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실감의 세대차이?
며칠 전에 심상정 정의당대표가 "2030은 상실감, 4050은 박탈감, 6070은 진보 혐오"라는 말을 했더랬다.
뉴스1: 심상정 "조국에 20030은 상실감, 4050은 박탈감, 6070은 진보혐오"
하여튼 참 말들은 잘 만들어낸다. 뭐 별 거 아닐지는 모르겠지만, 난 이런 류의 레토릭 역시 잘못된 세대관을 조장한다고 본다. 상실감이고 박탈감이고 혐오고 간에 그게 어디 세대별로 느끼는 감정의 차이를 표현하는 말일 될 수 있나? 어느 세대고 간에 저 감정들을 동시에 느끼는 거지. 쓸데 없이 뭐 있어보이게 만들어서 언론에 한 줄이라도 나는 게 정치인의 생리라고는 하지만, 솔직히 저따위 구분이라는 게 아무짝에 쓸모 없는 정도의 문제가 아니라 세대 간 뭔가 다른 차원에서 분리된 사고를 하게 된다는 오해를 만들어낸다는 측면에서는 아주 위험한 표현이라고 본다. 암튼 뭐 그게 중요한 건 아니고.
정작 曺國에 대한 상실감이나 박탈감, 또는 혐오는 개인적 차원의 문제로 국한할 수 있지만, 지금 벌어진 이 사태는 당장 우리가 모두 함께 살아가고 있는 祖國에 대한 깊은 회의를 가지게 만든다는 점에서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이건 변혁을 넘어 혁명을 학수고대하는 내 입장에서 나오는 우려이기에 더 심각하다. 난 혁명이라는 게 옛날 고리짝 프랑스에서 벌어졌던 혁명처럼 칼부림 총부림 하면서 수시로 기요틴을 떨어뜨려 모가지를 뎅겅뎅겅하는 차원에서 바라보지 않는다. 혁명은 말 그대로 막 벗겨낸 짐승의 가죽을 쓸모 있는 가죽으로 변화시켜 내는 것이 혁명일 것이다. 즉 주체와 헤게모니와 가치관이 완전히 변하지만 그 모든 것이 서 있는 자리에서 출발하는 것, 그것이 내가 분석하는 혁명이다. 그런 혁명에서는 적어도 그 혁명을 통해 만들어질 공동체의 모습이 어떤 것이어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이 있어야 한다. 그 내용을 다 설명하는 건 손가락에 대한 고문이므로 걍 여기서 줄이고.
암튼 그래서, 지금 회의하게 된 이 祖國은 이제 더 이상 알량한 희망을 가지고 뭔가 변화시켜볼만한 그런 존재로서의 공동체가 아니게 된 거다. 내가 그렇다는 게 아니라 촛불들고 나왔던 사람들이 그렇게 되었다는 거다. 나야 뭐 예전부터 이게 나라냐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으니. 그런데 촛불들 중에 이제 내가 촛불 들어 지킨 이 나라가 과연 내 조국이냐는 의문을 가지게 된 사람들이 나타나고 있다는 거다. 이 사람들의 반대편에서는 오히려 더 강력하게 조국 수호에 내 한 몸 바치겠다는 사람들도 나온다. 어떻게 만들어낸 정권인데, 앙? 내가 말여, 그 추운 날 말여, 하던 일 다 제껴두고 광화문 광장에 촛불들고 나가 만든 정권인데 말여 어디 감히 윤석열이 같은 떡찰 무리들과 자한당 토왜들에게 넘겨줄 수 있냐 이거여! 이렇게 나오는 촛불들이 있고.
이걸 보면서 일부 식자들이 "범 진보진영이 이런 식으로 사분오열 되어서야 되겠슴까?" 이럼서 은근슬쩍 조국 수호에 달라 붙어버린다. 이꼴 보고 있던 어떤 선배는 아, 이제 다시 내 입으로 진보니 좌파니 담지 못하겠다면서 지금 맡고 있는 어떤 조직의 직책 임기 끝나면 걍 산으로 들어가겠다고 하질 않나... 뭐여 이거, 뭘 말하다가 말이 지금 산으로 가고 있는 건가 모르겠다만, 암튼지간에
세대별로 느끼는 차별적 상실감 따윈 없다. 지금 다 멘붕이다. 다만, 그 상실감이 조국이라는 개인이 아니라 모두가 발 디디고 살고 있는 이 공동체가 알고 봤더니 내 피를 쪽쪽 빨아 저것들에게 다 갖다 바치는 구조였다는 걸 깨닫는 사람들이 공동체 자체에 대해 느끼게 되기 시작했다는 게 보인다. 아오, 상실감~!
안타까운 건 이렇게 祖國에 대해 회의하기 시작한 사람들 중 대부분이 앞서의 어떤 선배처럼 걍 다 때려 치자는 쪽으로 갈 수도 있다는 거. 그럼 안 되는데... 조짐이 썩 좋질 않다. 에혀...