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폐청산, 모당 당직선거, 홍콩 등 몇 가지 잡상

현 정권의 적폐청산작업은

이제 정리수순으로 접어든 것이 아닌가 싶다. 아니, 정리라기보다는 눈치보기 국면이랄까. 논란이 있는 부분은 잠시 접어 놓고, 내년 선거의 추이를 지켜보는 수준에서 대기상태로 돌입하는 것 정도. 현 상황에서 적폐청산으로 가공된 개혁노선은 이미 많은 타격을 받고 정지되었다. 동력도 다 떨어진 판이고. 가장 큰 동력은 개헌이었는데, 국회 기살려준답시고 1년을 미적거리다가 뒷심도 없이 내놓은 개헌안은 그냥 날아가버렸고, 그와 동시에 개혁동력도 함께 소실되었다. 이거 다시 살릴 수 있는 가능성은 북한문제였는데, 트럼프 재선 결과를 보기 전까지는 이것도 장담하기 어렵게 되었고. 하긴 이 문제는 주체적 능동적 민주적 과정보다는 북미의 입장에 전적으로 달린 문제인데다가 전형적인 보스정치판국이니 이걸 뭐 민주적이고 나발이고 할 여지도 없다만, 암튼. 이제 남은 건 내년 총선에서 집권당이 압승을 거두고 가장 반대쪽에 서 있는 자한당이 쑥대밭이 되는 정국이 형성되는 건데 이건 난망한 노릇이다. 역대 어느 정권도 집권 3년차를 지나 치러진 선거에서 좋은 성과 거둔 바가 없고, 지금이야 여론이 수구야당 심판쪽에 더 기울어있다고 하더라도 그게 정작 선거에서 그대로 결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할 수도 없으니. 윤석열 검찰총장후보에 대한 기대가 꽤 큰 듯 한데, 검찰개혁에 있어서 문무일 이상의 진전을 윤석열이 보일 거라고는 예상하기 어렵고. 그럼 남은 건 뭐 경제이슈뿐인데 이건 누가 건드려도 좋은 이야기 듣지 못하는 것이니 밑져야 본전도 아니고 그냥 뭘해도 욕먹는 일만 남은 상황인데. 모르겠다. 뭔가 반전이 있을라는지.

홍콩, 그 좌파적 해석과 개입

잘 모르겠지만 홍콩시위에 대해 한국 좌파들은 좀 거리를 두고 있는 듯. 국제관계때문일 수도 있고, 어쩌면 죽이 되든 밥이 되든 그래도 중국은 사회주의국가인데 좌파가 대놓고 사회주의국가 깔 수는 없다는 어떤 딜레마인지도 모르겠다. 물론 홍콩의 시위가 그 촉발의 건이나 중국 또는 미국을 위시한 서방과의 관계나 등등 고려할 부분이 많은 건 사실이다. 시위에서 나오는 구호라든가 방향성이라든가 뭐 이런 것들이 전통적인 좌파의 입장과 괴리되는 부분이 없지 않은 것도 있고. 하지만 좌파가 언제부터 분석만 하고 앉아서 자신의 입장이라는 걸 이토록 뒤로 미루어놓았는지 잘 모르겠다. 분명한 건 홍콩의 시민들이 주장하고 있는 것이 자신들의 생존에 대한 요구이며, 그 분출을 일부의 이해관계집단이 자신의 것으로 독식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 특히 중국과의 관계를 보더라도 사실상 홍콩 시민들의 요구수준은 중국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는 제국적 지배체제에 대한 자주적 독립의 열망과 유사하다는 사실 등을 고려한다면 한국의 좌파들이 홍콩의 시위에 대해 입장의 정리를 주저할 이유는 없을 것 같다. 애초 민중의 봉기는 좌파적 기획에 의해 촉발되는 것이 아니라는 건 이미 로자 룩셈부르크가 오래 전에 정리해놓았다. 혁명적 대중봉기는 우연한 기회에 도둑처럼 찾아온다. 문제는 이 결정적 계기가 도래했을 때, 좌파는 이를 자신의 것으로 해석하고 수용하고 연대하면서 전면에 설 준비를 하고 있는가이다. 그러므로 오히려 지금 좌파의 주저함은, 이러한 결정적 계기가 도래했을 때 무엇을 할 것인지 준비되지 않은 초라함을 상징하는 것이 아닐지. 요컨대 지난 촛불에서 좌파는 촛불과 함께 뭔가 엄청난 많은 것들을 했지만 정작 좌파가 지향하는 방향으로 대중봉기를 흘러가도록 만드는데는 실패했는데, 홍콩을 바라보는 한국좌파의 모습은 촛불 당시의 준비없음을 반복하는 것이 아닌지.

모 정당의 당직선거를 보면

정당정치에 대한 기본적 이해가 결여되어 있는 사람들이 그저 정치적 올바름과 주관적 정의로움에 근거하여 관념적으로 정치를 이야기할 때 벌어질 수 있는 위험이 반복되고 있음을 본다. 이거 뭘 어찌 할 수는 없는 노릇인데, 많이 갑갑하다. 암튼 그렇고. 요샌 당에 기여하지 않아도 주요 당직선거에 출마하고 막 그러나보다. 거참 재밌다. 예전에 민주노동당 할 때, 이런 일이 있었는데, 당시 정파조직 간 세싸움의 연장에서 당에 기여한 바가 있던 없던 간에 대중적으로 알려진 자기 정파에 친연한 사람을 앞세우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그 와중에 지난 대선에 후보까지 되었던 모 정당의 전 대표같은 사람은 애초 노동자가 왜 정당한다고 난리를 치냐며 신경질을 내더니 덜컥 당의 비례후보가 되어 국회의원이 되었더랬다. 그 결과가 어땠냐 하면, 국회의원 당선되고 얼마 지나지도 않아 했던 말이 왜 의원의 자율성을 당이 제어하려하느냐는 볼멘 소리였었는데... 그거야 뭐 옛날 이야기가 되었으니 그렇다 치고, 아무튼 이번에 대표후보로 출마한 사람 중 하나가 또 비슷한 류가 될 지도. "유력 정치인이 당을 통제하는 것이 아니라 당이 정치인을 통제하는 민주적 정당을 만들겠다"고 기염을 토하던데, 애초 그 당 간 이유가 유력정치인들 뒷배 한 번 보려고 간 거 아니었던가? 당에 기여한 바가 뭐가 있는지, 노동정치와 진보정치에 뭘 기여했었는지 도통 모르겠지만, 아무튼 이런 사람이 당대표 되면 또 결국 당과 겉돌게 되고 자기 정치에 치우치게 되고 그러다가 당이 왜 통제하려고 하느냐는 소리 하지 않을까. 게다가 무슨 지역정치를 운운하던데, 솔까 이 후보가 지역정치에 대해 아는 게 있는지 잘 모르겠고. 뭐 남의 당에 뭐라 할 주제는 아니지만, 아무튼 그나마 진보정치의 끈을 놓지 않고 있는 이 정당의 당직선거가 잘 치러지기를 바라본다.

덧) 정치판에서 ... 선의는 아름답지만, 그 선의는 결국 그 선의가 인정되는 범위 안에서만 통용될 수 있고, 그 선의와는 무관하게 이해관계에 따라 그 선의를 이용하는 자들의 이해관계를 위해 복무하게 된다. 

또 덧) 이념적 무장과는 별개로, 정당정치구조에서 헤게모니를 장악하고자 한다면 무엇보다 헤게모니가 작동하는 구조 자체를 장악하고자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우리는 언제나 이런 노력보다는 자신의 입장이 정의롭다는 것을 알리는데 노력하다가 구조는 상실당했고, 결국 우리의 이념과 정책마저 넘겨주고 말았다. 그래서 얻은 하나의 교훈은 입으로는 청정구역을 선포하더라도 손발은 언제나 똥물에 담글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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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6/18 11:12 2019/06/18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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