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레마는 어차피 못푸니 황교안은 꼭 광주에 가길
황교안이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에 끝내 참여하겠다고 하자 울뚝불뚝 하는 사람들이 있다. 물론 화날 일이다. 그리고 웬만한 사람들은 다 안다. 황교안이 일부러 맞으러 광주에 간다는 것을.
자유한국당은 대중의 관심이 절실하게 필요한 상태이다. 악플보다 무서운 게 무플이라는 사실을 경험적으로 알고 있는 자유한국당이다. 칭찬은 언감생심이고 쌍욕이라도 좋으니 목하 언론지상에 자유한국당이라는 이름만이라도 나오면 더 바랄 게 없는 상황이다.
정치초년생인 주제에 당 대표까지 덜컥 맡게 된 황교안도 마찬가지다. 언론에 얼굴 비칠 수만 있으면 길이라도 좋고 아니라도 좋은 상황이다. 늘그막에 시작한 정치인데, 물 들어왔을 때 배 띄워야 한다고, 잡음이 되더라도 이름만 오르락 내리락 할 수 있다면 뭐든 할 수 있다.
5·18 광주 민주화운동 기념식은 그런 의미에서 자유한국당과 황교안에겐 유권자들의 관심을 받을 수 있는 호기다. 국가적 행사에 제1야당과 그 대표가 참여한다는 명분도 있다. 그래서 황교안은 호언한다. “내 갈 길을 가겠다!”
하지만 여기에 황교안과 자유한국당의 딜레마가 등장한다. 첫 번째 딜레마는 광주에 가기도 뭐하고 안 가기고 뭐한 상황이다. 가면 난장판이 벌어지겠지만, 안 가면 리더십에 물음표가 달린다.
두 번째 딜레마는 시간상의 문제다. 가서 욕먹는 그림이 나오면 당장은 보수결집의 효과가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중도 부동층의 등을 돌림으로써 남는 게 별로 없을 수 있다.
세 번째 딜레마는 난장판을 일으킨 덕분에 장외투쟁을 더 끌고 갈 수 있는 동력을 얻게 되겠지만, 출구전략은 미궁으로 빠지게 된다.
마지막 딜레마는, 황교안의 개인적 전망과 관련된 문제인데, 광주에서 주어 터지면 보수진영의 대표 주자로서 알박기를 하게 되겠지만, 그냥 거기서 끝이다.
자유한국당과 황교안에게 진정한 반성과 사과를 하기 전에는 광주에 오지 말라고 주문하는 것은 그냥 오지 말라는 말과 같다. 저들은 반성과 사과 따위 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들의 바로 그런 태도로 인하여 저 딜레마는 해소되지 않는다.
한편에서는 광주시민들에게 황교안과 자유한국당 방문자들에게 아예 관심도 주지 말라고 주문하고 있다. 자칫하다가는 1987년 노태우가 광주방문 과정에서 분노한 시민들에게 거센 항의를 받는 모습을 보고 영남표가 결집했던 일과 비슷한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는 거다.
그런 기우는 하지 않아도 좋을 것이다. 광주 시민들이 분노의 감정을 날것으로 보여준다고 한들, 어차피 황교안과 자유한국당의 딜레마는 해소되지 않는다. 80년 광주의 시민들이 그랬듯, 이번에도 광주의 시민들은 자신들의 최선을 찾아낼 것이고 그대로 행동할 것이다.
오히려 우려스러운 것은 불과 하루 사이에 황교안이 겁먹고 마음을 돌리지 않을까이다. 그러나 황교안이 광주에 갈 것임을 믿는다. 할 수 있는 게 그것 밖에는 없기 때문이다. 가서 두드려맞은들 극적인 활로가 열리지 않겠지만 그 외에는 방법이 없다. 그냥 한국 정치사에서 전무후무한 웃음거리가 되어 주는 것도 황교안이 정치인으로서 역사에 이름을 남길 수 있는 방법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