반대한다. 내용도 매우 좋지 않을 뿐만 아니라 이 사안은 패스트트랙으로 걸 사안이 아니라고 보기 때문이다. 검찰개혁도 마찬가진데, 나는 공수처가 검찰개혁을 오히려 혼란에 빠뜨릴 것이라고 생각하기에 이걸 개혁안처럼 전면에 내세우는 건 문제라고 본다. 그렇기에 하승수 변호사와는 달리 공수처 건을 정치개혁안과 연계하여 처리하려는 건 예전에 노무현 정부가 로스쿨 법 통과시키려고 사학법을 한나라당에게 던져줬던 것과 별반 다를 바 없다고 본다.
이렇게 입장은 달라도, 하승수 변호사의 신실함을 알기에 어찌되었건 간에 그가 하는 일이 좀 잘 되길 바라지만, 이번에도 또 벽에 부딪친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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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그랬는지는 아직 잘 모르겠다만, 하승수 변호사가 제기한 의문처럼, 홍영표 짬밥이 몇 그릇인데 기자들 응대하다 너무 나간 식으로 이따위 구설을 만들어낼까. 관심법을 사용하자면, 이건 애초 판 깨고 양당제로 가고자 하는 더민당의 속내가 은연중에 나온 게 아닌가 싶다. 어차피 안 될 거고, 안 되야 하기에 기왕에 바른미래가 내부에서 서로 총질하고 있을 때 저것들 책임으로 돌려놓고 하던 거 하자는 생각이 머리속에 맴돌다 그만 기어이 입으로 튀어나온게지.
하승수 변호사는 정치개혁과 검찰개혁이 무산되면 전적으로 그 책임은 더민이 져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더민은 그 책임을 질 생각이 없기에 저런 짓을 할 수 있다. 홍영표가 어떤 말을 해서 삑사리를 내던, 기왕에 패스트트랙이 진행되려면 바미당이 움직여야 하는데, 바미당 현재 스코어를 볼 때 그럴 가능성이 없다. 민평당도 내심 그렇고. 정의당만 낙동강 오리알 되는 거고. 원외 정당들은 말할 것도 없다.
뭐 어찌되든 하승수 변호사가 너무 실망하지 않기를 바란다. 각각의 안들에 대한 입장이야 다를 수 있고, 게다가 나같은 게 뭐 블로그에 뭐라고 써봐야 누구 하나 귀담아 듣는 것도 아니니 까이꺼 신경 안 써도 괜찮다. 다만, 진정성을 가지고 어려운 걸음을 걷는 사람에게 조금은 보람이 있는 날도 있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